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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진보, 국회 벽을 허물다

‘7대 쟁점’ 17대 국회 달군다

파병 철회·책임총리제·언론 개혁 등 놓고 여야, 보혁 간 치열한 정쟁 예고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7대 쟁점’ 17대 국회 달군다

‘7대 쟁점’ 17대 국회 달군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왼쪽).4·15 총선을 지휘했던 한나라 당 지도부.

제17대 국회는 산더미 같은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물러나고, 개혁성향 신인들이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과거에는 당연시됐던 것조차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개원도 하기 전 17대 국회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 17대 국회 4년, 어떤 이슈들이 여의도 정가를 지배할까.

1. 재연된 파병논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은 6월로 예정된 이라크 파병문제. 우리 국군의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3월 초, 16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가결 처리한 사항이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내부에서조차 파병반대 여론이 우세했지만 정부의 국익 외교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파병안에 동의표를 던졌고, 한나라당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파병반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그 진원지인데 우리당 내 소장파 의원들도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6월 파병부대 본진의 출발이 예정돼 있지만 이를 되돌리려는 진보성향 의원들의 여론몰이도 국회 안팎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병문제는 개원도 하지 않은 17대 국회가 풀어야 할 부담스런 숙제가 된 셈이다.

이라크 파병은 우리당 지도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병반대론자가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인 만큼 어떻게 이들의 불만을 다독거리며 당을 이끌어갈 것인가도 관심거리. 파병 논란은 선발대가 떠나는 5월 중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31일 임기를 시작하는 17대 국회는 어떤 식으로든 파병에 대한 국민여론을 모아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2. 책임총리제에 들뜬 정치권

정가에서는 17대 국회 개원 이전에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헌재의 심판이 끝나고 일반의 예상대로 노대통령이 복권되면 당장 청와대와 정부는 대규모 인사 태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이를 예고하고 벌써부터 인물 검증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02년 4월 국회 연설에서 노대통령이 천명한 ‘다수당 중심의 책임총리제 도입’이 다가올 정부 인사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가다.

우리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김원기 고문과 정동영 의장,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아무튼 누가 책임총리가 되든 새 총리는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행정 능력을 검증받는다는 의미에서 만약 정의장이 총리가 된다면 그 자체로도 2004년 하반기 정국의 민감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언론개혁은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전가의 보도’다. 말은 무성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과 실시 시기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증이 높아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언론개혁에 대한 별다른 계획이 없다. 다만 언론사도 기업인 이상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과거 정권에서는 고위층이 나서 해당 언론사의 파산을 막아주기도 했지만 노무현 정권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전망과 달리 우리당 내부에서는 정기간행물법 등 언론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현재의 언론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언론 시장의 20% 이상을 독과점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소유 지분을 2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지도부에 요구하고 있어 언론과 여권 간의 갈등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 본격화될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

통일정책에 관해 노무현 정권은 색깔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관련 부서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현안을 푸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한마디로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가 겉으로 드러난 대북정책의 전체 줄거리.

하지만 총선 승리를 계기로 노대통령과 청와대는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에 햇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노대통령 임기 중에 ‘준(準)통일 상태’에 이르는 평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대북문제는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이 시발점이 될 조짐이다. 하지만 극한 대결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이 변했다는 것. 한나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표 자신이 2001년 방북 이후 꾸준히 북한과의 화해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또 한나라당에서만 62명의 새 인물이 당선됐는데 대북정책에 전향적 입장을 가진 초선 당선자가 적지 않아 과거처럼 극단적 대결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당선자 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가보안법의 경우 개정이든 폐지든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나 국가보안법의 운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5. 정치개혁 특권 폐지 한목소리 ”과연 제 머릴 깎을까”

17대 국회는 의원의 특권 폐지에도 관심이 높다. ‘과연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지만, 여야가 앞다퉈 총선공약으로 국회개혁과 의원 특권폐지안을 내놓으면서 정도의 문제이지 정치개혁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시간문제로 다가선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당은 원내정당 추진과 국회윤리위에 국민 참여제도를, 한나라당은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원 감사권 도입을, 민노당은 의원세비 감사 및 표결기록 전면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17대 국회의 임기는 2008년 5월까지다. 노대통령의 임기도 2008년 2월로 끝난다. 국회와 대통령의 임기가 비교적 일치하는 17대 국회 회기 동안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우리당은 물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도 권력구조 개편에 동의하는 이가 많아 17대 국회는 ‘개헌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본격적 개헌 국면이 열리면 정치권 소수자의 주장도 난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당의 경우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지렛대로 기존 정당과 정책공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노당이 제기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하향 조정도 17대 국회 내내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7. 본격적 보-혁 정계개편 가능성은

그러나 무엇보다 17대 국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본격적인 ‘보-혁구도’ 정계개편이 이뤄지느냐는 점이다. 과반수 의석 확보로 당내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우리당은 정치적 성향과 성장 배경이 다른 정치세력간의 집합체다. 정동영 의장 중심의 당권파와 김근태 원내대표 중심의 재야파, 그리고 유시민 의원 등의 개혁신당 및 신당추진위 출신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유인태 원혜영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당선자 등 노대통령 측근 인사들까지 겹치면서 우리당은 상당 기간 ‘한 지붕 여러 가족’ 체제의 불협화음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당내 갈등이 문성근 명계남씨 등 친노 인사들의 전망처럼 분당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민노당의 선명한 개혁노선에 자극받은 당내 개혁파의 지도부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우리당은 17대 임기 내내 분당과 정계개편의 유혹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과 자민련 등 해체를 눈앞에 둔 두 당 소속 당선자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정가에서는 소수당 소속 당선자들의 이탈을 시작으로 정계개편의 큰 흐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계개편은 2006년 지방선거와 같은 해에 실시될 우리당 의장 경선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주간동아 2004.04.29 432호 (p32~34)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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