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2004.04.08

“영어회화에도 주치의가 필요하죠”

㈜잉글리쉬채널 이건용 대표 … “일대일 클리닉형 EFL학습법 우리 환경에 딱 맞아”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4-01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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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회화에도 주치의가 필요하죠”
    10년 이상을 영어공부에 매달렸으나 외국인 앞에만 서면 굳어버리는 한국 사람에게 ‘유창한 영어회화’는 꿈이다. TV 영어강사의 열강에 귀를 쫑긋 세우고, 유명하다는 외국어 회화학원을 전전하지만 ‘영어완전정복’의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이는 한국에서 영어를 제대로 써먹을 만한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게다가 ‘인지학습’ 위주인 한국형 영어수업은 수많은 영어 벙어리를 쏟아내왔을 뿐이다.

    이러한 한국 영어회화 교육의 한계에 정면 도전하고 나선 이가 ㈜잉글리쉬채널의 이건용 대표(사진)다. 8년간의 영어교육 경험을 살려 세계 최초로 일대일 클리닉형 영어회화시스템인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영어회화 학습법’을 개발했다. EFL이란 영어를 외국어로서 습득하자는 것. 미국에 간 이민자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접할 환경이 없기 때문에 우리 환경에 맞는 특수한 영어교육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월 서울 역삼점을 필두로 전국 여섯 곳에 지점 문을 연 잉글리쉬채널은 수강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1년 2개월 사이 1000여명의 수강생을 확보했다. 이대표는 2007년에는 ㈜잉글리쉬채널을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2010년에는 세계 4대 교육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목표가 너무 거창한 게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프로그램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인지학습은 말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지만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도록 만들 순 없어요. 말은 지속적인 반복, 연습을 통한 ‘습득학습’을 통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죠.”

    그는 영어회화 교육법을 ‘피아노 레슨’에 비유했다. 훌륭한 피아노 연주를 하려면 계속 건반을 두드리며 피아노곡을 익혀야 하듯, 영어공부도 교사에게 지도를 받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학생이 과제를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신념은 잉글리쉬채널의 영어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된다. 학습자가 정해진 과제를 충분히 공부한 이후에야 담임 강사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담임 강사나 중앙 관리자가 온라인으로 학습자의 학습 여부를 점검할 수 있어 학습자는 게으름을 피울 여지가 없다.

    ‘콩글리시 탈출’ 입소문 퍼져



    잉글리쉬채널의 학원 풍경은 마치 고급스런 병원을 연상시킨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국인 전문강사(해외교포)가 수강생이 구사하는 영어의 문제점을 짚어주면, 외국인 전문강사가 환자를 치료하듯 학생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정확하게 훈련해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일대일 진단 및 처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 반에 10명의 학생들이 함께 ‘콩글리시’를 나누던 기존의 영어회화 수업과 완전히 차별화한 셈이다.

    이대표가 영어교육 사업에 뛰어든 것은 9년 전.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국제기구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던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취업을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덜컥 P외국어학원의 기획실장으로 일하게 된 것. 이런 우연한 인연은 그를 ‘영어교육 사업가’로 변모시켰다. 국내에 체계적 영어연습시스템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새로운 영어교육법으로 잉글리쉬채널을 탄생시켰다.

    그의 꿈은 비단 한국 시장 개척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중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일대일 클리닉형 영어회화 프로그램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라이벌로 꼽는 인물은 ‘크레이지 잉글리시’로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인 영어강사 리양. 하지만 “궁극적으로 리양의 강의법이 체계적 온라인 콘텐츠를 갖춘 EFL식 영어회화 학습법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게 이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빠르면 올해 6월부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잉글리쉬채널 주니어 어학원’을 개설해 사업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이대표는 단순한 사업가로서 머물길 원하지 않는다. 자신은 사업가에 앞서 영어교육자라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저의 영어교육법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공교육에 자리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통해 영어 습득학습의 우수성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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