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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社內 정치

“사내 정치? 실력부터 키워라”

주니어 직장인을 위한 선배들 충고 … ‘될성부른 나무’ 유능한 인재 증명이 첫걸음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사내 정치? 실력부터 키워라”

“사내 정치? 실력부터 키워라”

5월31일 점심시간에 서울 명동거리를 걷는 직장인들.

현재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 임원으로 성장하길 원하는가. 피 튀기는 ‘사내 정치’가 현실이라면 기꺼이 그 속으로 뛰어들 각오가 돼 있는가. 그리고 현재 당신은 팀장급 이하의 ‘주니어 직장인’인가. 그렇다면 1단계는 이것이다. 사내 정치를 잊어라.

임원 반열에 오른 선배들은 “섣부른 사내 정치는 화를 자초한다”며 “먼저 유능한 인재임을 증명하라”고 조언한다.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될성부른 나무’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상사는 유능한 부하직원을 원한다. 아무리 학연, 지연, 혈연이 겹치는 친동생 같은 부하직원이라 하더라도 능력이 없다면 ‘팽’하는 게 요즘 상사다. 그러니까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으면 당신을 찾는 실력자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맡은 업무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전략이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사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일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역량 있는 인재로 평가받는 것은 유용한 전략이다. 여러 사례를 통해 그러한 전략을 짚어보자.

1_ ‘무당파(無黨派)’가 돼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업체의 기획팀 김모 과장은 임원의 눈에 띄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의 본 업무에 주력하기보다 회사 내부 정보를 알아내 직속 임원에게 보고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보안을 지켜야 할 회사의 투자 유치 관련 정보까지도 임원에게 알려줬다. 이것이 발단이 돼 투자 유치 건은 실패했고, 김 과장은 한직 부서로 발령받는 처지가 됐다. 너무 빨리 ‘줄’을 서려고 했던 욕심이 김 과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섣불리 사내 계파에 속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능력이 탁월한 상사를 따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목적은 ‘일을 배우기 위해서’여야 한다. 상사의 ‘파워’만 보고 따라가면 실패하기 쉽다.

2_ 상사에게 복종하며 상사를 활용하라

현재 대기업 언론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원모 부장은 영업본부지점장 시절, 고집 세기로 악명 높은 본부장과의 갈등을 A-1 권법’으로 풀어냈다.

본부장은 전 부서에서 잘못된 방향의 업무 추진을 부하 과장들에게 강요하다, 과장들이 그 앞에서 술상을 두세 차례 뒤집어엎을 정도로 크게 반발을 샀던 인물. 결국 자신의 추진 방향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본부장은 사과는커녕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해 부하직원들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는 영업본부로 자리를 옮겨온 뒤 영업 현장의 실정에 맞지 않는 영업 전략을 강요했다.

이에 임 부장은 “본부장 말씀은 옳습니다. 그러나 현장 여건상 이러한 점을 보충하면 더 좋겠습니다”며 그를 설득했다. 임 부장은 “당시 내가 제시한 영업 전략은 효과가 큰 것으로 인정돼 다른 지점들까지로 확대되었고 본부장 또한 매우 흡족해했다”며 “고집 센 상사가 A를 요구하면 B를 주장하며 반발할 게 아니라, A-1을 제시하는 게 충돌을 피하면서 자기 뜻을 관철하는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상사를 이기려 하지 말라. 상사에게 등을 돌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면 설득하고 또 설득하라. 나아가 상사에게 배우기 위해 노력하라. 자주 대화하고, 자주 자문하라. 상사에게 업무 추진 상황, 의견, 불만 등을 e메일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사에게 ‘사랑받는 것’이 인사고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회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윤소연 전임연구원은 박사논문 ‘대인감정과 평가 맥락이 수행정보 처리와 수행평가에 미치는 영향’(2000년)에서 “4점이 올바른 평가점수라고 할 때 좋은 감정을 가진 부하직원에게는 6점을, 싫은 감정을 가진 부하직원에게는 3.5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_ 시련 극복의 드라마를 보여줘라

통신업체의 전략부서에서 일하는 박모 대리는 문과대학 출신으로 기술 분야엔 문외한인 데다 여성이다. 전략부서의 주류는 서울대나 MBA 학위 소지자인데, 박 대리는 비(非)서울대의 학사 졸업장만 있다. 그럼에도 박 대리는 전략부서 내에서 “일을 믿고 맡길 만하며, 같이 일하기에 즐거운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략부서의 업무 파트너는 보통 사업부서의 과장이나 차장이다. 사업부서 쪽의 직급이 더 높지만 전략부서 직원이 고압적으로 구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사실. 박 대리는 “기술적 측면 등 모르는 것투성이였기 때문에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을 낮췄다. ‘잘 모릅니다. 가르쳐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자세로 회의가 필요할 때는 먼저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밥 먹듯 야근하며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기본. 먼저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해 부서를 뛰어넘는 친분을 쌓았다.

처음 박 대리가 전략부서로 발령받았을 때 ‘얼마나 버틸까’라는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만 2년이 지난 지금 “박 대리는 여자니까 좀더 편한 부서로 옮기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시련을 견디고 이겨내는 모습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에겐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느 회사나 ‘부서 이기주의’가 존재한다. 부서장들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 부서의 아이디어를 깎아내리려는 태도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업체 최모 과장은 늘 다른 부서장들의 의견에 대해 “그거 참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개선하면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접근한다. 이 때문에 최 과장을 꺼리는 다른 부서 과장들이나 부하직원이 거의 없다.

결국 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프로젝트의 팀장 자리는 최 과장 몫이 되었다. 최 과장을 TF팀장으로 발탁한 정모 기획실장은 “최 과장이야말로 자기 부서의 이익이 아닌 회사 이익을 대변하면서 여러 부서의 갈등을 아우르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최 과장이 추진한 대로 회사의 수익구조를 변화시켰고, 그는 차장으로 승진했다. 동기들보다 3년가량 빠른 승진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상대를 배려하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열심히 듣고 열심히 이해하라. 상대의 의견을 포용한 토대 위에 자신의 주장을 세워라. 또한 상대의 스타일을 파악해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 성질 급한 상사에겐 핵심사안을 바로 보고하라. 나무는 못 보고 숲만을 보는 상사에겐 자세한 보고로 상사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어라.

5_ ‘직장인 마인드’가 아닌 ‘경영자 마인드’를 가져라

상사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여러 가지 대안을 나열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결정은 상사에게 미루는 유형. 두 번째,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대안은 무엇이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가지고 상사를 설득하는 유형. 통신업체의 정모 부장은 “두 번째 유형의 부하직원에게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첫 번째 유형은 ‘소신이 없고 책임지길 싫어하는 태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일개 부서원일지라도 자신이 경영자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기 자신이나 부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단계로 발전한다. ‘직장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부려먹기 쉬운 대상이다. 하지만 그 자세로는 승진하기 어렵다.



“사내 정치? 실력부터 키워라”

역량강화를 위한 자기계발과 직장 동료들과의 신뢰 쌓기는 ‘성공하는 직장인’의 필수덕목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차이나 스터디 클럽’의 세미나 모습(왼쪽)과 회식 중인 주니어 직장인들.

더 이상 ‘주어진 일에만 묵묵히 매진하는 직장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아니다. 자신이 장차 하고 싶어하는 일을 평소에 꾸준히 홍보하라. 그러나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평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를 꿈꾼다면 평소 관련 공부를 하면서 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라. 마케팅 부서에 빈자리가 생기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적임자로 당신을 떠올릴 것이다.

7_ 팔로어십(Followership)을 가져라

리더십에 대응되는 개념이 팔로어십이다. 즉, 리더를 잘 따르는 능력을 말한다. 팔로어(Follower)는 예스맨, 혹은 아첨꾼이 아니다. 상사의 참모이자 야전사령관이다. 상사가 지시한 바를 착실하게 실행하며 상사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어 채워주어야 한다. 인사컨설팅업체 타워스페린 송계전 부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일에 직관을 가지며 업무와 관련된 책, 정보, 동종업계 인맥과 부단하게 접촉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8_ 금방 떠날 듯한 인상을 주지 말라

혹시 입버릇처럼 “다시 대학에 진학할까” 혹은 “요즘 어떤 창업이 잘되지?”라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기업은 ‘최선의 인재’가 아닌 ‘최적의 인재’를 선택한다. 최적의 인재가 되는 첫째 조건은 장기 근속 가능성이다. 금방 그만둬 버릴 직원에게 투자하는 기업은 없다. 다니고 있는 회사나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주간동아 2005.06.14 489호 (p26~2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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