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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목 타는 호주 대륙

주요 도시 댐 수위 40% 용수제한 ‘식수 걱정’ … 극심한 가뭄 농·축산업도 막대한 피해

  •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물… 물… 목 타는 호주 대륙

물… 물… 목 타는 호주 대륙

황폐화된 초지에서 사육되는 소들.

대륙이자 섬인 나라 오스트레일리아.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이 나라의 많은 도시들이 마실 물조차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스베인, 퍼스 등이 수원지로 활용하는 댐의 수위가 올해 40% 아래로 내려가서 용수제한 조치를 내렸다. 대부분의 주도(州都)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주요 산업인 농업과 축산업도 극심한 가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4년째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경우 농지의 87%가 가뭄재해 지역으로 선포된 상태다.

5월17일에는 NSW주의 농민 2000여명이 모여 ‘NSW 농민 가뭄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존 하워드 총리는 NSW농민협회의 초청을 받고도 자칫 회의장이 대정부 성토대회로 바뀔 것을 염려해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한 멜 피터슨 회장은 “한때 인구의 절반을 차지했던 농민의 수가 지금은 전체 인구의 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겐 당장 지하수를 퍼올릴 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에 앞서 호주국영방송에 출연한 복합농업인(농업과 축산업을 함께 경영) 노엘 페어먼 씨는 “올해는 곡물을 전혀 심지 못했고 양 2500마리만 겨우 키우고 있다”면서 “하루 220ℓ의 물로 그 많은 양들을 돌봐야 하는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시드니 조만간 3단계 제한 조치



이날 농민들의 회의장은 역시 열띤 대정부 성토장으로 변했다. 농민들은 정부를 향해 “당장 1억 호주달러의 가뭄재해 지원이 없으면 수많은 농가들이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여명이나 되는 농민들이 한곳에 모이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하워드 총리는 바로 다음날 가뭄 피해가 가장 심한 서부 호주의 한 농촌을 방문했다.

많은 호주 농민들은 낮은 소득과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떠난다. 호주의 대표적 권위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가 가뭄 특집에서 소개한 마이클 밀레(25) 씨의 경우도 그렇다. 밀 농사와 함께 양을 기르는 밀레 씨는 이렇게 말했다.

“밤 11시까지 어둠 속에서 양을 돌봐주다 서너 시간 눈붙인 뒤 다시 양을 돌보러 가야 한다. 가뭄 때문에 풀이 다 말라죽어 사료를 가져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젊은이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겠는가.”

도시인들 역시 물 부족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댐 수위에 따라 발령되는 용수제한 조치가 1·2단계를 지나 3단계가 곧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NSW주의 경우 용수제한 조치가 2003년 10월부터 시작됐는데, 가뭄이 4년째 계속되자 3단계 조치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 사토 NSW공공사업부 장관은 최근 “시드니 지역의 가장 큰 수원지인 와라감바 댐의 수위가 40%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 용수제한 조치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물… 물… 목 타는 호주 대륙

모래벌판 위에 마을이 들어선 NSW주의 안다무카(왼쪽). 호주의 대표적인 사막 지역인 심슨 사막.

용수제한 3단계 조치가 내려지면 호스를 사용해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하는 등의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드니 수도국은 “대부분의 호주 주택에 넓은 정원이 딸려 있기 때문에 호스 사용 금지만으로도 50%에 가까운 물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호스로 정원에 물을 뿌리다 적발되면 바로 220호주달러(약 17만원)의 벌금 스티커를 받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기상학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엘니뇨 현상’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200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름은 역사상 네 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농장 개간을 목적으로 200년 동안 자행된 무차별 벌목 또한 물 부족 사태의 원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지역 거의 대부분과 내륙 일부 지역은 양과 소를 키우기 위한 초지로 조성되어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 6·25전쟁 기간에 호주 양모산업이 폭발적인 붐을 이루면서 수만 년 동안 자라온 나무들이 무참하게 베어져나갔다. 이로 인해 극심한 가뭄과 토양의 염기화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 나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토털환경센터 조사에 따르면,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호주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벌목을 하는 나라다. 이는 이 나라의 식민지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영국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광대한 토지를 갖게 된 오스트레일리아 개척민들은 영국 영주나 소유하는 ‘영국식 농장’을 이 땅에서 새로 소유하며 ‘오스트레일리아 드림’을 이루려고 했던 것.

특히 1·2차 세계대전의 귀환용사들에게 무상으로 대규모 토지를 나누어줘 마구잡이식 농지개간을 부추겼다. 그러나 90% 이상이 개간에 실패했고, 버려진 농토는 사막으로 변했다.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매년 사막 하나가 새로 생겨날 정도로 벌목의 피해가 컸다.

게다가 물의 순환이 깨지면서 지층 아래에 있던 소금기가 지표로 올라와 생긴 토양의 염기화 때문에 쌀과 밀 등 곡물 생산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힘들게 개발한 농장에 곡물 대신 초지를 조성해 소나 양을 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상학자와 환경단체들은 “식수가 부족할 정도의 극심한 가뭄과 광대한 토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재앙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2004년 NSW주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지하수 개발’ ‘강물 끌어들이기’ ‘빗물 저장시스템 개발’ ‘물 재활용 의무화’ ‘바닷물의 담수화’ 등이 있다. 이중 바닷물 담수화는 보브 카 NSW주 총리가 가정 선호하는 방식으로 조만간 시설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환경 친화적이지 않아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담수화 과정에서 과도한 화학제품이 사용될 뿐 아니라, 여기에 ‘올인’하다 나무 심기 등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뒤로 미루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6.14 489호 (p46~47)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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