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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비타민 많이 먹으면 ‘탈 날라’

평소 음식만으로도 결핍 안 돼 … 비타민 C 하루 2000mg 이상 복용 때 신장결석·통풍 등 우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비타민 많이 먹으면 ‘탈 날라’

비타민 많이 먹으면 ‘탈 날라’
최근 비타민 C가 들어간 음료수가 자양강장제 음료시장을 석권하면서 각종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연 비타민이 들어간 음료수는 몸에 좋기만 할까.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 40대의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은 70mg인 데 비해, 섭취량은 평균 142mg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비타민 C 섭취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 음료수에 들어간 비타민 C의 양은 하루 권장량의 10배인 700mg에서 1000mg. 일반인들은 비타민 C가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인 까닭에 권장량 이상의 불필요한 비타민은 오줌으로 모두 빠져나가 건강에는 전혀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타민의 과다 섭취에 따르는 비타민의 낭비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의학계는 비타민 C를 하루 2000mg 이상 복용하면 설사나 복통, 신장결석, 통풍 등을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30, 40대 성인이 이런 음료수를 하루 2병만 마시면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고,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이 40~50mg인 1~6세 어린이의 경우는 한 병만 마셔도 득보다는 실을 우려해야 한다.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은 70mg

직장인 김민석(45·가명) 씨는 아침을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흡연자인 김 씨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폐암에 베타카로틴이 예방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벌써 이들 비타민을 복용한 지 6개월.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몇 주 전부터 가래가 늘고 기침이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내려진 의사의 소견은 애연가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만성기관지염의 초기 증상. 그러던 중 김 씨는 베타카로틴 관련 기사를 읽고 비타민 복용을 그만뒀다. 기사 내용인즉슨 베타카로틴이 비흡연자에게는 폐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흡연자에게는 폐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것. 이 모두가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는 당근과 같은 황색 채소가 폐암에 좋다는 말을 베타카로틴이 폐암에 좋다는 말로 잘못 이해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는 사람들이 비타민에 대해서 품고 있는 생각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비타민은 섭취하면 할수록 좋고, 넘치면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신경 쓸 필요 없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비타민에 대한 생각이다. 이는 비타민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들의 무차별적인 마케팅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비타민의 과다복용과 남용은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타민에 대해 알고 먹으면 보약이 되지만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타민은 라틴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타(vita)와 질소를 함유하는 물질인 아민(amine)의 합성어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란 뜻이다. 1912년 캐시미어 풍크에 의해 명명된 비타민은 29년 케임브리지 대학 홉킨스 박사에 의해 효능이 널리 알려졌다. 홉킨스 박사의 연구가 있기 전까지는 인간이나 동물이 살아가는 데 3대 필수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쥐에게 3대 영양소만을 추출해 먹인 결과, 아무리 많은 양을 먹여도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체중이 줄어들어 이들 영양소 외에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부영양소가 있을 것이라는 개념을 발표하게 된다. 바로 이 부영양소가 비타민이다.

현재까지 비타민은 A, B, C, D, E, K가 발견돼 합성되고 있고, 비타민 B는 B1, B2, B3, B5, B6, B9, B12로 나뉘어 그 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비타민은 우리가 평소에 섭취하는 음식물에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결핍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우리 가정의 식단에는 많은 문제점이 보인다. 비타민의 보고인 채소와 과일이 화학비료에 의해 길러지면서 영양분이 빠진 껍데기 상태로 식탁에 오르고 있다. 화학비료는 질소·인·칼륨 세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우리의 농토를 다른 영양소들은 고갈되고 세 가지 영양소만 풍부해진 기형적인 땅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실제 우리 몸은 셀레늄, 크롬, 칼슘, 마그네슘, 철, 구리, 요오드, 몰리브덴, 아연, 코발트 등 무수히 많은 무기질까지도 필요로 하는데 기형적인 행태의 농사법으로 인해 미네랄과 비타민이 계속 결핍되게 되었다. 실제로 일본 과학기술청 식품 성분에 대한 분석조사 보고서의 1952년과 93년의 성분 변화를 비교한 결과 시금치의 경우 비타민 A는 5분의 1, 비타민 C는 20분의 1, 칼슘은 2분의 1 정도로 감소되었고 토마토는 비타민 A가 2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과거보다 척박해진 농토로 인해 같은 양의 채소를 섭취해도 우리 몸에서 받아들이는 미네랄과 비타민 양은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스턴트식품과 육류 위주의 식단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부족을 더욱 부추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식생활에 신경 쓰지 않고서는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외부에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섭취 방법의 문제 역시 이들 비타민을 보충해야 하는 이유로서 거론되기도 한다. 비타민 A, D, E, K는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날것으로 먹으면 흡수되지 않고 배설돼버린다. 그러므로 지용성 비타민을 함유한 식품은 식물성기름을 넣고 볶아 먹어야 많을 양을 섭취할 수 있다. 베타카로틴이나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는 당근, 토마토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스테이크 요리에 익힌 당근이 함께 나온다든가, 스파게티의 소스가 익힌 토마토인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대표적인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농약 걱정 때문에 채소나 과일을 물에 씻음으로써 다량의 비타민 C가 소실되고, 결국 섬유질과 탄수화물의 섭취로 만족해야 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할 천연 비타민을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현실이 비타민 유용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타민에 관심을 갖고 치료에 적용해보려는 노력은 과거부터 있어왔고, 많은 논문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논문들에서 비타민을 여러 질환에 사용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하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도 많이 관찰되지만, 결론적으로 아직은 비타민의 복용으로 특정 질환을 예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들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음식의 경우는 특정 질환에 대한 유병률이 눈에 띄게 감소되어 나타난다. 즉, 라이코펜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토마토를 많이 먹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서 심장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특히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밖에도 많은 음식이 질병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비타민 많이 먹으면 ‘탈 날라’

한 백화점의 비타민 전문 판매장에서 고객이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왼쪽). 유기농법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암웨이의 ‘레이크뷰 유기농장’.

항산화제로의 비타민 복용은 권장할 만

하지만 비타민 보충의 필요성에 가장 호소력을 더해주는 것은 최근 나온 활성산소를 비롯한 유해기 이론이다. 유해기는 전자를 과하게 가지고 있는 불안정한 물질을 말하는데, 흡연이나 음주로 인해 많이 발생되고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에 의해서도 생성되는 만병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물질이다. 유해기는 이런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상세포에 전자를 주는데, 여기서 매개체가 되는 것이 전자를 가장 먼저 받는 비타민 E이다. 전자를 받은 비타민 E는 비타민 C에 전자를 전달하고 다시 비타민 E로 돌아와 전자를 또 받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비타민을 영양 부족의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들 유해기로부터 전자를 받아내는 항산화제 차원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 비타민은 예방의 차원을 뛰어넘어 치료제로서의 구실도 한다. 암, 감염, 아토피 등과 같은 환자들을 조사해보면 혈중 비타민 C의 농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들 환자가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지 않는데도 혈중에서 비타민 C가 부족하게 나타난다면 이는 반드시 보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명확히 부족할 때는 반드시 보충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남용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항산화제로서의 비타민 복용은 권할 만하지만 특정 질환의 예방을 위해, 그것도 그 질병이 발생할지 여부를 모르는 채 무조건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비타민 남용’이라는 굴레를 벗기 힘들다. 적어도 비타민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그 비타민을 복용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전문가의 진단을 받은 뒤, 그에 걸맞게 복용하는 것이 남용을 막는 길로 보인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마음으로 복용하는 비타민은 약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도움말: 이태호/ 늘봄클리닉 원장·가정의학과(비타민) 전문의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44~4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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