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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20세기 한국소설’

한국 소설 100년 새로 엮다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국 소설 100년 새로 엮다

한국 소설 100년 새로 엮다

창비 펴냄/ 각 권 300쪽 안팎/ 총22권/ 각 권 7000원

창비가 ‘20세기 한국소설’ 1차분을 내놓았다.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작품 가운데 엄선한 작가 94명의 중·단편 189편을 총 22권으로 엮은 것이다. 그런데 창비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했을까. 그에 대해 ‘20세기 한국소설’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최원식 씨는 간행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의 정전(正典) 아닌 정전을 창조적으로 해체하고 오늘날에 걸맞은 중요 작품을 새롭게 가려 뽑았다. 기왕의 정전들을 엄격한 재평가를 통해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역사적 맥락보다 현재의 눈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이 선집을 명실공히 20세기 한국소설 정화(精華)의 모음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무엇보다 ‘20세기 한국소설’이 기존의 문학선집과 차별화된 특징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을 대거 실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다수의 광복 전후의 작품과 월북작가 작품이 포함돼 있다.

먼저 1권을 살펴보면 이광수의 ‘무명’과 김동인의 ‘배따라기’ ‘감자’ 외에 무정부주의를 환상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한 신채호의 ‘용과 용의 대격전’, 식민지 지식인의 갈등을 드러낸 현상윤의 ‘핍박’,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준 양건식의 ‘슬픈 모순’ 등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은 20년대의 단편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유명작과 무명작이라는 차이점도 갖고 있다.

20세기 한국소설의 각 책들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 묶여 있지만 작가의 성향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식민지 시대의 신경향파와 카프(KAPF) 계열의 참여문학이 실린 4권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식민지 현실을 고발한 최서해의 ‘탈출기’와 ‘홍염’, 카프 최고의 문학적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이기영의 ‘민촌’ ‘서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천착한 한설야의 ‘과도기’ ‘이녕’ 등으로 구성돼 있다.



12권에는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파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실려 있다. 일본 도쿄(東京)제국대학 독문과를 졸업한 김사량의 ‘빛 속으로’는 재일 조선인들의 체념과 투철한 민족의식의 상반된 정서를 잘 보여준 작품으로, 39년 ‘분게이슈토(文藝首都)’에 발표돼 한국인 최초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패전국 일본의 비참한 처지와 사회주의 체제가 성립돼가는 북한의 실상을 그린 허준의 ‘잔등’, 혼자 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정희의 ‘지맥’ 등이 있다.



이밖에도 지하련의 ‘도정’, 이태준의 ‘달밤’ ‘까마귀’ ‘복덕방’,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성탄제’ ‘최노인전 초록’ 등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수록해 독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20세기 한국소설은 다양한 판본 가운데 그 작품의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 있으면서도 왜곡되지 않은 판본을 선정해 대본으로 삼았다. 최초 발표본을 참고해 기존 판본들의 수많은 오류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각 권 말미에는 교사와 전문연구자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감상 포인트를 짚어준다.

창비는 20세기 한국소설 1차분에 이어 2차분 출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2차분은 70년대 이후의 작품들로 총 28권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창비 교양출판부 김종곤 씨는 “1차분 출간에 1년 넘게 정성을 들였다. 2차분은 작품 수가 워낙 많아 선별이 더욱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최대한의 정성을 들여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소설선집이 완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1차분을 독파한 독자라면 2차분이 나올 내년 상반기를 손꼽아 기다릴 듯하다.



주간동아 2005.07.26 495호 (p60~61)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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