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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는 ‘가나다라…’ 열풍

한·중 경제교류 확대 영향 ‘한국어’ 주가 급등 … 1267개 학교서 25만여명 ‘수업 중’

  • 베이징=권소진 통신원 hanyufa@hanmail.net

중국에 부는 ‘가나다라…’ 열풍

중국에 부는 ‘가나다라…’ 열풍

중국 조선족 초·중·고등학교 학생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옌볜 체육관에서 한글로 글짓기를 하고 있다.

”한국어가 공식 언어로 쓰이는 나라는?”

우리에겐 낯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 북한 그리고 중국이다. 중국에서 조선어는 공인된 소수민족 언어 중 하나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공식 보고서 중에 한국어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식 언어라는 것과 그 사회의 영향력 있는 언어라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다. 한국어가 중국의 공식 언어이기는 하지만 그건 많은 공식 언어 중의 하나라는 의미지 중국인들이 한국어 학습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존 중국에서 ‘조선어’의 사용 범위는 지역적으로는 옌볜 조선족 자치구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 3성의 조선족 밀집구역, 민족으로는 조선족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조선족들은 이런 지역적, 민족적 한계 속에서도 조선어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중국에서 조선어의 발전은 옌볜대학과 중앙민족대학의 조선어과를 제외하고 상상하기도 힘들다. 중국 정부는 건국 이후 조선족인 조선어 전공자가 베이징대학 조선어과에 입학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따라서 중앙민족대학과 옌볜대학 조선어과는 중국에서 명실상부한 조선어의 최고학부로 자리매김했다.



대학에서도 ‘한국어’ 1차 지망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옌볜대학은 일제 침략기 조선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대학이다. 조선족 지식인들의 표현으로는 저녁 굶어가며 동포들이 낸 쌀로 세워진 대학이다. 이 대학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어가 학교의 공식적인 대표언어였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수업 또한 조선어로 진행됐다. 중국에서 조선어가 유창한 한족을 만났다면 십중팔구 이 대학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옌볜대학의 조선어과 교수들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따라 베이징으로 가 설립한 것이 중앙민족대학의 조선어과다. 이 두 대학 조선어과 출신들은 학계, 언론계에 골고루 퍼져 중국의 조선어 발전을 주도해왔다.

현재까지도 조선어 방송을 진행하는 중앙언론인 CCTV 조선어부와 국제방송 조선어부, 그리고 중국 공식 문건의 조선어 번역을 전담하는 중앙번역국과 민족번역국의 조선어부는 거의 이 대학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베이징대학, 베이징어언대학, 베이징외국어대학 등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들의 조선어과에서 이 두 대학 출신들은 조선어를 중국 전역에 전파하는 단단한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에 한국어 교육의 단단한 토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서의 조선어 교육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따른 조선족 내부의 모국어 교육을 제외하면, 중국 유수의 대학 조선어과에 단 한 번도 1지망 학생이 없었을 정도로 조선어는 소외된 언어였다.

하지만 한·중수교 이후 한·중 간의 급격한 교류 확대는 이러한 조선어 교육 환경에 두 가지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선족 내부의 조선어 교육의 퇴조 현상이다. 물론 이는 조선어 교육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과거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수민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상대적으로 차별이 덜한 학계로의 진출을 선호했던 조선족들이 대거 경제계로 몰리면서 고급 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

특히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학교에 대한 경제지원이 끊기고 조선어로 볼 수 있던 대학 입학시험에서의 한어(漢語)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조선족들이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이런 상황은 현재 동북3성에 불고 있는 조선족 학교 폐교 도미노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한국과의 교류, 특히 경제교역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중국 한족들의 조선어 교육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예가 2002~03년, 2년에 걸쳐 베이징의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한국어과 1차 지망자가 나온 일이다.

중국에 부는 ‘가나다라…’ 열풍

옌지(延吉)의 시장 풍경(왼쪽).베이징 대학 정문.

중국의 한국어 열풍은 대학에서보다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중국 내 타 외국어 교육 붐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은 모두 27곳으로 대학생 수는 약 3600명이며 석·박사 과정까지 포함하면 3900여명에 이르고 교원 수는 230여명이다. 하지만 전체 한국어 교육기관이 학교 1267개에 교사가 2만9795명, 학생이 25만9982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어 교육은 중국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 실시하고 있는 외국어 교육에 한국어가 포함되면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올림픽을 대비해 중국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영어를 기본으로 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가 중점 대상이다.

중국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에 발맞추어 한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외국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서의 경우를 보면 서울대가 중국인 대상 한국어 교과서를 펴낸 데 이어 최근 경희대가 한국어 교과서를 발간했다. 배재대는 중국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세울 방침을 밝히는 등 민간 부문에서의 발빠른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중국 내 한국어 교육의 첨병 노릇을 해온 한국문화원 한국어 강좌를 보강하는 한편, 8월 중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재외 한국어 교사 40여명을 초청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중국의 한국어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한국어 교육에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한국어 교육자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통일된 교과서와 표준화된 평가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한국어 교육은 한국식 한국어, 북한식 문화어, 조선족 언어가 혼재해 실시되고 있다. 이의 통일을 위해 한국 학자들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민간 수준에서 해결되기에는 벅차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디의 교과서를 쓰고 어디의 교육 프로그램을 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은 그간 중국의 조선어 교육기관에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이런 결과로 전체 27개 조선어과 설치 대학 중 5곳을 제외하고는 한국어과로 명칭을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한 조선족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우리에게 더 큰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북한)은 그 흉년에도 조선어과 3학년 전체를 국비로 초청해 1년간 교육을 해주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한국어 교육기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은 재정적인 부분에 치우치면서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의식 있는 조선족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재정적 지원과 함께 통일된 교과서와 표준화된 평가 방법의 보급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교과서 문제는 표준 교과서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과거에 비해 권위 있는 기관의 교과서가 많이 보급됐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평가 방법 역시 ‘한국어 능력시험’이 꾸준히 실시되고 있으므로 점점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전 과정이 통일된 전망을 가지고 실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또는 학술기관들의 조정 능력이 강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중국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저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4.04.29 432호 (p68~69)

베이징=권소진 통신원 hanyuf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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