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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이스라엘, 보복공격에 병사들 잇단 희생 … 가자지구 철수 놓고 국론 분열 ‘심각’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하마스 무장단체 대원들이 폭발한 이스라엘 방위군의 장갑차를 확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5월11일 오전 6시쯤 가자 시내에서 IDF(이스라엘 방위군)의 APC(수송용 장갑차) 1대가 하마스가 매설해놓은 폭탄에 의해 날아가고 탑승했던 병사 6명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하마스 외에도 ‘이슬람 지하드’, ‘알아크사 순교여단’이 공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APC는 사건 전날 밤새도록 진행된 가자지구 내 무기 생산공장을 파괴하는 작전을 수행한 뒤 철수하던 중이었다. APC는 건물 파괴용 폭발물을 가득 탑재한 상태였고, 이는 폭발력을 배가시켜 APC와 병사들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더 기막힌 것은 병사들의 시신 일부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탈취한 것이다.

알 자지라 위성방송은 2명의 이슬람 지하드 조직원이 이스라엘 병사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신의 목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장면을 방영했다. 이스라엘 TV는 이를 받아 목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 재방영했고, 이스라엘은 충격에 휩싸였다. 또한 하마스 조직원이 핏빛으로 물든 자루를 들고 IDF 병사의 시신이라고 주장하며 그 속에서 손가락 하나를 꺼내 들고 “이는 셰이크 야신(IDF에 의해 암살된 하마스 지도자)을 위한 것이다. 나머지는 (이스라엘에 수감되어 있는 하마스) 죄수들을 석방시키는 대가가 될 것이다”고 말하는 장면도 방송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내려진 재앙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마스, 민간인 아닌 軍 공격 ‘명분’





사건 발생 다음날인 5월12일 가자지구 내 이집트와의 국경도시 라파에서 지하터널 수색 및 파괴작전을 펼치던 IDF의 APC가 이슬람 지하드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탑승했던 병사 5명이 모두 사망하는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APC는 터널을 파괴하기 위한 폭발물을 탑재하고 있어 차체와 시신이 산산조각 났다. 이번에는 시신을 탈취당하지 않았지만 시신의 일부가 국경 넘어 이집트로 날아가버렸다. 이틀 뒤인 14일, 이번에는 라파에서 시신 수색작업을 펼치던 병사 2명이 하마스의 저격에 의해 사살됐다. 일주일 사이에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5월2일 하마스의 정착촌 공격사건으로 이미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번 공격의 성공은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전략적 승리로 평가된다. 첫째, 하마스는 지도자 아흐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의 잇따른 암살 이후 실추된 이미지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마스가 이번 공격이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복수였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주민들에게는 그 이상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다른 테러공격과 달리 이번 공격은 ‘정당성’을 확보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목표를 일반 시민이 아닌 가자지구 내에서 작전을 펼치는 IDF와 정착촌으로 수정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IDF는 팔레스타인 영토를 침략한 침략군이고,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존재다.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버스나 공공장소에서의 자살테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이하 팔 자치정부)나 주변 아랍국으로부터도 공식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샤론 이스라엘 총리

더욱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공격으로 숱한 민간인이 희생된다. 하지만 IDF나 정착촌에 대한 공격은 테러가 아닌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이스라엘로서는 대대적인 보복공격에 나설 명분이 없는 셈이다. 사건 발생 후 하마스와 지하드 조직원들이 IDF 병사의 시신조각을 들고 방송에 나와 이스라엘을 자극하자 팔 자치정부가 서둘러 제지하고 나선 이유도 쓸데없는 도덕적 시비에 휘말려 애써 얻은 승리의 의미를 반감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한발 더 나아가 이집트와 함께 시신 반환의 중재자로 나서 이스라엘에 시신을 고스란히 반환함으로써 시신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가해질 이스라엘의 공격까지 미리 차단했다.

셋째, 가자에서 하마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 가자에서 하마스의 통제력은 팔 자치정부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마스가 동원할 수 있는 무장병력은 약 2000명, 팔 자치정부의 보안요원은 그 10배에 달하는 2만명이다. 그럼에도 팔 자치정부가 하마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마스의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번 사건으로 하마스의 입지가 더욱 강화돼 가자는 명실공히 팔레스타인 내의 ‘하마스 국가’가 될 전망이다. 향후 하마스가 팔 자치정부와 함께 이스라엘의 공식 협상파트너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도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 사회에 몰고 온 심각한 ‘국론분열’이라는 파장에 비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15만 인파 몰려 ‘가자 철수’ 집회

5월2일 샤론 총리는 ‘가자에서의 일방적 철수’ 계획을 리쿠드 당내 당원투표에 부쳤다. 이 계획은 크게 IDF의 철수와 정착촌에서의 철수로 이루어져 있다. ‘일방적’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이 계획을 위해 다른 협상자(팔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철수의 이유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있지만 그보다도 가자지구 내 IDF 주둔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별 의미도 없이 불필요한 충돌과 희생만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샤론의 소속정당인 리쿠드당 내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또한 연립내각의 우파 정당으로부터도 제지를 당했다. 뿐만 아니라 정착촌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들에게 가자에서의 철수는 ‘테러에 대한 항복’이자 ‘영토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샤론은 리쿠드당의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이 문제를 물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정돼 있었다. 우파 성향의 당원들이 계획에 찬성할 리 없었다. 더욱이 당원 중 상당수는 정착촌 주민들이다. 결국 투표결과는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로 결정났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좌파가 들고일어났다.

사건이 불거진 뒤인 5월15일 저녁 텔아비브의 라빈광장에 15만의 인파가 운집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모든 좌파계열이 연합한 것이다. 이들은 ‘가자에서의 철수’와 ‘팔 자치정부와의 평화협상 재개’를 주장했다. 연사로 나선 시몬 페레스 노동당 당수는 “이것이 다수의 집회고 이것이 이스라엘 다수의 의견이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자에서의 철수 계획이 소수인 리쿠드 당원에 의해 반대됐음을 비난한 말이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인원의 공식집계를 내지 않았다. 우파가 자극받아 이에 상응하는 집회를 계획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공식 집계 15만명은 리쿠드 전체 당원 6만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더욱이 이스라엘 인구가 600만명 남짓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였고 이 같은 수치가 페레스 발언의 배경이었다.

하마스에 터지고, 집안싸움 생기고

5월13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장갑차 폭발로 사망한 동료의 시신을 찾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샤론 총리는 원치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샤론 총리가 여러 비난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지도자를 암살한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가자에서의 철수가 테러의 승리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은 철수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당장 가자에서 철수하라”는 다수의 압력을 받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지는 병사는 걱정하는 부모에게 사실을 숨겨야 하는 형편이다. 팔레스타인은 승리감에 도취돼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샤론 총리에게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조각 난 시신을 DNA 검사를 통해 자기 아들로 알고 땅에 묻어야 하는 부모들의 절규는 결코 무시해버릴 수 없는 압력으로 다가온다. “내 아들을 리쿠드당의 볼모로 삼지 마라.”



주간동아 437호 (p70~71)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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