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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검찰 개혁’ 태풍전야

강금실 前 장관이 ‘反面敎師’?

‘서열 파괴’ 인적 청산 성공과 실패 … ‘개혁과 발전’ 두 마리 토끼 잡는 전략 필요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강금실 前 장관이 ‘反面敎師’?

강금실 前 장관이 ‘反面敎師’?

2004년 5월22일 법무부 당정정책협의회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왼쪽). 11개월 만에 법무부 장관을 마치고 국가정보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승규 전임 장관.

3월21일 퇴임을 앞둔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정치권력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험난한 길을 이겨냈다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검찰 간부들의 정치권 인사 청탁설’로 집중되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송 총장은 “정치권에 인사 청탁을 하면 그쪽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검찰의 칼이 무뎌진다”며 “수사의 중립성을 해치고 동료들 간의 불화를 일으키는 만큼, 청탁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회견 직후 송 총장의 한 측근은 “과거 검찰 인사 때도 정치권 줄 대기 의혹과 투서가 나돌았지만 이번처럼 무더기로 쏟아지지는 않았다”면서 “오죽하면 퇴임하는 검찰총장까지 경고하고 나섰겠느냐”고 4월 검사장급 인사를 앞둔 검찰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의 ‘정치권 줄 대기’ 악습은 과거와 달리 최근 비교적 잦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사들 사이에서도 왜 갑작스레 송 총장 임기 말에 재발했는지의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검찰 중견 간부들의 생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강금실 전 장관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혁신 인사의 후유증으로 보입니다.”

‘정치권 줄 대기’ 무리하게 추진한 인사 후유증인가



이는 최근 검찰 관계자들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공과(功過)를 말하며 거론하는 한결같은 사항이다. 검사들의 해석은 “강 전 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취한 인사혁신 정책, 서열 파괴와 경향(京鄕) 교류 원칙은 한마디로 검찰을 몰라도 너무나 몰라서 벌어진 행태였다”는 것. 그때 무리하게 추진했던 인사로 인해 검찰총장의 인사원칙과 기존의 인사고과가 힘을 잃고, 정치권에 줄을 대면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검찰의 자기최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취임 직후 강 전 장관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인데, 개혁 인사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의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검찰의 논리는 의도적인 공세로 비치기 때문이다. 시각을 달리해보면 검찰 고위직 인사의 정치권 청탁설은 검찰의 권력화를 방증하는 사례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꾸준하게 강 전 장관의 실패를 공식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직에는 조직의 논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한번 휘저어 놓으니 검찰 조직이 흔들린 것은 당연합니다. 신임 천 장관은 전임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대검 A 부장검사)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천 장관이 취임사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검찰에 대한 과격한 표현을 자제하는 듯하자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3선 의원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오래했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다”는 검찰의 평가도 ‘천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제스처로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천 장관을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자 개혁의 상징이던 강금실 전 장관의 연속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 전 장관이 ‘서열 파괴’와 ‘기수 파괴’란 무기로 검찰 조직에 충격을 주며 인적 청산이란 공세에 나섰다면, 천 장관은 형사소송법 개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 검찰 조직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소임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천 장관은 검찰의 최대 관심사인 형사소송법 개정과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의 참여 속에서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라는 화두 정도만을 밝혔을 뿐, 공식 태도를 밝히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을 보는 노 대통령과 천 장관의 생각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 여당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핵심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때문에 이들은 천 장관이 ‘2기 검찰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 전 장관의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돌파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현재 천 장관을 잘 아는 검찰 간부들은 그가 소신은 강하지만 합리적이기 때문에 취임 초기 개혁 추진 과정에서 다소간 이견 조정 과정을 거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검찰을 이해하고 검찰 조직에 적응해나갈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강 전 장관의 교체는 사실 문책성에 가까웠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러 현안을 놓고 검찰 조직과 갈등과 봉합을 반복하기만 할 뿐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연공서열 파괴 내지 세대교체로 특징 지을 수 있는 개혁 인사, 감찰권 이양문제, 대검 중수부 조직 개편 등 현안마다 검찰을 제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마찰음을 일으켜 청와대에서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천 장관조차 검찰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이유는 참여정부와 검찰 사이의 대립관계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 장관 역시 강 전 장관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민변 소속 중견 법조인은 이를 △법무부 장관 친위 조직 부재 △대검 조직 개편을 놓고 조직 내부 갈등 △검찰의 기수 문화에 근거한 조직적 반발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김승규 장관을 선택했던 노 대통령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결국 천 장관으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는 대통령이 검찰 내부 인사로는 검찰을 개혁할 수 없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알아냈음을 의미한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천 장관의 고민은 강 전 장관의 모험을 실패라고 인정하는 순간 검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한때 강 전 장관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친위조직을 구축하려 했다가 검찰 주류로부터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는 전례도 천 장관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천 장관의 사법시험 동기들이 검사장급인 데 비해, 검찰총장은 자신보다 3기 선배인 15기라는 점도 부담이다.

타협 힘들고 개혁 놓칠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

물론 단순히 사법시험 기수만을 놓고 따지는 것은 천 장관에게는 매우 억울한 평가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미 여당 원내대표 자리를 거친 ‘중진’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여당 실세가 법무부 장관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그만큼 법무부 변화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법무부 장관이란 어려운 자리를 천 장관 스스로 원해서 왔다는 대목이다. 김승규 전 장관이 11개월 만에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 그가 흔쾌히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선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천 장관은 수긍도 부인도 않는 전략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주변 인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며 법무부 장관직에 의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에서도 그를 강력히 밀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천 의원의 법무부 장관행이 그간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의 완수라는 의미와 함께, 천 장관이 이제껏 구상해왔던 검찰 개혁안을 행정가의 위치에서 구체화하겠다는 야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법조 이력의 완성과 행정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경우 그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현재 천 장관은 대권도전설에 대해 “나는 법무장관만 한 5년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법무장관 올인에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천 장관으로선 검찰과 타협하기도 힘들고 개혁을 놓칠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사지(死地)’에 들어선 그의 선택이 법조 개혁의 시발점이 될지, 또다시 실패한 인사가 될지는 천 장관이 검찰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나가느냐에 달린 셈이다.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20~2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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