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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기적의 물질 ‘석면’ 이제는 천덕꾸러기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기적의 물질 ‘석면’ 이제는 천덕꾸러기

석면(石綿ㆍasbestos)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인체에 해로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후진국에서는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건축재다. 불에 타지 않고 절연성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쓰임새가 대단히 많을 뿐 아니라 자동차 브레이크에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석면은 마그네슘과 규소를 포함한 광물질이면서도 솜처럼 부드럽다. ‘돌 같은 목화’란 뜻의 이름 ‘석면’이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석면이 먼지 형태로 사람 몸에 들어오면 치명적 질병의 원인이 된다. 폐 속에 쌓일 경우 만성기관지염과 석면폐증(塵肺症), 폐암을 일으키게 된다. 당연히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사용을 금지시키는 추세다. 1980년대 이미 북유럽 국가를 시작으로 99년 유럽연합(EU)의 13개국에서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그 단계까지 환경에 관심을 쏟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석면의 영어 이름인 ‘아스베스토스(asbestos)’는 자연 상태로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싸는 옷으로도 사용되었을 정도며, 우리 기록에는 석면과 관련하여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실학자 이수광(李目卒光ㆍ1563~1628)이 편찬 한‘지봉유설(芝峰類說)’에 ‘화완포(火浣布)’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석면이다. 화완포란 ‘불로 빨래하는 포목’이란 뜻이니 아주 그럴듯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수광은 화완포에 대해 두 가지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남쪽 바다에 화산이 있는데, 사시장철 계속되는 불꽃 가운데서도 타지 않는 나무의 껍질로 짠 포목이 바로 화완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시 화산을 말하면서 ‘그 화산에는 새와 짐승, 풀과 나무가 모두 불 속에 산다. 그 나무껍질과 새털로 짠 베가 화완포’라고 했다. 이수광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써놓고 있다. 그는 다른 자료에서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의 고대 문헌 ‘열자(列子)’에 이미 화완포가 나온다. 화완포는 더러워져도 불에 넣고 빨아 털기만 하면 눈처럼 희게 변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 후 실학자 이익(李瀷ㆍ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도 화완포가 등장한다. 아예 한 개의 항목으로 따로 구분해 제법 길게 화완포를 설명하고 있는데, 앞에 말한 열자의 기록과 그 밖의 많은 중국 기록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익은 과연 화완포가 이런 기록에 있는 것처럼 불 속에 사는 식물의 껍질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그 속의 동물의 털에서 뽑아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 다음 결론으로 애유략(艾儒略)의 ‘직방외기(職方外紀)’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애유략은 중국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Julius Aleniㆍ1582~1649)를 가리킨다. 이익은 “그는 화완포가 불 속에 사는 동식물이 아니라 광물에서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하는데, 서양인들의 지식은 이런 일을 ‘실제 경험하여’ 얻은 것이니 믿을 만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석면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반백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세계가 모두 그 놀라운 물질을 찬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인지의 발달에 따라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달라지는 일이 석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67~67)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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