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5

2005.05.17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백주년기념관 방문객들 최첨단 시설에 ‘깜짝’ … 글로벌 인재 양성할 막강 인프라 ‘기대 한몸에’

  •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05-05-11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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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5월5일 열린 백주년 기념관 준공식, 려대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아트리움.(왼쪽부터)

    “돈 100원이 생기면 연세대생은 구두에 광을 내고, 서울대생은 서점에 들른다. 그렇다면 고려대생은? 막걸리를 마신다.”

    1970년대 생겨나 요사이도 회자되는 대학가 격언(?)이다. 막걸리는 고려대의 야성과 끈끈함을 나타내지만, 투박함과 촌스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풍을 빗댄 다소 고약한 노래도 있다.

    “안암골에 자리잡은 고려대학은 총장이 술꾼이라 학생도 술꾼~~ 신촌골에 자리잡은 연세대학은 총장이 제비라서 학생도 제비~~.”

    ‘영광! 영광! 연세대학’이라는 후렴으로 끝나는 이 노래는 80년대 초 연세대생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다. 촌스러움과 세련됨을 술꾼과 제비라는 단어로 은유, 두 학교의 교풍을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하드웨어에선 사학의 맞수인 고려-연세 두 대학의 촌스러움과 세련됨이 자리를 맞바꿨다. 2000년 이후 고려대의 인프라가 세계 수준에 근접한 까닭이다. 외관이 화려해졌다고 해서 저절로 알맹이가 튼실해지는 건 아닐 테지만, 겉모습의 변화는 속살을 다지게 마련이다.



    오랜만에 고려대를 찾은 이들은 혁명적으로 바뀐 안암동 캠퍼스(서울 성북구)를 보고는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최근 5년 새 새롭게 지어진 혹은 리모델링된 교사 중 고려대가 특히 뽐내는 것은 백주년기념삼성관(이하 백주년기념관)이다. 백주년기념관은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02년 10월 착공해 100주년 기념일인 5월5일 문을 열었다.

    일민박물관과 학술정보관으로 구성 … 전통과 세계 ‘접목’

    백주년기념관이 완공됨으로써 고려대는 세계 수준에 다가선 교육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학교 재단의 끊임없는 시설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고려중앙학원은 다른 대학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는 중앙광장을 만들어 고려대에 헌정했고, 백주년기념관을 짓는 데도 건축비 전액을 모금해 출연함으로써 하드웨어 혁신에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고려중앙학원은 녹지캠퍼스에 종합체육관을 짓고 있기도 하다.

    5월5일 백주년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한 김병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백주년기념관은 100년 동안의 빛나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1000년을 앞장 서 이끌어갈 고려대의 비전과 발전 의지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공간”이라며 “백주년기념관이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고려대의 요람이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기증받은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학생들의 휴게공간, 일민라운지, 백주년기념관 전경(왼쪽부터).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열람실, 일민박물관의 100년사 전시실, 학생들의 휴식공간인 삼성글로벌라운지 (왼쪽부터).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는 백주년기념관은 고풍스러우면서도 포스트모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연면적 7100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의 백주년기념관은 크게 일민박물관과 학술정보관(디지털라이브러리)으로 이뤄졌다.

    일민박물관은 ‘민족 고대’의 지난 100년을, 학술정보관은 앞으로의 ‘세계 고대’ 1000년을 상징한다는 게 장동식 관리처장의 설명이다.

    원격화상회의실·프로덕션랩 등 첨단으로 가득

    “유럽의 고딕 양식과 초현대식 아트리움이 어우러진 백주년기념관은 고려대의 현재와 미래, 과거를 상징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고, 전통과 세계가 교접하는 공간이죠. 백주년기념관은 근현대사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긴 ‘민족 고대’의 시대정신을 끌어안으면서, 민족을 넘어 세계로 비상하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일민박물관(이하 박물관)은 100년사 전시실, 역사·민속전시실, 고미술전시실, 현대미술전시실, 기획전시실로 꾸려졌다. 역사·고고·민속·미술을 망라하는 상설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은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해 약 10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정도 시설을 갖춘 대학 박물관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뽐냈다.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는 정보검색실,화상회의가 가능한 국제원격강의실,멀티미디어 제작이 가능한 프로덕션 랩 (왼쪽부터).

    학술정보관은 최첨단 멀티미디어 자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정보를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식도 체득할 수 있다. 1300석의 열람실과 인터넷 검색을 위한 300여석의 정보검색실, 420석의 멀티미디어 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는데,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한 30여개의 그룹스터디룸(4인~15인실), 3D스캐너스튜디오, 원격화상회의실, 프로덕션랩 등은 학생들이 쓰기엔 다소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독재정권 시절, 고려대생들은 고색창연한 교정에서 지랄탄의 희뿌연한 연기와 최루탄의 고약한 냄새를 막걸리로 씻어냈다. 전경에 밀려 도망쳐 오르던 언덕엔 백주년기념관이 들어섰고, 어깨를 겯고 독재 타도를 외치던 대운동장엔 고려대의 새 명물이 된 중앙광장이 들어섰다.

    호사스러운 백주년기념관에서 여유롭게 대학 생활을 즐기는 오늘의 고려대생들이 그런 과거를 기억할까. 인프라가 변한다고 해서 100년을 이어온 교풍이 변하는 건 아닌 듯싶다.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5월5일, 축제가 벌어진 중앙광장 한쪽에선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내기들이 ‘막걸리 찬가’를 부르고 있었다.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취하도록~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 같이 마시자~ 아 고려대학교~ 막걸리대학교….”

    “이게 정말 막걸리 대학 건물 맞아?”

    일반 열람석 1100개와 노트북 전용 열람석 300개를 갖춘 대열람실, 학생들의 사랑방인 그룹 스터디룸, 일민박물관의 고미술전시실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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