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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평당원에게 따귀 맞은 슈뢰더 “…”

獨 지방의회 출마 50대 ‘철썩’ … 사회보장 축소 개혁 국민들 불만 대리 표현(?)

  •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hanmail.net

평당원에게 따귀 맞은 슈뢰더 “…”

평당원에게 따귀 맞은 슈뢰더 “…”

슈뢰더 총리.

5월 중순, 독일의 남부 도시 만하임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6월에 있을 지방의회 선거 지원을 위해 지구당을 방문한 슈뢰더 독일 총리가 한 평당원한테 뺨을 맞는 사건이 일어난 것. 200여명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 독일 최고 실권자의 왼쪽 뺨을 가차없이 때린 사람은 옌스 암모저. 52살의 나이로 과거에 교사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뚜렷한 직업 없이 연금에 의존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올 2월18일 여당인 사민당(SPD)에 입당한 뒤 독일 서남부의 작은 마을 에렌키르헨 의회 선거에 입후보했다. 사민당이 그에게 부여한 번호는 7번. 독일 선거제도상 당선 전망이 별로 높지 않은 순위다. 그렇다면 그가 슈뢰더 총리를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가격한 사건은 가망 없는 공천을 받은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일까? 사건 직후 구금돼 며칠 동안 경찰 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그가 얼마 전 당당히 다음과 같이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옌스 암모저 “내가 한 일 자부심”

“내 행동이 무례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잘못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상관 않겠다.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맞서야 한다는 그의 위험한 발상이 이 황당한 사건의 원인이었다.



독일 서남부 장크트울리히라는 시골 마을의 원룸 아파트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온 옌스는 그곳에서 남몰래 조용히 이웃을 섬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외출을 즐기지도 않았으며, 가끔씩 직접 구운 빵을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 집 문 앞에 놓아두는 모습 정도만 사람들 눈에 띄었을 뿐이다. 심지어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도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세상에 대해 문을 걸어 닫고 고립된 생활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TV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국회에서 어떤 안건들이 처리됐는지, 또 계속되는 경제불안과 끝없이 치솟는 실업률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집 주인은 “암모저는 특히 지난 연말 슈뢰더 정부가 퇴직자 연금 축소안을 강행할 때 몹시 분개해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매우 발달한 나라다. 독일에는 의료보험뿐만 아니라 실업자수당, 자녀수당, 주택수당, 교육비 지원, 퇴직자 연금 등 사회 약자들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재정 지출에 대한 국가의 부담은 엄격한 조세제도에 의해 상쇄돼왔다. 즉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냄으로써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살 수 있게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굴러가던 사회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가 과거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하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수가 늘어났다. 국가 수입의 원천은 줄어든 반면 실업수당 지출 부담은 커진 것이다. 거기다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연금을 수여할 퇴직자는 날로 늘어났다.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의료보험 재정의 관점에서도 역시 부담의 증가와 직결된다.

단번에 유명인사 당선 유력

이렇게 과도한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적체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뢰더 정부는 올해부터 연금, 의료보험, 조세제도의 대개혁을 단행했다. 슈뢰더가 총리직을 걸면서까지 밀어붙인 개혁의 골자는 ‘수혜자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의료보험의 경우 예전에는 보험에 가입돼 있기만 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을 때 본인이 써야 하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갈 때마다 일정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실업수당을 받는 절차는 더 까다로워졌고, 퇴직자 연금 및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은 크게 줄어들었다.

평당원에게 따귀 맞은 슈뢰더 “…”

독일의 노년층은 젊은 시절 성실하게 납세하고서도 약속된 연금을 받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원래 사민당의 정강정책은 이와 반대로 더욱 광범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소득의 균등분배를 추구하는 것이었지만, 경기 불황 속에서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견디지 못한 슈뢰더 정부가 야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이 주장해오던 정책을 자기들이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특히 젊은 시절 성실하게 납세하고서도 노년에 약속된 만큼의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노년층의 불만과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 결과 정치인 여론조사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던 슈뢰더의 지지도는 10위권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독일 최고의 권력자 슈뢰더에게 따귀를 올려붙인 옌스 암모저의 경우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독일어와 수학 교직과정을 이수한 교사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교생 실습까지 끝냈지만 불러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때부터 방랑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베를린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이후 다른 도시로 가 학부모들에게 조개와 바다에 관한 교양지식을 가르치기도 했다. 재교육의 일환으로 컴퓨터를 배워 자격증을 땄지만 역시 일자리는 없었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구 동독의 공무원들을 재교육하는 일을 맡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그와 피교육생 모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 뢰라크 등을 다니면서 소소한 일들을 계속 해왔지만, 끝내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했다. 결국 43살이 되던 1995년부터 일자리 찾는 일을 완전히 포기하고 실업자수당과 연금에 의존해 살아왔던 것. 그는 “수능시험을 봐라” “대학을 졸업해라” “재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라”라고 말해놓고서 시간이 지나자 “너에게 줄 일자리가 없다”고 발뺌하는 사회가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또 그러한 사회모순과 구조적 악의 중심부에 국민의 형편에 대해 무관심한 정치인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도 슈뢰더에게 큰 기대를 걸었고 집에 틀어박혀 TV를 보면서 슈뢰더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귀담아들었다. 그러나 슈뢰더가 내건 공약들이 식언으로 드러나자 “저 형편없고 멍청한 사상 최악의 총리”를 끌어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올해 초 사민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슈뢰더를 당내에서 꺾겠다던 결심은 이상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자명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에게 고발장이 날아왔고, 그는 명예훼손과 신체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통상 이런 경우 1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벌금형이 내려진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소득도 있었다. 무명인사에 불과했던 그가 이번 일로 단번에 유명인사가 돼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만일 그가 당선된다면 이는 슈뢰더 정부의 최근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항거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암모저 못지않게 슈뢰더 총리와 그의 내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439호 (p46~48)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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