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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내겠다” 반발 국민연금 비상

한 네티즌 글 퍼지며 연금 납부 거부 움직임 확산 … 뿌리 깊은 불신 여론 악화 法개정 험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못 내겠다” 반발 국민연금 비상

“못 내겠다” 반발 국민연금 비상

젊은 네티즌들은 국민연금이 자신들의 노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각종 사이트들

국민연금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다’로 시작하는 한 네티즌의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국민연금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8개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이 글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국민연금을 제대로 타는 방법은 이민을 가거나 사망하는 길뿐’이라는 냉소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글이 최근 각 언론사와 청와대, 대형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며 ‘국민연금 납부 거부’ 움직임이 촉발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17대 국회 개원 후 가입자 부담을 늘리고 급여를 낮추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려던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사이버 세계에는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국민연금 개혁운동을 벌여온 한국납세자연맹은 조만간 불평등 사례를 모아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진행하고 있는 ‘국민연금 납부 거부운동’의 지지율은 80%를 웃도는 상태. 일부에서는 ‘5월29일 오후 6시 광화문 네거리에서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염원의 촛불을 들자’며 또 한번의 촛불집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납세자연맹 헌법소원 제기 계획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과연 그 네티즌의 글이 사실인가 여부. 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은 이례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국민연금의 비밀 바로 알기’라는 소책자를 띄우고, 해당 네티즌의 글을 반박하고 나섰다(상자기사 참조). 공단 직원들과 최근 공개 모집한 ‘국민연금 서포터스’ 등을 동원해 안티 국민연금 사이트의 글에 해명 답변을 올리고 국민연금의 장점을 일일이 홍보하는 등 다각도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시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점점 악화돼가는 여론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실제로 각종 사이트에는 첫 글의 파괴력을 능가하는 국민연금 피해 사례들이 속속 쌓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드디어 국민연금 때문에 압류를 당했다. 밀린 돈 330만원 낼 때까지 압류한다고 한다. 당장 살기 힘드니 안 내고 안 받겠다는데 강제징수도 모자라 재산압류까지 하다니 이게 무슨 참여정부란 말이냐”며 압류통지서를 스캔해 글과 함께 올려놓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족연금을 신청하러 갔더니 3개월 미납이라 안 된다고 한다. 자동이체 통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실수로 미납된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 연금이 연체되면 ‘압류한다, 소송 건다’고 강제하면서 막상 곧 연금 수혜자가 될 사람들이 연체하면 왜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연금을 타먹지 못하도록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암 발병 후 2년이 지나야 장애인으로 판명돼 연금이 나온다고 하더라. 남편도 10년 전에 사별하고 아이들은 아직 학생이라 돈버는 사람도 없는데 정말 막막하다”는 글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사례들을 보며 “꼬박꼬박 받아가는 국민연금이 정작 나의 노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인철 국민연금연구센터 소장은 “국민연금은 ‘내가 낸 만큼 돌려받는’ 사보험이 아니다. 최근의 인터넷 글들은 국민연금이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이대론 2047년엔 연금 고갈

하지만 김연명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현재 550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돼 있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제도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부당함을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해 노후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상당수의 신용불량자들은 국민연금 미납으로 인한 압류 위협에 시달리며 장기 미납에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노소장의 설명은 뜬구름 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김위원장은 “선진국처럼 직업 훈련 중인 실업자, 출산 및 육아 휴직 중인 자 등의 연금을 국가가 대신 내주는 ‘연금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하고, 극빈자의 생계 보장, 노후 최저생계 수준의 연금액 보장 등이 담기는 내용으로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2047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월 소득의 9%인 보험료를 2010년 10.38%로 인상한 뒤 5년마다 1.38%씩 올려 2030년에는 15.90%까지 인상하고, 연금 급여율은 현행 60%를 2008년에는 5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주간동아 437호 (p58~5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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