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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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객기 산업 팔 걷고 나섰다

35석 소형 제트기 개발 야심찬 시동 … 40년 전 뼈아픈 실패 거울삼아 철저한 준비

  •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입력2004-07-30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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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여객기 산업 팔 걷고 나섰다

    2008년 취항 예정인 차세대 여객기 B7E7.

    2008년 취항 예정인 차세대 여객기 B7E7. 자동차회사 혼다가 2003년 미국 GE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 제트 여객기 ‘혼다제트’. 일본의 여객기 산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있다. 실패로 끝난 ‘YS-11’ 이후 40여년 만의 국산 여객기 개발 재도전이다. 일본은 부품 제조 기술은 뛰어나나 채산성에 자신이 없어 그동안 보잉 등 거대 여객기 제조사의 하청 생산을 맡아왔다. 현재 세계 여객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사와 이에 맞서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국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에어버스사로 양분된 상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항공산업에서만큼은 한참 뒤진 셈이다. 얼마나 팔 수 있느냐는 대목에 자신이 없어 빚어진 현상이다. 물론 실상을 살펴보면 하늘을 오가는 여객기의 상당수 부품이 일본제다. 보잉사의 B767의 경우 부품의 15% (작업량 기준)가 일본제다. 1990년대에 개발된 신형 B777은 21%로 더욱 올라간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형으로 2008년부터 취항 예정인 B7E7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높아져 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으로 하여금 여객기 산업, 특히 소형여객기 산업에 대해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독자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상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지원 ‘경제산업성’이 주도

    日, 여객기 산업 팔 걷고 나섰다

    자동차회사 혼다가 2003년 미국 GE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 제트 여객기 '혼다제트'.

    일본 정부는 올 들어 미쓰비시중공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순일본산 첫 소형제트여객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산업성 자문기구인 산업구조심의회 산하 항공기우주산업분과회 항공기위원회에 전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소형여객기 개발추진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는 항공 관련업계 인사는 물론 상사, 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인사 20인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위는 소형여객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과제와 계획 추진 상황, 여론 환기 방법 등을 토의하고 공항으로 대표되는 사회기반 정비 등 정부 지원과제를 검토한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과거 민간항공 산업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각 성•청간 협의회를 여는 등 야무지게 준비하고 있다.

    35좌석 정도 규모의 소형 제트여객기 개발은 민간과 정부가 절반씩, 총 500억엔(약 5000억원)을 들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7년도에 시험비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주 개발 기업이며 후지중공업도 참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업의 독자개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정상을 다투는 자동차회사 혼다는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2003년 12월 ‘혼다제트’ 첫 비행에 성공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778km, 미 제너럴일렉트릭(GE)사와 공동으로 엔진을 개발했다. 혼다자동차는 또 미국에서 단발 프로펠러기를 시험 중이다.

    그러나 이런 일본은 뼈아픈 여객기 개발 실패 역사를 갖고 있다. ‘YS-11’은 64인승의 중형 쌍발 프로펠러(터보 프로펠러)기로 1962년부터 10년 동안 총 182대가 제조됐다. 짧은 거리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현재도 기체는 사용 중이다. 일본 민간 9기, 자위대 등 정부기관 30기, 외국 28기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YS-11은 판매 면에서 대량 수요를 가진 국가에 진출하기 어려운 후발주자였기에 결국 실패했다. 여러 나라에 조금씩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수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분야에서 문제가 누적돼 360억엔의 적자가 쌓인 상태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YS-11 개발팀은 1966년 1월 항공자위대 차기수송기 C-1 기본설계를 담당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항공기공업(현 가와사키중공업) 등 항공회사에서 150여명의 기술자가 모여 5년간 개발한 끝에 71년 3월 말 방위청에 납품 1호를 기록했다.



    항공업계 소형기 다빈도 운항 추세

    日, 여객기 산업 팔 걷고 나섰다

    일본의 여객기 부품제조 기술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높다. B777 여객기 부품의 21%가 일제다.

    일본은 민간항공기 사업 분야에서 수지를 맞추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군사 분야 응용을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방위청은 미군이 1972년 오키나와를 반환하기 전 행동반경 700해리 이내의 항공기 독자개발을 서둘렀던 것이다. 세계 항공기업계는 현재 격렬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잉사 등이 일본기업의 비행기 부품 담당 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도 항공기의 개발, 생산 리스크를 한 기업에 부담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에서다. 그럼에도 일본이 순국산기 개발을 새롭게 추진하고 나선 데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의 항공기 생산 수리실적은 1990년 800억엔(8000억원)대에서 2003년 1000억엔(1조원)대로 증가했다. 방위청 특별수요가 600억엔, 민간수요와 수출이 400억엔대다. 또한 일본 내 신공항이 잇따라 개항하고 있는 점도 이용객 증가에 따른 소형기 수요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아이치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내년 2월 중부국제공항이 개항하는 데 이어 고베공항도 문을 연다. 또한 2006년에는 기타큐슈공항, 시즈오카공항이 탄생한다. 중부국제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같은 터미널을 이용해 환승이 편리하다. 나리타공항이나 간사이공항에 비해 착륙료도 싸 국내선 운행 수가 많은 국제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일본 항공회사들은 국내선 운임이 갈수록 낮아지자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운행 중심을 옮기고 있다.

    日, 여객기 산업 팔 걷고 나섰다

    B767 여객기 부품의 15%가 일제다.

    이렇게 되면 중부국제공항과 일본 지방을 연결하는 셔틀기 기능을 갖춘 소형기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항공업계 추세를 보아도 대형기 위주에서 소형기에 의한 다빈도 운항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소형여객기 제조분야에서는 캐나다의 본발디아사와 브라질의 엔브라엘사가 양대 세력이다. 엔브라엘사의 신형기 주익 부품은 가와사키중공업이 설계, 제공한 것이며 엔진 역시 일본의 한 회사가 공동개발에 참가했다. 가와사키중공업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진출할 태세다. 현재 일본 국내 지방노선에는 왕성한 수요가 있으나 활주로 이용한계에 따른 이착륙 제한과 비싼 착륙료가 이를 억제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문제가 해결돼 이착륙 대수가 늘어나면 지방노선의 승객 증가에 맞춰 항공기의 소형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일본 항공사들은 대형기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단위비용을 낮춰왔으나 이는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지방노선 확충을 포함해 아시아노선 등 국제선에도 100좌석 전후의 소형항공기 수요가 증가할 경우, 소형항공기 개발은 채산성이 있다. 일본의 소형항공기 산업 재도전은 국내외 항공업계의 변화를 읽은 끝에 나온 승부수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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