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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던 그 이름 ‘對共’ 퇴출

학생·노동운동까지 수사로 ‘악명’ 자자 … 기무사·경찰 이어 국정원도 ‘대공’ 부서 명칭 바꿔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무시무시하던 그 이름 ‘對共’ 퇴출

무시무시하던 그 이름 ‘對共’ 퇴출

대공수사국의 이름을 안보수사국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된 국가정보원.

한때 ‘대공(對共)’은 무시무시하면서도 대단한 이름이었다. 국가정보원과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 및 국가안전기획부, 국군기무사령부와 그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 그리고 경찰청과 그 전신인 치안국과 치안본부에서 ‘대공’을 앞에 붙인 특별수사기관은, 간첩 잡는 순수 대공뿐만 아니라 학생운동과 노동운동까지도 수사하는 ‘폭넓은’ 대공활동을 벌이면서 적지 않은 오명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대공은 역사 속의 이름이 되었다. 기무사와 경찰청에 이어 국정원에서도 내부 조직의 이름에 더 이상 대공을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국을 ‘안보수사국’으로 개칭한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이러한 개칭은 “남북 화해라는 시대 변화에 따른 올바른 선택이다. 차제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라는 진보진영의 요구와 함께 “이제 정부는 공산주의에 대한 수사마저도 포기하는가”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불러올 수가 있다.

분단과 6·25전쟁의 부산물인 대공은 오랫동안 외부에 나오지 않은 ‘음지의 용어’였다. 그런데 학생운동이 위력을 발휘한 1980년대 ‘대민 부서’인 경찰이 대공 조직을 가동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공은 국민에게 두려운 존재로 다가섰다. 경찰이 미군정 시절 경무국에서 시작해 경무부→내무부 치안국(1948년 8월)→내무부 치안본부(1974년 12월)로 발전해올 때까지, 대공은 정보 분야의 한 개 과 명칭에 불과했기에, 일반인들은 대공이라는 용어를 듣기 어려웠다. 그런데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이 두 행사를 방해할 것으로 판단한 5공 정부는 1986년 1월 치안본부장 밑에 치안감(군의 소장에 해당)이 이끄는 다섯 개의 조정관 직제를 두는 경찰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이때 제5조정관 밑에 대공1·2·3과를 거느린 대공1부, 대공수사1·2·3과를 지휘하는 대공2부, 대공수사4·5·6과를 통솔하는 대공3부가 신설되면서 대공은 일약 ‘양지의 용어’가 되었다.



대공수사국→안보수사국 개칭 최근 확인

경찰의 대공은 간첩 사건도 수사했지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세력에 대한 수사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대공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즈음인 1987년 1월14일 대공수사2단(대공수사2과의 후신)이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인 박종철군을 물고문 하다 숨지게 한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으로 번져 민주화를 앞당겼다.

1991년 8월1일 치안본부는 경찰청으로 독립했는데, 이때 경찰은 대공 담당 제5조정관을 ‘보안국’으로 개칭하고 과의 명칭에서도 ‘대공’을 ‘보안’으로 바꾸었다. 5년 만에 대공은 다시 음지로 퇴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상 ‘최초’가 아니었다.

경찰의 대공이 학생운동과 날카롭게 대립하던 시절 보안사도 학생운동 등에 대한 조사에 가담했다. 군 내부의 정보·수사 기관이어야 하는 보안사가 민간인을 조사하는 것은 월권이었지만, 정권의 명령을 받은 보안사는 이를 무시했다. 그러나 1990년 10월4일 보안사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운동권 세력과 정치인 등을 내사해온 자료를 들고 나와 폭로하면서 보안사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1991년 1월1일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꾸고 민간인에 대한 조사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보안사에서 대공사건 수사를 전담해온 것은 대공처였는데, 그해 2월 기무사는 ‘조용히’ 대공처를 방첩처로 개명했다. 이것이 시간상으로는 첫 번째 대공의 퇴출이었다.

가장 음지에서 움직여온 국정원은 외부 사건 없이 대공을 퇴출시켰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대공보다는 보안이나 방첩·안보가 큰 개념이다. 과거에는 대공이 안보를 위협하는 주 요소였으나 지금은 미국의 9·11테러나 스페인의 열차 테러사건처럼 테러가 주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간첩 수사를 계속하는 한 대공수사국을 안보수사국으로 바꾼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국정원이 추진해온 테러방지법이 16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되었고 테러를 막으려면 국외로 정보활동을 넓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안보수사국이 개명에 걸맞게 국가안보를 강화해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04.04.29 432호 (p62~6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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