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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국 국경수비대 ‘탈북자 장사’

1명당 100달러 받고 북한에 넘겨 … 탈북 여성에 중국 신분증 주고 스파이 활용하기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중국 국경수비대 ‘탈북자 장사’

중국 국경수비대 ‘탈북자 장사’
4월12일 오후 8시쯤 중국 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옌지(延吉)시 시외버스터미널. 몽골 국경 근처의 도시로 가기 위해 대기해 있던 시외버스 안으로 갑자기 중국 국가안전부(한국 국가정보원과 비슷) 산하의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승객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이들은 신분증이 없는 15명과 신분증을 제시한 남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이튿날 옌지시에는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가려던 집단 탈북자 15명과 이들을 도와주던 조선족 부부가 한 탈북자의 배신으로 체포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중국 국경수비대 ‘탈북자 장사’

중국 휴대전화가 잘 터지는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대.
강 오른쪽이 북한이고 왼쪽은 러시아로 중국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다. 제삼국을 통한 집단 탈북을 위해 모여 있는 탈북자들.

닷새 후인 17일 한 한국인이 배신자로 지목된 탈북 여성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이정화(사진). 함북 무산 출신으로 중국에 온 뒤로는 ‘홍화’라는 이름을 사용해왔다.

홍화 씨는 12일 체포된 조선족 부부의 따뜻한 대우와 보호를 받으며 15명의 탈북자와 같은 은신처에서 지내왔다. 그런데 탈출 날짜가 잡히자 “다음에 참여하겠다”며 뒤로 빠졌다. 이러한 홍화 씨를 향해 한국인이 단도직입적으로 “탈북자들이 몽골로 가려고 한 정보를 국경수비대에 알려주었느냐”고 묻자, 홍화 씨는 “그들이 시외버스를 타고 몽골로 가려는 정보를 변방부대(국경수비대 부대)에 보고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北이 돈 마련 못해 中 감옥엔 탈북자 만원

이어 그는 “부대의 이름은 모르나 위치는 알고 있다. 옌지 시내에 있는 부대다. 내가 만나온 사람은 소좌인데, 이름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정보를 준 대가로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자, 홍화 씨는 “중국 신분증이다”고 답했다. 홍화 씨는 중국 국경수비대의 스파이가 된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털어놓았다.



“처음 두만강을 건너와 중국에서 지내다 중국 공안(경찰과 비슷)에 체포돼 북한으로 압송되었다. 북한에서는 보위부 감옥에 수감돼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는데, 그러다 미행(尾行)을 전문으로 하는 보위부 사람에게서 ‘중국에 들어가 탈북한 국군 포로 출신을 데려가기 위해 중국에 온 한국인들을 추적할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들은 나를 중국으로 건너가게 해주었다.

그 후 다시 중국 국경수비대에 검거됐다. 그러자 북한 보위부가 나를 먼저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나는 오랫동안 투옥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북한 보위부와 중국 국경수비대 측은 내게 주요 탈북자 색출 임무를 맡기자는 합의를 했다. 그 뒤 중국으로 다시 건너온 나는 주요 탈북자나 집단 탈북을 하려는 사람에게 접근해 함께 탈북하려는 척하다 이 사실을 중국 국경수비대에 알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중국 국경수비대 ‘탈북자 장사’

중국 국경수비대에 스파이로 고용된 탈북 여성(왼쪽). 탈북자를 북한에 넘겨 장사를 하는 중국 국경수비대 대원들.

홍화 씨 사건에 관여된 사람에 따르면, 2000년까지 북한은 중국이 탈북자를 잡아 넘겨주면 1인당 나뭇단 1㎥에 해당하는 돈(10달러 상당)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2000년 이후에는 100달러로 금액이 높아졌다. 그러니까 중국 국경수비대는 북한 보위부와 짜고 돈벌이를 하기 위해 탈북자 스파이까지 고용해 탈북자를 검거해 북한에 넘겨왔던 것이다. 이 소식통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북한 보위부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중국 국경수비대는 보위부가 돈을 마련할 때까지 탈북자를 감옥에 가둬놓는다. 이들에게 탈북자는 북한에 팔아버릴 대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는 정말 형편없다. 북한이 제때에 돈을 마련하지 못해 지금 옌지의 국경수비대 감옥은 탈북자로 만원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국경수비대의 탈북자 장사는 명백한 중국 국내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도 국경수비대가 불법 체류자에게 신분증 발급을 허용하는 경우는 없다. 국경수비대는 불법 체류자를 붙잡아 추방하는 것을 고유 임무로 한다. 중국 국경수비대가 홍화 씨에게 신분증을 발급한 것은 명백한 중국 국내법 위반이다”고 했다.

또 그는 “중국과 북한은 ‘자기 나라에 들어온 불법 체류자는 상호 추방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중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중국 국경수비대가 홍화 씨에게 신분증을 발급한 것은 국제법인 이 조약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은 국내법에 우선한다. 2008년 올림픽을 치를 나라가 국내법과 국제법을 어기며 대표적인 인권유린인 사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탈북 조력자들까지 유인해 검거

중국 국경수비대의 횡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단으로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은 대개 한국에 협조자나 연고자가 있는 경우다. 중국 국경수비대는 검거한 탈북자들을 압박해 누가 이들의 탈북을 도와주었는지에 대해 조사한 뒤, 이들로 하여금 도와준 사람들에게 ‘다급한 일이 생겼으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걸게 한다.

한국이나 제삼국에서 탈북자의 한국행을 도와주던 이들이 이 말에 속아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고 중국에 들어가면, 중국 공안은 이들을 공항에서 ‘기획 탈북을 조정한 혐의’로 바로 검거해버린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유인책에 속아 중국 공안에 검거된 사람이 네 명이라고 한다. 중국 측의 이러한 압박술 때문에 2003년과 2004년 언론에 요란하게 보도되었던 한국대사관 등 중국 내 외교 시설을 이용한 기획 탈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홍화 씨의 변절로 검거된 15명은 바로 북한으로 압송됐다고 한다. 이중 7명은 할아버지부터 손자에 이르는 일가족으로 구성돼 있었다. 집단 탈북에 대해서는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여온 북한이 이들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을지는 명약관화한 일.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이 중국과 북한 당국의 인신매매 대상이 되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대북 접촉에만 매달려 손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간동아 2005.06.14 489호 (p34~3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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