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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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부인 최모씨 11억원 이자와 일부 원금 미상환 … 박회장 채무까지 수협에서 33억원 빌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11-03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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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7월12일 박종식 수협 회장 취임식.

    빌린 돈을 상환 기일이 지나도록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않는데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면? 단돈 30만원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바로 신용불량자란 ‘멍에’를 써야 하는 현실에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수협중앙회(이하 수협)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이 ‘행운’의 주인공은 수협 박종식 회장(56)의 부인 최모씨(53). 최씨는 현재 통영해수어류양식수협(이하 통영양식수협)에서 빌린 11억원에 대한 이자와 일부 원금을 십수 개월째 갚지 않고도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지 않았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통영양식수협은 최씨가 두 차례에 걸쳐 대출한 9억원의 이자 연체기간이 13개월에 달하는데도 신용불량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출은 2000년 12월29일 박회장이 수협 회장직에서 물러나기 불과 며칠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아래 대출 내역 문서 참조).

    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박종식 회상의 부인 최모씨 명의로 대출된 내역. 2004년 8월 말 현재 이자 연체기간이 13~14개월에 달한다.

    원금커녕 이자 안 갚아도 신용불량자 아닌 이유는?

    13개월째 이자를 연체한 시점에서 미수이자는 1억7000만원, 연체 금액은 6억원에 달한다. 또 2001년 7월2일 역시 최씨 명의로 대출된 2억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7월 상환 기간이 만료됐지만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갚지 않고 있는 것. 통영양식수협은 이 건에 대해서도 최씨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기는커녕 담보물 회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의 관계자들은 “수협, 농협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금융기관은 이자나 원금이 30만원 이상 3개월 넘게 연체될 경우 반드시 신용불량자로 등록해야 하고 이를 어길 때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수협법은 회장이 수협에서 빌린 대출금 상환이 6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그 직을 잃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조차 상실하게 된다. 수협 주변에서는 박회장과 부인 최씨가 번갈아가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박회장이 ‘부인의 연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박회장은 이에 대해 “신용불량 등록 대상이 된 것은 몰랐으며 담보를 처분해 빨리 빚을 갚겠다”고 밝혔다.

    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수협이 운영하고 있는 바다마트 내부 전경.

    물론 수협 회장이 수협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빌리더라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박회장은 수협 회장직에 처음 오른 1995년에 18억원, 회장직에서 물러난 2000년에 25억원을 빌린 상태(부인 명의 대출 포함)였다. 다시 회장직에 오른 뒤인 2004년 10월 현재 수협에 33억원의 채무를 진 상태. 수산업경영개선자금, 중장기분할상환자금, 재정어업자금…. 박회장이 수협으로부터 대출받은 돈 대부분은 정부가 수산업 종사자에게 시중은행보다 싼 금리로 제공하는 정책자금이다. 반면 올 8월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박회장 부부의 수협 예금은 1억70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모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당연히 박회장에 대해 ‘회장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올 6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협 안팎에서는 ‘박종식 불가론’이 일었다. 감독 관청인 해양수산부도 그의 출마를 만류하고 나섰다. 전국 어업인 조직인 한국수산업경영연합회도 “회원조합 부실을 초래한 후보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수협 노동조합도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펼쳤다.

    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내 수협은행.

    그러나 박회장은 주위의 만류와 ‘압력’에도 출마를 강행했고,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검찰이 박회장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박회장은 현재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그는 97년 S토건 대표 임모씨에게 대출해주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임씨한테서 7억5000만원을 무이자 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28쪽 기사 참조).

    부당 대출 지시 혐의 … 승진시 돈 상납 소문 파다

    수협 관계자들은 박회장의 부당 대출 지시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대중 정권 당시 김대통령 측근과 친분이 있던 이모씨에게 부당 대출이 이뤄진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박회장의 지시로 이씨에게 11억원을 신용대출해 준 수협의 한 전 간부는 “당시 진급을 앞두고 있어 회장의 요구에 반대할 수 없었다”며 “결국 그 대출이 부실 처리돼 퇴직하기 전 4500만원을 수협은행에 변상했고 다른 직원들도 이 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주간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95년부터 2000년까지 박회장에게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의 돈을 건넸다는 증인 3명을 확보했다. 한 전직 수협 간부는 “자동으로 승진했다 하더라도 돈은 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지점장 생활을 했던 이모씨도 “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먼저 진급하자 2000만원을 박회장 측근에게 전달했다”며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 가운데 1000만원은 배달사고가 났더라”고 털어놓았다.

    박회장이 2000년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로비’ 명목으로 임직원들로부터 자금을 거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모금에 참가했던 전 간부는 “‘위’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를 포함한 12명의 같은 고향 출신 부장들이 400만원씩 거둬 4800만원을 만들었다. 또 그 부장들이 함께 만든 계모임 이름으로 200만원을 더해 총 5000만원을 모아 당시 박회장의 측근에게 전달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박회장은 이에 대해 “그런 적 없다. 확인해보면 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박회장 주변에서는 “설사 그가 승진 대가 등으로 돈을 받았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쓸 사람은 아니다”고 말한다. 수협 회장으로서 조직을 위해 써야 할 자금을 공식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편법으로 조성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

    수협이 박종식 회장 私금고?

    10월 초 노무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수행한 박종식 회상(왼쪽 가운데). 박회장은 2000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노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회장직 사의를 권고받았다.

    일선 수협 조합장들이 또 한번 밀어준 사건(?)

    박회장의 ‘유령 재산’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박회장은 96년과 97년 사이 수십억원을 들여 대형 선망어선을 도입하면서 어선에 대해서만 재산등록을 하고 어업허가권에 대해서는 누락시켰다. 허가 건수가 제한돼 있는 대형 선망어업허가권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매매되는 현물 자산과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박회장은 이에 대해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협 회장 선거 당일이었던 6월24일 통영양식수협 조합원들은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건물 로비에서 투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박회장이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시했다. 일부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수협 내에서는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만하다. 한 수협 관계자도 “그의 보스 기질 때문에 그를 따르는 일선 조합장들이 많고, 이는 이번 회장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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