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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침묵의 문 열렸다

딥 스로트는 前 FBI 부국장 ‘마크 펠트’ … 당시 취재기자 “왜 정보 흘렸는지 지금도 의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워터게이트 침묵의 문 열렸다

워터게이트 침묵의 문 열렸다

1974년 사임을 발표하는 닉슨 대통령.

왜 내게 제보했냐고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그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33년간 지켜온 침묵이 깨졌다. 무명의 패션전문 월간지 ‘배니티 페어’의 보도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내부고발자)’가 마크 펠트(91)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임이 밝혀졌다.

이 특종 보도는 의문과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켰다. 펠트 부국장은 왜 언론에 닉슨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제보를 했을까.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보브 우드워드 부국장은 6월2일 자신과 펠트의 관계에 대해 밝힌 장문의 기사에서 “워터게이트처럼 다이내믹한 속보 경쟁이 벌어질 때는 취재원이 왜 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 “펠트가 왜 정보를 흘렸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1972년 6월17일 새벽 2시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워터게이트빌딩에서 다섯 명의 괴한이 붙잡혔다. 이들은 전직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들로 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당시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괴한들은 재선을 노리는 닉슨 대통령의 비밀공작반이었다. 당시 경력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워싱턴포스트의 경찰담당 풋내기 기자인 우드워드는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우드워드는 이 사건의 실체에 의문을 가지고 동료기자 칼 번스타인과 함께 이 사건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우드워드는 범인 수첩에 적힌 ‘하워드 헌트’란 인물을 추적하면서 평소 친분을 쌓아둔 펠트 당시 FBI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펠트 부국장은 우드워드에게 “헌트가 주요한 용의자다”고 은밀하게 말했다. 우드워드는 펠트가 준 주요 정보를 바탕으로 취재해 이 도청 사건을 백악관이 주도했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했고, 탄핵 위기에 몰린 닉슨 대통령은 74년 사임을 택했다.



권력 견제 언론의 사명 확인

13년 아이다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펠트는 42년 FBI에 입문했으며 70년대 초반부터 FBI 부국장을 지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다. 71년 그는 백악관으로 불려가 닉슨 대통령에게서 “소련과 벌일 군사협상 정보를 언론에 알려준 사람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꼬장꼬장한 수사관의 전형인 펠트는 이를 거부했고, 이 일로 인해 닉슨 대통령과의 사이에 틈이 생겼다.

펠트는 48년간 FBI 국장을 지낸 전설적 인물 에드거 후버의 심복으로, 그의 후계자가 될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72년 후버가 갑자기 사망하자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충복 패트릭 그레이 법무부 차관보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펠트의 실체가 공개된 뒤 일각에서는 그의 제보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승진 탈락에 대한 불만으로 제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를 영웅시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일부 시민들은 “정부 비리를 친밀한 언론에 흘리기보다 특별조사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게 옳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특별검사실의 수석변호사였던 리처드 벤 베니스테는 “정부의 월권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어선 안 된다”며 “펠트는 범법자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를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승진에 누락되어 불만을 품은 고위공직자는 미국에든 한국에든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펠트처럼 역사를 바꿔놓을 권력형 비리를 세상에 알리진 않는다. 워터게이트는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권력의 비리·부패를 견제하기 위한 내부고발의 중요성, 그리고 언론의 구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주간동아 2005.06.14 489호 (p14~14)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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