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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볼 게 없는 게임?

盧대통령 과거사 청산 강공 드라이브 … “정치권 빠지고 전문가에게 맡겨야” 설득력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손해 볼 게 없는 게임?

손해 볼 게 없는 게임?

8·15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과거사 진상규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최근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8월15일 광복절 담화에서 ‘과거사진상규명특위의 국회 내 설치’를 제의한 것이 기폭제 구실을 했다.

노대통령은 올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만 해도 역사 청산에 대해 신중한 접근론을 피력했다. 노대통령은 당시 회견에서 과거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에서 하는 조사일 경우 어떤 권력적 방법에 의한 수사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문제들로 다시 한번 고통을 받아야 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조사 대상과 방법, 이런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노대통령이 8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과거사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인다. 심지어 우리당 일각에서도 “경제와 민생이 어려우니 시기와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과연 노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과거사 진상규명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노대통령뿐 아니라 노대통령 주변 386들의 현대사 인식이 근본적인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386인사들 가운데는 1948년 10월 출범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방해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49년 8월 해체된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민족정기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이 점이 미래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권은 이 같은 시각에 입각해 그동안 과거사 진상조사의 걸림돌로 ‘친일-독재-기득권세력’을 지목했다. 이런 세력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도 왜 지금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치권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현재의 노대통령에겐 ‘손해 볼 게 없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현재는 아테네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데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터져 우리 국민의 민족주의 의식이 고양돼 있는 시점이다. 노대통령으로선 시기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는 분석이다.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 또 보복 부를라

‘내년 정국’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잃을 경우 과거사 진상 규명 동력은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노대통령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과거사 문제로 인한 여야 간 대치는 노대통령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개혁 바람을 탄 민간단체들의 과거사 진상규명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결단을 부추긴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신행정수도 건설 등 노대통령의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노대통령의 드라이브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경제난에서 ‘과거사 문제’로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도 노대통령으로선 남는 장사다. 사실 경제난은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어서 여론이나 언론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노대통령의 좌파정책이 경제를 망친다’는 야당의 공격은 근거가 약한 것이긴 해도 노대통령으로선 ‘아픈’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거사 정국으로 공수가 교체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과거사 진상규명은 국정 과제 가운데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경제가 부담이다. 여권이 과거사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정도로 현재의 경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대통령은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말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클린턴의 3선을 원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 호황 때문이었다는 점을 노대통령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정리는 정치권이 아닌 학자를 비롯해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업화 세력’의 공(功)에 대한 평가를 도외시하는 일방적인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는 언젠가 다시 또 피의 보복을 부른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주간동아 450호 (p22~22)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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