주간동아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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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자동차’에 사활 건 중국

고유 모델 제작·환경오염 방지 위해 한국 접근 … ‘전기자동차 프로젝트’ 국가가 주도

  • 베이징=강현구/ 대불대 관광중국어과 교수191710@hanmail.net

    입력2005-07-21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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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자동차’에 사활 건 중국

    중국 상하이 도심의 교통체증.

    중국의 거리가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도시인 베이징에서조차 ‘교통 체증’이란 말이 낯설었다. 그러나 요즘 베이징 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차량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상습 정체 지역으로 바뀌었다. 변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식빵 모양의 ‘미엔티(麵的·소형 승합택시)’와 빨간색 일색의 소형차들은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골동품이 되었다. 대신 제너럴 모터스(GM), 폴크스바겐, 현대 등에서 생산한 화사한 색깔의 신형 중형차들이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계속해왔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2003년 기준 연산 444만대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올해 1~7월 자동산 생산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303만대를 기록, 고성장세를 과시했다.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

    그러나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중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고민의 골이 깊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자체 고유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일자동차그룹(中國第一汽車集團公司), 둥펑자동차(東風汽車), 상하이자동차의 신차 판매 점유율은 무려 48%(올 7월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세 회사 모두 독일의 폴크스바겐, 미국의 GM, 일본의 닛산 등과 제휴한 외국 모델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 자동차 산업이 내수 위주로 성장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다국적 기업과의 합작 차량으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고민을 잘 나타내준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경오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개발이다.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베이징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 중국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환경오염 시비였을 정도로 중국의 환경오염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동차 업계에 환경보호 및 에너지 절감형 자동차 개발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 두 가지 문제의 발전적 해결을 위해 친환경적인 고유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04년 발간된 ‘중국 공업 발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하이브리드 자동차(동력과 전기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이와 더불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전기자동차 개발이다.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친환경적인 자동차 독자 모델 개발을 위한 것으로, 우한(武漢)이공대학을 중심으로 칭화대학, 화둥사범대학, 둥펑자동차가 참여하는 국가 주도 중점 프로젝트다.

    ‘친환경 자동차’에 사활 건 중국

    2004년 중국 자동차전시회 때 선보인 캐딜락 승용차들. 최근 중국의 도시에서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베이징에 있는 GM 서비스센터(위부터).

    이 프로젝트의 중심 대학인 우한이공대학은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와 더불어 대표적인 자동차 공업도시인 우한에 있으며, 설계 디자인 분야에서 전국 수위를 달리는 대학이다. 이밖에 중국 최고의 공대 명문인 칭화대학, 상하이권의 전통 명문인 화둥사범대학 등 2개 대학과 중국 2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둥펑자동차가 주간사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독자적인 전기자동차 모델 개발은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 문제와 곧 닥칠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중국이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전기자동차를 실용화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현재 베이징, 우한 등의 대학에서는 교내 셔틀버스로 전기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실용화된 전기자동차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우리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운영 특성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경우 전기자동차의 실용화가 시장 논리에 의해 좌우되지만, 중국은 정책적 판단에 의해 실행될 여지가 높다. 시장성이 떨어지더라도 시장 선점과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해서 조기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중국 정부의 최근 동향을 보면 기술 표준을 자국 중심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비록 휴대전화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국 표준을 시도하려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차세대 산업에서 자국 표준을 강제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것이다.

    한국과 디자인 공동 연구 개발 합의

    중국이 전기자동차의 독자 모델을 개발하고, 실용화한다면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그것이 기술 표준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중국 전기자동차 개발 과정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6월14일 우한이공대학에서는 의미 있는 조약식이 열렸다. 중국의 우한이공대학과 한국의 대불대가 ‘교통운수기기 및 해양레저 선박 디자인 협력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전기자동차 디자인 공동 연구 및 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이 조약식에서 중국 측 책임자인 우한이공대학 예술디자인학원의 쳔한청(陳汗靑) 원장은 “두 학교 간의 합작은 학술 교류에 의한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형성,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국·유럽 등을 제치고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이번 한국과의 협력이 미국과 유럽에 대한 견제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쳔 원장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전기자동차 개발의 핵심 부분인 전기 전지 개발에 중대한 성과를 얻었으며, 자체 모델을 설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중국은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의 선진적인 자동차 디자인 기술을 배우려는 희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번 협력과 관련해 한국 측 대표인 대불대 산학협력단의 최미순 단장은 “중국 측이 한국의 디자인 능력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디자인 공동 개발이 한국의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했다.

    독자적인 디자인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공동 개발에 큰 기대를 걸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독자 모델의 부재는 결국 디자인 능력의 부족에서 온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중국 자동차 회사가 한국 자동차의 외관을 그대로 복제해 자신들의 고유 모델인 양하는 경우는 결국 한국 디자인 기술에 대한 동경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번 조약은 앞으로 전기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한-중 협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동 디자인 개발이 한국 기업의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한국의 디자인과 중국의 전기자동차 기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참여 대학뿐 아니라 관련 업체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이번에 마련된 진출의 계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관련 대학과 업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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