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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경영 덕, 안 되면 시장 탓인가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두 얼굴 … 스타 CEO 모습 간데없고 부실 증가 책임 회피 역력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잘되면 경영 덕, 안 되면 시장 탓인가

잘되면 경영 덕, 안 되면 시장 탓인가

김정태 국민은행장(왼쪽 사진 왼쪽)이 주택은행장 시절인 2000년 10월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식을 지켜보면서 기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동아일보와 한국IBM BCS가 공동으로 기획한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 주주 부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정태 행장의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이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김행장은 2001년 11월 국민·주택은행 통합 이후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회계 기준에 의한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을 도입하는 등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는 김행장에게는 여간한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4월 말부터 시작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종합검사와 관련해 금융권 안팎에서 “감독 당국이 올 10월 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김행장을 흠집내 자연스럽게 퇴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금감원 검사는 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는 끝났고, 금감원 내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늦어도 8월 중에는 검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개인 주가만 높인다” 비난

이와 관련,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김행장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행장이 ‘이헌재 경제부총리 인맥’으로 통하는 국민은행 임원 출신의 모 인사를 통해 감독 당국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가 파다한 상태”라고 전했다. 오로지 ‘시장’의 감시와 감독만 중시하며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장사꾼 은행장’으로 평가받던 김행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사실 김행장은 그동안 감독 당국에게는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지난해 말부터 LG카드 사태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해 ‘국민경제’가 아닌 ‘은행경영’만 우선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정경제부 일각에서는 6월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요 금융기관장과 한 간담회에서 “개별 회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지만 동종 업계가 함께 직면하는 시스템 리스크에 공동 대처하는 체제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김행장의 이런 행태를 지목해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정부가 ‘김정태 손보기’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2월12일 국민은행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국민은행 경영에 개입할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당시 정부 보유 지분 8.15%(2742만3761주)를 주당 4만3424원, 총 1조3297억원에 낙찰받아 현재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이 물량을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태.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김행장이 2001년 통합 이후 경영 혁신을 많이 했지만 실제 ‘장사’를 잘했느냐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행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은행 주주의 몫”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은행 주주 구성은 자사주가 8.92%로 가장 많고 ING 3.78%, 골드만삭스 1.14% 등이다.

이런 점에서 김행장으로서는 최근 들어 국민은행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점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한계가 드러난 김행장의 경영 능력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행 노조에서는 “김행장이 언론 등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CEO 개인의 주가만 높이고 있다”고 비난한다.

잘되면 경영 덕, 안 되면 시장 탓인가

3월24일 주총장 입구에서 김행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 노조원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올 3월 주총을 앞두고 “지난해 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김행장이 경영 성과급 100%를 받은 것은 난센스”라면서 경영진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주택은행장 출신의 김행장에 대한 국민은행 노조의 ‘깎아내리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구 국민은행 및 주택은행 노조는 아직 통합되지 않았다).

과거 국민은행 주가는 ‘스타 CEO’ 김행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김행장은 그동안 자신을 밀어내려는 내·외부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시장의 평가’를 무기로 방어해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민은행 일각에서 제기됐던 ‘영남 행장론’을 진압할 수 있었던 무기도 바로 시장의 신뢰였다. 이 때문에 최근의 주가 하락과 관련,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올 10월 연임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주가는 1월12일 5만600원까지 치솟았다가 6월25일 현재 3만5800원으로 내려앉았다. 6개월도 안 돼 29.2%나 하락한 셈이다. 4월26일 이후 국내 대표주들이 일제히 하락하긴 했지만 하나은행이나 신한지주에 비하면 낙폭이 상대적으로 심한 편이다.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불가설 ‘솔솔’

또 외국인 주주 비중도 올 들어 가장 높았던 4월28일엔 76.14%였으나 6월21일 기준으로 75.85%로 빠졌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올 초 37.85%에서 63.27%로 거의 두 배나 올랐고, 신한지주 역시 51.96%에서 65.73%로 상승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민은행을 외면하고 하나은행이나 신한지주로 말을 갈아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할 것도 없이 내수 경기 위축으로 ‘서민은행’ 기능을 해온 국민은행의 부실이 늘면서 외국인 주주들이 국민은행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증가는 김행장의 경영 방침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가계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드라이브 정책이 연체율 및 연체금액의 증가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도 문제를 가져와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김행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김행장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부자’ 고객이 많은 하나은행이나 신한지주와 달리 국민은행이 직접 타격을 입은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내수 위축을 예측하고 고객 구조를 바꾸려 노력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소프트랜딩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잘되면 경영 덕, 안 되면 시장 탓인가

1월9일 LG카드 회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 금융기관장 회의에 참석한 김정태 행장(오른쪽에서

이 관계자는 또 김행장이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 부실이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대출해줄 만한 곳은 가계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또 가계 대출 부실을 예상하면서도 갑자기 몸을 빼지 못한 이유는 국민은행까지 나서 가계 대출을 정리한다고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변명’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법하다. 당시 상황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억지로 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한 간부는 “김행장이 결국 ‘스타 CEO’로 뜬 이유도 외환위기라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가 불리할 때는 외부 여건 탓으로 돌리는 것은 CEO로서 떳떳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는 비난을 받을 법하다는 것.

또 통합 이후 김행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주택은행장을 처음 맡았을 때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은행 경영에서도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는 등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것. 한 간부는 “가령 통합 이후 김행장이 인적 구조조정을 제대로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어쨌든 김행장으로서는 현재 상황이 1998년 주택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최대의 시련기인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442호 (p44~45)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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