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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쇠망치 살인의 충격

‘작은 주의’가 큰 범죄 막는다

범죄 예방은 어떻게 … 2인 귀가·방법 시설 보강 등 사전에 가능성 줄이는 게 최선책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작은 주의’가 큰 범죄 막는다

‘작은 주의’가 큰 범죄 막는다

여름철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은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2003년 2월, 광주시 북구 우산동 모 여관에서 박모씨(30)가 인근 다방에 전화를 걸었다. 차 배달을 나온 종업원 김모양(19)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박씨가 묵는 방으로 들어갔다. 김양은 갑자기 성폭행범으로 돌변한 박씨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했으나 흥분한 박씨는 김양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그 바로 한 달 전 광주ㅅ; 남구 월산동 모 여관에서 20대 초반과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3명이 다방 여종업원 한모씨(20)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현금 등 6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엽기적 살인마 유영철씨의 잔혹한 범죄 행위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이 사건 후 경찰이 내놓은 대응책은 ‘여럿 남자가 투숙했을 때는 배달을 자제하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술 취한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잇따른 한 지방의 경찰서가 고민 끝에 내놓은 대응책은 ‘술이 취해도 비틀거리며 걷지 말라’는 것이었다. 취한 술이 번쩍 깨는 완벽한(?) 범죄대처 요령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하는 범죄는 사람을 늘 따라다닌다. 범죄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더욱 대담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26명을 죽였다”는 유영철씨의 인면수심은 21세기 범죄 잔혹사가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고 있음을 일깨운다.

그러나 경찰 등 공권력의 대응은 ‘아날로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경찰이 무능하거나 게으른 탓이 아니다. 범죄 속성상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죄예방 요령’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그러나 ‘범죄대피 요령’은 없다. 범죄예방 요령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말한다. 반면 범죄대피 요령은 범죄 현장에 범인과 ‘일전’에서 이길 수 있는 각종 노하우를 말하는 것이다.

상황 발생 땐 속수무책 … 응전 방법도 익혀둘 만



경찰청 한 관계자는 “범죄대피 요령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경찰청 초급간부 K씨는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은 범죄 과정에서 수시로 목표나 목적을 바꾼다”며 “재물을 노리는 범인에게 지갑을 던져주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지만 범인의 의도를 잘못 읽고 도망갈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상황이 발생하면 범죄를 막기는 거의 불가능해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경찰은 작은 관심이 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밤늦게 남의 눈에 띄는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을 피하면 성범죄 대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늦게 귀가할 경우 집 앞까지 차를 이용한 뒤 전화로 가족을 불러내 함께 집에 들어가면 범죄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

이번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한 유흥업에 종사하는 직업여성들의 새벽 귀가 길은 2명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안전하며, 자주 범죄 대상이 되는 원룸의 경우 출입문 환풍구 창문 등에 방범시설을 보강하면 범죄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필요하면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하고, 무인 경비업체 가입을 고려해본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범죄를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IQ 148의 유영철씨 같은 지능적인 범죄자들은 이런 예방 조치의 허점을 쉽게 건너뛴다. 이럴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대화를 해 시간을 벌거나 범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퍼런 칼을 들고 복면을 한 상대방에게 “얘기 좀 하자”고 할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논리에 의지할 필요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성폭행 의지가 있는 범인과 맞닥뜨렸을 경우 두려운 눈빛을 보이지 말고 임신 중, 생리 중이라고 말하면 범인의 의욕을 약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소리를 질러 주변에 알릴 수도 있고 상대의 눈 또는 목젖을 찌르거나 사타구니를 힘껏 찬 뒤 도망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응전은 ‘일격필살의 수’여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생명과 직결되는 엄청난 보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4.07.29 445호 (p24~2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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