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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직장인들 ‘정년퇴직’ 걱정 끝

정부, 연금재정 절약 위해 75세로 정년 연장 추진 … 노동력 부족 해소에도 한몫할 듯

  • 애들레이드 = 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호주 직장인들 ‘정년퇴직’ 걱정 끝

호주 직장인들 ‘정년퇴직’ 걱정 끝

호주의 국가연금 관할기관인 센터 링크 앞의 호주 노인들. 차기 총리를 노리는 피터 카스텔로 재무장관(작은 사진).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중년 이후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이런 한국의 현실과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최근 “노년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현재의 연금제도만으로는 모든 정년 퇴임자들을 부양할 수 없다”며 “정년 퇴임 연령을 65세까지에서 75세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년층이 정년 퇴임하는 순간까지 연금을 스스로 부담한다면 국가 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 국가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호주 정부는 70세까지 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각종 세금 감면혜택을 줄 계획도 있음을 시사했다.

호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로,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은 은퇴 후 국민의 삶의 질을 계속 보장해왔다. 하지만 정년 퇴임한 노인층의 지속적 증가로 국민연금은 정부 재정에 커다란 부담요인이 돼왔다. 그로 인해 재정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세금 부담은 계속해서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정년 퇴임 연령의 연장으로 호주 노동자의 근로 풍경은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 호주에서는 65살이 되어야만 본인과 회사가 함께 부담한 회사 연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연금제도가 실시되면 올 7월부터 1960년 7월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55살이 됐을 때 퇴직하지 않고도 언제든 회사 연금을 찾을 수 있고, 1964년 7월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60살이 됐을 때 계속 일을 하면서 회사 연금을 탈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 대신 일을 함으로써 회사에 적립한 연금으로 살아가게 된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호주의 피터 카스텔로 재무장관은 “만약 정년 퇴임 연령을 연장한다면 노인들은 비정규직 사원이든 정규직 사원이든 75세까지 본인이 직접 연금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정부가 60살 이상의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 중 대략 1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 근무 땐 감세 혜택도



호주 직장인들 ‘정년퇴직’ 걱정 끝

호주 도시 중 노령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으로 알려진 애들레이드시의 전경.

이 같은 정부 발표에 관련단체들은 일단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주국민연금협회의 필리파 스미스 회장은 국가의 연금 수정 계획에 찬성하면서 “개선된 연금 개혁안은 일을 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주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뀐 연금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은퇴 후 자신이 해오던 일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연금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노년 노동자들은 시간제 노동을 계속할 수 있고, 회사에 직접 연금을 지불함에 따라 정부로부터 세금 감면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정부의 정년 퇴임 연령 연장계획에 대해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호주의 산업구조가 점차 복잡 다양해지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축적된 경험이 있지만 정년 퇴임으로 인해 집에서 쉬어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계획은 국가와 노동자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노동력 부족현상은 호주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였다. 호주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부족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호주로 이민을 오도록 장려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방법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제3세계 국가에서의 난민 이민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호주로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

최근 시작된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이민 유치 역시 부족한 인구를 보충하는 장기적 계획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영국, 미국과의 ‘전문직 이민 유치’ 경쟁에서 호주는 직업의 다양성과 진로 보장에 관해 여러 면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매번 이민을 확장하는 방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호주 직장인들 ‘정년퇴직’ 걱정 끝
따라서 호주에 머무는 사람들의 노동 햇수를 늘리는 방법밖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을 호주 정부가 이번에 내리게 된 것. 그러나 이 방법에도 몇 가지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 실업률이 높고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현실에서 정년 퇴임 연령의 연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민첩한 판단과 행동을 요구하는 일에서는 여전히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 근로자들을 보조해줘야 해 노동현장에서 젊은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노동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나이가 많아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년 노동자들에게 시간제 일을 줌으로써 이들의 책임을 줄이고 대신 젊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젊은 노동자들에게도 공평한 양의 일과 시간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조만간 당면할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 연령의 연장뿐만 아니라 장애인들과 혼자 사는 여성들의 노동력도 지금보다 좀더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장애인과 독신여성의 족쇄가 돼온 불평등 요인을 완전히 없애고, 이들에게 좀더 많은 노동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정년 연장과 장애인 및 여성 인력의 노동력 확대가 치밀한 준비 없이 실행될 경우 노동현장에서 젊은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약화시켜 생산성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게 노동계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발표한 대책들이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 대비해 노인층의 표밭을 노린 여권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또 상대적으로 현재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란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업으로 고통받는 20, 30대 젊은이들의 불만은 무시한 채 노인층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호주 정부는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노동현장에서 제기되는 노동량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노년층 노동자에 한해 업무와 관련한 정기적인 재교육 및 상담을 실시하면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보완할 계획이다. 결국 정부가 제안한 ‘정년 연장 계획’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호주 정부의 주장이다. 특히 호주 정부는 현재의 연금시스템으로 증가하는 국가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노동현장에서도 부족한 경험으로 생산성 저하를 유발하기보단 좀더 숙달된 근로자를 통해 생산성과 근로 의욕을 모두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호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가들 중 노년층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모두가 평등한 노동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호주의 직업윤리에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 제도의 보완은 필수적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주의 ‘정년 연장’ 법안이 감원 바람이 한창인 전 세계 노동계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31호 (p62~63)

애들레이드 = 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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