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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형병원의 '사기'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대형병원들 면역약화 환자 ‘봉’ 취급 … 하루 1만2614원이 비보험 상급병실 명목 수십만원 받아 부당 폭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각대학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대형병원들이 하루 1만2000원의 격리실 입원료만 내면 되는 면역억제(면역약화) 환자들에게 매일 수십만원에 이르는 상급병실(1~2인실) 입원료를 받으며, 부당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소비자단체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상급병실에 격리되는 면역약화 환자가 매년 최소 10만명이 넘는 점으로 미뤄 대형병원들이 비보험인 상급병실료 명목으로 중증 환자들한테서 얻어내는 부당 이득이 매년 수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건강보험요양급여 비용 기준의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을 통해 △면역이 억제된(떨어진)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환자로부터 격리한 경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전염성 환자 △3도 이상으로 36% 범위 이상의 화상환자 △에이즈 환자 등에 대해 일반 상급병실 입원료가 아닌 격리실 입원료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또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은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 중 ‘면역약화’ 정도에 대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자체 심사기준(지침)에 격리실 입원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격리기간을 적시해놓고 있다. 이는 각 대학병원의 무균실 또는 격리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면역약화 환자들이 일정 정도 격리 조건을 갖춘 일반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데 따른 입원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환자의 격리를 위해 사용하는 상급병실(1~2인실)의 입원료는 보험 적용 폭이 극히 작아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다. 다인실(6인실 이상)은 환자 본인 부담금이 하루 8000~9000원인 반면, 2인실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경우 10만~1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1인실은 20만~30만원 수준으로 최고급 호텔의 하루 숙박료와 맞먹는 금액. 1~2인실을 번갈아 쓴다 해도 한 달 입원하면 병실료만 450만원에서 700만원에 이른다.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수시로 입원해야 하는 백혈병 등 각종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빚에 쪼들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심지어 자살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높은 병실료와 무관치 않다(오른쪽 상자기사 참조).

하지만 격리실 입원료는 대형병원의 경우 6만3070원으로 이중 환자 본인 부담금은 1만2614원이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보험으로 지급한다.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적용 폭이 큰 다인실과 다를 바 없는 가벼운 부담이다. 반면 병원 입장에서는 상급 병실료를 격리실 입원료로 적용할 경우 수입이 최고 80% 이상 줄어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2003년 11월 백혈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박민지씨(26). 그녀는 ”부당한 병실료를 환급받으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서울대병원과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심사평가원이 격리실 입원료 산정 대상으로 정한 환자는 면역력의 지표(면역수치)가 되는 ‘ANC(절대호중구수) 또는 AGC(절대과립구수)’가 500/mm3 이하인 경우로, 이중에는 중증 백혈병 환자처럼 스스로 면역력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항암제를 맞거나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등 인위적 치료행위로 약화된 경우다. 특히 골수이식으로 불리는 조혈모 세포이식 등 각종 장기이식 환자들은 이식수술 후 면역력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대부분 환자가 무균실이나 격리실로 보내진다. 실제 골수이식 환자의 경우 전체의 10~20%가 수술 후 사망하는데 그 절반 정도는 감염에 의한 사망자다.



문제는 각 대형병원들이 상급 병실료 수입을 포기하지 못해 면역약화 환자들의 입원료를 격리실 입원료로 산정하지 않고 비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들 중 자신이 사용한 상급병실의 입원료가 격리실 입원료로 보험처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매년 10만명 환자 … 중산층도 버거운 입원료

‘주간동아’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이식으로 입원한 건수는 모두 2938건으로 이중 격리실 입원료가 적용된 경우는 단 54건에 불과했다(전산매체 청구분). 이는 이식환자 대부분이 수술 직후 무균실, 또는 격리실로 보내지는 관행으로 볼 때 각 병원들의 입원료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A의대 혈액종양과 유모 교수는 “이식수술 후 환자의 격리가 감염 방지에 얼마나 유용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이식환자들은 보통 2개월가량 무균실 또는 격리실을 이용하는 게 우리 병원계의 관행”이라며 “특히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환자는 무균실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서울대병원이 격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백혈병동 앞. 하지만 이곳은 격리실과 같이 면회자와 출입자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환자의 입원건수 998건 중 격리실 입원료가 적용된 것은 단 19건밖에 없으며,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의 입원건수(576건) 중에는 29건만이 격리실 비용이 산정됐다. 그 외 장기이식 환자의 입원건수 1364건 중 신장이식 환자는 단 한 건, 간이식 환자는 5건만 격리실 입원료를 인정받았다. 이식환자 대부분이 두 달씩 격리병실을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각 대형병원들은 이식환자들의 격리실 입원료를 1인실 상급병실 입원료로 계산함으로써 지난해만 수백억원의 이득을 취한 셈이다.

또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도 이상 화상환자의 입원건수는 1655건이었으나 격리실 입원료가 산정된 건수는 단 한 건에 그쳤다. 물론 ‘신체 중 36% 범위 이상에 화상을 입어야 하고, 진료에 반드시 필요할 때’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지난해 이 조건에 맞는 환자가 단 한 건밖에 없었을까.

더욱이 장기이식이나 화상과 같은 질환은 통계에 잡히는 질환이지만 백혈병이나 각종 암과 같이 환자의 면역력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에는 통계조차 잡기 힘들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다인실의 비중이 적어 면역수치와 관계없이 무조건 상급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대형병원 병상 회전 시스템에서 환자들은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입원료를 정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격리실 입원료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고, 스스로 병실료를 깎아주는 ‘친절한’ 병원은 어디에도 없다. 각 대형병원들은 “이런 기준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지만, 복지부는 “대형병원에 이런 기준을 모두 배포했으며 이들 병원이 이 기준을 모를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장기이식 2938건 중 54건만 적용 횡포 심각

여기에다 올 들어 대형병원의 횡포에 맞서 자신이 부당하게 낸 상급병실 입원료를 돌려받은 격리실 입원 환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형병원의 이런 변명은 더욱 궁색해졌다. 물론 이중에는 아직도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도 있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심사평가원으보부터 상급병실료를 환불받으라는 통보서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박민지씨.

지난해 11월 어머니 전모씨(55)를 급성 백혈병으로 잃은 박민지씨(26·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전씨는 죽기 전인 2002년 8월 말 서울대병원 백혈병 병동(101병동)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으면서 자신의 1~2인실 입원료가 격리실 입원료로 인정받아 보험이 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101병동은 일반인이나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출입자의 소독과 감염을 막기 위한 각종 시설 및 물품을 구비해놓음으로써 격리실과 마찬가지 구실을 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이 병동을 ‘격리병동’으로 부르고 있다.

전씨는 2002년 6월 항암치료를 위해 처음 입원하면서 50일간의 입원료 명목으로 186만원을 병원 측에 지불했다. 9000원만 내면 되는 6인실에만 있었으면 전씨가 내야 할 입원료 총액은 45만원이지만 1~2인실을 왔다갔다하면서 입원료가 크게 불었다. 전씨는 면역수치가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에 맞는 기간 동안의 상급병실료의 환불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그렇지만 병원 내규가 만들어지지 않아 환불이 힘들다”며 거절했다. 전씨는 재차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그러는 사이 2003년 4월까지 4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입원기간은 150일가량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입원료(400만원)를 비롯한 진료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전씨는 2003년 4월 1종 의료보호대상자로 지정됐지만 1~2인실 병실료는 줄지 않았다. 상급병실료는 의료보호 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후 백혈병이 악화되면서 전씨는 2003년 4월부터 11월20일 퇴원 전까지 3차례 입원했고 상급병실료만 753만원이 나왔다. 250여일의 입원 기간에 전씨는 입원비로만 1200여만원을 낸 셈이다.

전씨는 퇴원 9일 만인 2003년 11월29일 세상을 떠나면서 딸 박씨에게 “내가 환불받지 못한 병실료를 반드시 받아내라”는 유언과 함께 1년 5개월간의 투병기간에 모아놓은 입원 관련 자료들을 건네주었다. 그중에는 매일 병원 측이 기록한 면역수치도 있었다. 박씨는 이를 근거로 병원 측과 싸움에 들어갔고 7개월간의 실랑이 끝에 7월9일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서울대병원 측에 과다징수한 상급병실 입원료를 돌려주라고 통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박씨의 머러니가 모아 놓은 증거물

하지만 서울대병원 측은 “전씨의 입원 상황을 격리상태로 인정할 수 없으며, 면역수치 자체도 기준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가 더 많다”며 “심사평가원에 이의를 신청할지, 환불을 해줄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기준보다는 의사의 판단이 먼저라는 게 서울대병원측의 주장이다. 박씨는 “서울대병원 측이 환불을 거절할 경우 병실료 환급소송은 물론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소송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병원이 있는 반면 부산의 모 대학병원은 환자가 환불 요청하자 바로 부당하게 거둔 상급병실료를 돌려줬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2001년 11월 초부터 2002년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120일 동안 1~2인실에 입원했던 김모씨(27·여)는 지난 3월 병원 측으로부터 입원비 1000여만원 중 330만원을 돌려받았다. 지난 1월 김씨에게서 민원을 받은 병원 측은 김씨의 진료 차트를 검토해 김씨가 입원 중 면역수치가 500/mm3 미만이었던 35일간의 특실, 1인실 입원료 전액을 환불했다. 김씨는 “앞으로 계속 치료받아야 하는 처지라 병원 이름과 내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문제는 이 병원이 아직도 환불을 요구하지 않으면 격리 환자에게 상급병실료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실료 사기 쳐 중환자  벗겨먹는다

중환자들은 난치병에 울고, 호화 호텔비보다 더 비싼 상급병실료에 또 한 번 운다.

입원료 산정기준 무시 처벌 규정 없어

또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항암치료를 위해 서울 강남의 K병원 1~2인실에 4차례에 걸쳐 60일간 입원했던 김모씨(55)는 이미 지난해 11월 총 입원기간 중 면역치수가 낮게 나와 격리실 입원료 산정 대상이 됐던 20일간의 상급병실료 220만원을 모두 환급받았다. 김씨의 사위 이모씨(36)는 “병원 측과의 실랑이는 있었으나 기준을 제시하니 순순히 환급해줬다”고 밝혔다. 물론 K병원도 아직 스스로 면역수치를 따져가며 격리실 입원료를 산정해주지는 않는 상태다.

한국질환단체총연합 권성기 공동대표는 “비록 1년에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백혈병, 암환자 등 면역약화 환자들이 1년에 상급병실 입원료로 최소 200만원만 낸다 가정해도 각종 암환자 50만명 중 본격적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매년 10만명에 이르는 만큼 대형병원들이 부당하게 징수하는 금액은 20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모두 대형병원의 잘못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대형병원들은 심각한 재정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환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실제 환급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모든 대형병원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복지부의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을 무시하는 이유는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법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기준은 단지 기준일 뿐 법이나 고시가 아니지 않느냐”며 “환자를 격리하라는 판단기준도 궁극적으로 법이 아니라 담당 의사의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급여로 지급되는 격리실 입원료가 지금의 5만원에서 1~2인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도 과연 대형병원들은 이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인가? 결국 대형병원들의 장삿속에 중증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해결해야 할 복지부는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상급병실료와 관련해 올린 질의문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 446호 (p12~1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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