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2004.04.08

‘OK캐쉬백’ 마일리지 시장서 KO승

제휴사·가맹점 통해 수수료 챙기고 DB 구축 … 제휴업체도 소비자 선호도 높아져 ‘만족’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4-01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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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캐쉬백’ 마일리지 시장서 KO승

    OK캐쉬백 쿠폰을 수거함에 넣고 있는 한 소비자.

    ”오전 8시,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양치기 CEO’ 한 권을 주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은 ‘버거킹’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박승철헤어스튜디오’에 들러 커트를 했다. 사무실에 돌아와선 ‘우리홈쇼핑’ 인터넷몰에서 노란색 니트를 골랐다. 근무시간 짬을 내 즐기는 쇼핑만큼 재미난 건 없다. 퇴근길 ‘SK주유소’에서 자동차에 밥을 줬다. 주유는 늘 이곳에서 한다. ‘이마트’에 들러 과일을 산 뒤 마지막으로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구입했다.”

    회원 2000만명 넘고 가맹점도 4만여개

    네이버 블로그에 ‘마일리지 200% 활용하기’란 글을 연재하는 맞벌이부부 지은옥씨(31·여)가 소개한 3월 어느 날의 일과다. 지씨는 SK㈜의 ‘OK캐쉬백’ 마니아. OK캐쉬백이 되지 않는 곳에선 아예 쇼핑을 접고, 식료품이나 공산품도 이왕이면 OK캐쉬백 쿠폰이 붙어 있는 것을 산다. 요사이 지씨와 같은 ‘마일리지 중독자’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소비성향이 강한 20~30대 여성은 OK캐쉬백을 비롯한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주요 타깃이다.

    갖고 있는 유통망이라곤 SK주유소밖에 없는 SK㈜는 20~30대 여심(女心)을 자극하는 ‘OK캐쉬백’ 서비스 하나로 유통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OK캐쉬백은 SK㈜의 대표 브랜드이자 SK그룹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OK캐쉬백은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일종의 통합마일리지 서비스로, 가맹점에서 쇼핑할 때 OK캐쉬백 카드를 보여주면 사용 금액의 일정 부분(0.1~5%)을 포인트로 적립받는다. 5000점 이상(온라인 매장에선 1점 이상)이면 OK캐쉬백 가맹점(온·오프라인 4만여개)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5만점 이상이면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항공사와 카드사의 제살 깎기식 마일리지 경쟁이 부메랑이 돼 경영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달리 OK캐쉬백은 SK㈜의 미래성장 엔진으로 떠올랐다. 신세계의 마케팅 담당 간부는 “OK캐쉬백은 대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업 모델이다. 한때 최고라고 불렸던 신세계 데이터베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소비자 정보를 갖고 있는 데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OK캐쉬백이 결국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가까운 장래에 유통업체들이 SK㈜의 유통망 아래 줄을 서려고 발버둥을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마일리지 제도의 천국이다. 말 많고 탈 많은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를 비롯해 통신회사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최근엔 미용실 커피전문점 동네식당까지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한다. 한 대형할인점 임원은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유통업체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면서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높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회원 확대에만 매달린 마일리지 제도는 곧 기업의 리스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마일리지가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정도로 쌓여 마일리지 혜택 축소에 나섰다 구설에 오른 항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OK캐쉬백이 돋보이는 것은 항공사 카드사와 달리 자사의 부담 없이 ‘남의 돈’으로 ‘봉이 김선달식’ 마일리지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가 항공사의 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료 항공권 등을 주는 방식인 반면, OK캐쉬백은 제휴사(이마트 SK텔레콤 우리홈쇼핑 CGV 네이트닷컴 신세계몰 한게임 등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130개사)와 중소가맹점(4만여개 소매점)이 전적으로 마일리지 비용을 책임진다. SK㈜ 관계자는 “제휴사가 부담을 지는 시스템이라 항공사 마일리지제도처럼 경영 압박으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은 거의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OK캐쉬백’ 마일리지 시장서 KO승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한 소비자가 OK캐쉬백 포인트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위). 70여개 제조업체가 OK캐쉬백 쿠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OK캐쉬백의 모체는 주유소 고객을 묶어두기 위해 고안한 주유전용 멤버십인 엔크린보너스카드. SK㈜는 99년 6월 OK캐쉬백을 출범시키면서 엔크린보너스카드 기존 회원에 관계사인 SK텔레콤, 제휴사인 이마트 등의 회원을 고스란히 흡수, 손쉽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다. 크게 발 품 팔지 않고 양질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셈이다. 2월 현재 OK캐쉬백 소비자들의 누적 마일리지는 3822억원에 이르고 회원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엔 서울우유 동서식품 롯데제과 등 70개 제휴사 336개 품목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OK캐쉬백 쿠폰 서비스 또한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익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제휴사/가맹점에서 적립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고 있으며 공산품에 붙은 캐시백 쿠폰의 경우엔 회수 쿠폰당 일정액을 제휴사/가맹점에서 수수한다. 제휴 신용카드의 경우에도 결제액의 일부를 카드사에 징수하고, 소비자들이 캐시백으로 결제 할 때도 온·오프라인 제휴사/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챙긴다. 가맹점 업주들은 “SK㈜가 별 노력 없이 돈을 긁어가고 있다”고 꼬집고 있지만, 이들 역시 “OK캐쉬백이 매출 증대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 미래 수익모델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제휴사/가맹점과 함께 진행하는 DB마케팅. SK㈜는 향후 고객 DB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해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OK캐쉬백 제휴사들의 높은 만족도는 OK캐쉬백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특정 세대,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양질의 고객 DB에 목말라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SK㈜와 함께 OK캐쉬백 회원 중 40평 이상 강남 아파트 거주자, 월간 카드사용액 500만원 이상 고객 등으로 타깃을 정해 이메일을 통해 DB마케팅을 벌였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SK㈜에 지불한 비용이 그렇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3000여명의 고객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는 등 효과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SK㈜를 대신해 판매액의 0.1%를 적립해주고 그 대가로 △DB마케팅 분석서비스 △거점네트워크 구축지원 △공동제휴카드 발급 △가맹점 모집 등을 지원받고 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SK주유소 고객을 이마트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우리 고객을 다시 크라운베이커리 손님으로, 크라운베이커리 손님을 다시 SK주유소로 보내는 시스템”이라며 “비용 대비 효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SK㈜와 공동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TGIF(패밀리 레스토랑)측 역시 “판매금액의 3%나 적립해주고 있지만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OK캐쉬백의 영향력은 최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인터넷교육업체 온라인게임업체 포털업체 등이 OK캐쉬백과의 제휴로 짭짤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특히 회원 이탈을 우려해 유료화를 망설이던 인터넷업체들에 OK캐쉬백은 동아줄 노릇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포털인 세이클럽은 유료화를 단행하면서 결제를 OK캐쉬백 적립금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금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OK캐쉬백 적립금으로 결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

    업계 관계자들은 SK㈜가 주유소네트워크와 관계사인 SK텔레콤 회원을 디딤돌로 자사 마일리지가 아닌 통합마일리지 시장을 개척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꿰뚫은 선견지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OK캐쉬백이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영향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OK캐쉬백을 영어로 쓰면 ‘OK cashbag’이다.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서비스를 칭하는 ‘cashback’이 아니라 ‘돈가방’이라는 뜻. 남보다 빠른 아이디어로 통합마일리지 시장을 선점한 SK㈜의 돈가방이 더욱 무거워질 것 같다.

    ‘OK캐쉬백’ 마일리지 시장서 KO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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