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

돌아온 추억 중년의 청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4-16 13: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돌아온 추억 중년의 청춘

    ‘추억의 빅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 콘서트를 위해 다시 뭉친 70년대의 스타들이 기타를 치며 당시의 노래들을 연습하고 있다.

    ‘추억의 힘’은 세다. 4월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추억의 힘을 새삼 확인하는 관객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공연 전부터 각종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추억의 빅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 무대. ‘송골매’ ‘샌드페블즈’ ‘휘버스’ ‘건아들’ 등 그 시절의 ‘오빠’들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무대를 휘어잡았고, 팬들은 다시 청춘이 되어 열광했다.

    오리지널 사운드로 울려 퍼지는 ‘모두 다 사랑하리’ ‘나 어떡해’에 동요하던 객석은 이들이 총출동해 ‘Saturday Night Fever’, ‘Gimme Gimme’, ‘One Way Ticket’ 등 빠른 템포의 팝송 메들리를 불러젖히자 어느새 그 시절 ‘고고장’으로 변해버렸다.

    70, 80년대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청년문화가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중년이 된 당시의 청년 소녀들이 그 시절 문화를 부활시킨 1등 공신이다.

    연이은 대박 행진 “지갑 열렸다”



    ‘추억의 빅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를 기획한 컬쳐피아의 고가영 팀장은 “공연 안내가 나간 뒤부터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일부 주부 팬들은 연습장 주위를 서성거리며 ‘오빠들’을 기다렸을 정도”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년들은 좀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공연은 100%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그것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4월18일까지 서울 중구 팝콘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중년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을 예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고교 시절 밴드 멤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당시의 ‘꿈’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잔잔히 그린 이 뮤지컬에는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 레드 제플린과 퀸의 히트곡들이 등장한다. 80년대 최고 인기 가수였던 조용필 심수봉의 노래가 흐를 때면 어김없이 관객들도 이를 따라 부르는데, 이 뮤지컬 객석의 절반 이상을 언제나 30, 40대 중년들이 채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극계에서도 ‘에쿠우스’ ‘관객모독’ 등 20여년 전 초연 당시 실험적 형식과 파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열전’이라는 특별 기획을 통해서다. 올 1월 ‘연극열전’ 사무국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연극 가운데 최고의 흥행과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작품만을 모아 1년 동안 공연하겠다고 했을 때, 이 기획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는 기대 이상. 연극열전 작품들이 올드 팬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주말 100%, 평일 70~80%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 연극이 객석의 절반을 채우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다. 극단들은 이에 대해 유명 연극을 관람하려는 젊은이들에다 추억의 공연장을 다시 찾는 중년 관객들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공연기획자들 사이에서 이제 대박을 노리려면 중년 관객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관객층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이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영화 ‘올드 보이’의 제작사인 쇼이스트가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판권 계약을 맺고 제작하는 뮤지컬 ‘친구’에는 고 김광석씨의 노래 22곡이 삽입될 예정. ‘난타’를 기획한 PMC프로덕션 송승환 대표는 이승철씨의 히트곡을 기본으로 뮤지컬 ‘네버엔딩 스토리’를 제작하고 있고,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의 프로듀서 이유리씨도 ‘산울림’의 히트곡으로 창작 뮤지컬 작업에 들어갔다.

    70, 80년대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청년문화가 싹텄던 시절.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당대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로 새 문화를 만들어낸 선구자들이었다. ‘나 어떡해’를 부른 샌드페블즈의 리더 겸 보컬 여병섭씨는 “당시 대학가요제 등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음악은 지금의 가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선진적이고 독특한 색깔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잊혀졌던 중년 세대의 문화가 살아나 한국 문화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분명 반가운 일일 것이다. ‘추억의 빅콘서트 7080’은 5월1일 수원, 9일 부산, 23일 인천에서 계속된다. 문의 1544-4463

    돌아온 추억 중년의 청춘




    문화광장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