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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데이트 상품? 알고보니 가짜

스타와 만남 미끼로 일본서 한류여행 상품 사기 판쳐 … 스타 이미지 깎고 나라 망신도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배용준 데이트 상품? 알고보니 가짜

배용준 데이트 상품? 알고보니 가짜

한류 스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팬들.

얼마 전 ‘주간동아’로 한 일본인한테서 이상한 문의가 들어왔다.

“나는 ‘욘사마(배용준의 애칭)’의 열렬한 팬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6월4일 서울에서 열리는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관광상품을 판다. 대종상 영화제의 ‘스캔들’ 상영회 때 욘사마가 참석하고, 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런데 욘사마 쪽에서는 이런 스케줄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해 혼란스럽다. 또한 시상식 때 일본 관광단이 주연상 수상 배우에게 선물과 꽃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고 한다.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것이 대강의 내용이다. 상식적으로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대종상 시상식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상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이야기가 일본의 한류(韓流) 팬들 사이에서 떠돌게 된 것일까.

대종상 주최 측과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일본의 한 연예 에이전시(대표는 한국인)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상품을 판 것은 사실이었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워낙 거세다 보니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종상 시상식 참가상품이 기획됐고, 순식간에 참가 희망자가 600명을 넘어선 것. 또 ‘스캔들’ 상영회 때 남자 신인상에 올라 있는 배용준이 참석할 것이며, 스타들과 사진을 찍거나 대화할 수 있다고 광고까지 했다고 한다.

대종상 시상식서 배용준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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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종상도 한류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2005년부터는 아예 아시아권 행사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대종상 사무국에서는 “‘믿을 만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와 관광회사에서 찾아와 한국 스타들이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대종상에 ‘아시아 스타상’을 제정하고, 일본인 관광객들도 참석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좋은 생각이다. 만들도록 알아보겠다’고 대답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업체가 일본에서 배용준 팬 미팅, 대종상 스타와 사진촬영 등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한 사실을 알고 대종상 사무국에서는 크게 당황했다. 게다가 배용준 소속사에서도 “전혀 들은 바 없는 일본 관광객 팬 미팅이 무슨 말이냐”며 대종상 주최 측에 ‘문의’를 해왔다.

대종상 사무국에서는 해당업체에 ‘왜 과장광고를 했느냐’고 항의했고 ‘그간의 모든 협의사항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뒤늦게 이 업체가 모집한 관광객들에게 배용준 참석이 ‘불가능하다’, 스타들과의 기념촬영이나 선물 증정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자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가 희망자 일부가 강력히 한국행을 고집했고, 대종상 주최 측에서도 ‘의견 전달시 오해’로 양해해 170명 정도의 대종상 시상식 참가 일본 관광단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기획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른 채 여행사만 믿고 ‘긍정적’인 뜻을 전달한 것은 대종상 주최 측의 실수였기 때문.

대종상 주최 측에서는 “큰일 날 뻔했다. 그나마 일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밝혀진 것이 다행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체계적으로 대종상 관광상품을 만들어 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대종상 주최 측과 달리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소개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C사의 관계자는 “지난번 최지우 ‘사기 관광’ 사건과 아무로 나미에 한국 공연 잡음으로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계를 ‘사기꾼’으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걱정했다. 사건의 속사정과 마무리가 어떻게 됐든, 일본의 전 언론이 이런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상 훼손된 이미지는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지우 사기 관광’ 사건처럼 문제가 생기면 한국 측 기획사, 일본 측 기획사, 한국 여행사, 일본 현지 여행사와 연예인 소속사 등 연루 당사자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시비는 ‘영구미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지우 사건 때는 한국 측 여행사였던 롯데관광이 전액을 여행객들에게 환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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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겨울연가' 포스터.

당시 이 관광상품을 ‘후원’했던 한국관광공사 담당자는 “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를 조성한 건설업체가 배우와 일정 조정도 하지 않고 섭외를 자신했고, 관광회사에서 관광객을 모집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말한다.

도쿄에서 한국 프로그램을 받아 위성채널을 통해 방송하고 있는 KNTV는 한류 덕분에 크게 성장한 회사지만 요즘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일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지난해 가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현장을 일본 팬 450여명이 직접 방문하는 새로운 투어기획으로 한류 관광상품 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의 톱스타들을 일본 팬들과 만나게 하는 ‘팬 미팅’ 상품이 기획됐다.

KNTV는 현재 6월23~2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일 우정주간’ 행사에 참가할 600명 규모의 한류 관광단을 일본에서 모집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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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에 마련된 배용준 특별 코너.

‘태극기 휘날리며’ 참관을 총 기획한 KNTV 최영훈 PD(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대종상 참가단을 모집하면서도 KNTV 이름을 도용해 문제가 됐다. 이번 일은 단호하게 조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달에 팬 미팅 기획안이 한국에서 20개가 넘게 날아옵니다. 가수 신화 잡았다, 이병헌 잡았다, 원빈 잡았다, 그러니 관광객 모아달라는 식이죠. 알아보면 대개 소속사나 배우와 이야기 한 두 마디 건넨 정도거나 아예 상의도 없었던 경우도 많아요.”

“공적 기관이 한류 품질 보증해야”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 연출자를 만나는 일본 관광단 상품을 기획하는 데 잘못 휘말려 사기꾼이 될 뻔했다. 연출자에게 모든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그가 나라 이미지를 생각해 일본 관광객들을 만나주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고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의사 전달 상의 오해라기보다 ‘한 건으로’ 돈벌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기획상품 자체를 최영훈 PD의 말처럼 대개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5만엔(3박4일) 정도에 팔리는 일반 한국 관광상품이 팬 미팅 등 이벤트가 들어가면 12만~13만엔 정도로 훨씬 비싸진다. 그래서 한국 기획사나 여행사들은 스타들과 끈만 닿으면 “알아보겠다”는 대답을 듣고 일단 일본에서 관광객들을 모집한다. 뒤늦게 스타들한테서 항의를 들으면 “국가 이미지를 생각해서 ‘아주 잠깐’ 얼굴만 내밀어달라”고 종용한다.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관리도 해야 하는 스타들은 바쁜 스케줄을 조정해 자신을 보러 일본에서 온 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점점 냉정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여행사들 돈 장사에 ‘재주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최영훈 PD는 “‘태극기 휘날리며’ 때만 해도 영화 홍보 차원에서 감독과 배우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었지만 최근엔 스타들 개런티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고 어려움을 말한다.

한국관광공사 이벤트팀의 김관미 과장은 “한류 열풍과 일본 팬들의 한국 관광 붐을 유지하는 방법은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는 것뿐이다. 연예인들과도 계약서를 쓴 뒤 관광상품을 팔아야 한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걸린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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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한일 우정주간'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는 인터넷 광고.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서울스코프’의 영화팀장 쓰치다 마키씨는 “일본의 한류 열풍은 배용준에게 집중돼 있다. 팬들에게는 배용준만 볼 수 있다면, 멀든 가깝든 1초만 얼굴을 비추든 모든 것이 잘못돼도 상관없다. 그러나 그런 예외적인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고 말한다. 한류 열풍이 어떤 성과물을 내려면 한두 명의 스타와 그 매니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나 공적 기관이 한류의 품질을 보증해야 한다.

“이젠 사소한 사건도 일본 언론에 보도됩니다. 불신 분위기가 없다고 말 못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일본 사람들은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거라는 인상을 받게 될 겁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56~57)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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