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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10년 건너 ‘희망 노래’부르리

‘노찾사’ 어제의 멤버 모여 음반 제작 … 바뀐 세상 민중가요 주체로 거듭나기 기대감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저항 10년 건너 ‘희망 노래’부르리

저항 10년 건너 ‘희망 노래’부르리

많은 이들의 가슴에 희망을 안겨줬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1994년을 기점으로 휴지기에 들어갔다. ‘노찾사’의 정신을 잇고 있는 음반 ‘오늘’ 작업에 참여한 가수들 (위 왼쪽부터 김삼연·오영미·한미희·이인규씨)과 음반 재킷.

1980년대 노래운동을 이끌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에서 활동했던 가수들이 10여년 만에 다시 모여 음반을 냈다. ‘오늘을 딛고 사는 우리들이 빚어낸 새로운 희망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오늘’이 그것.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평등한 사회를 노래했던 이들이 사랑과 우정, 추억 같은 조금은 가벼운 소재를 들고 대중 앞에 나선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눈물의 아름다움 잊은 것은 아닌지/ 힘과 의지를 잉태하는 위대한/ 영원한 아름다움을/ 오랜 허무의 잠에서 깨어 땀과 눈물의 수평선 너머/ 고개 돌려 그 너머에/ 사랑의 눈부신 그 고동을 느껴보오.’(‘사랑하는 이여’ 가운데)

이번 음반에는 경쾌한 포크 스타일의 ‘오늘’과 ‘껍데기는 가라’, 청아한 목소리에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매력적인 ‘사랑하는 이여’ ‘마지막 밤의 연가’ 등 모두 18곡이 두 장의 음반에 담겼다. 두 장 가운데 한 장에는 오늘과 내일의 희망이 담겼고, 다른 한 장에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 녹아 있다. 작곡가 이창학씨가 직접 노래까지 부른 ‘벗이여 해방이 온다’나, ‘노찾사’ 1세대인 한동헌씨의 곡 ‘쐬주’ ‘신개발 지구에서’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창작곡이다.

가벼운 소재 대부분 창작곡

80년대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세상에 대한 비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벼운, ‘바뀐 시대의 바뀐 어법’으로 일상을 노래하고 있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신세대 주류 대중음악이 담아내는 경박함과 달리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채워넣고 싶은 생활인의 안간힘과도 같은 삶의 무게가 담긴 가벼움이다”며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자 하며, 그 희망을 노래와 함께 이 세상에 실현하고자 한다”고 평했다.



참여 가수 대부분은 40대 전후의 ‘386세대’다. ‘이 산하에’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던 김삼연씨, ‘5월의 노래’ ‘사계’의 최문정씨, ‘사랑노래’ ‘그리운 이름’의 신지아씨, 거문고 연주자 민숙영씨와 편곡의 이정석씨 등 노찾사 출신이 6명, 노래패 ‘새벽’ 출신 2명이다. 이번 작업을 이끈 이는 86년 인천산업선교회 노래패 ‘햇살’에서 시작해 ‘노찾사’에서 가수와 작곡자로 활동했던 이인규씨(39).

“지금의 저속한 대중음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80년대 민중가요가 저항의 정서를 주로 담았다면, 이제는 사랑과 고독 우정 추억 희망 같은 소재들이 민중가요의 새 방향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씨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찾사’의 다른 구성원들처럼 음악인이 아닌 생활인으로 살던 당시, 그는 우연히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랑 노래를 듣고 대중음악의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좀더 건강한 음악으로 그런 상황을 바꿔야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던 것. 그러면서 그는 남미의 저항가요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새로운 노래),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한을 담은 파두(Fado), 집시들의 낭만과 고난을 담은 집시음악 등 세계의 다양한 민족음악을 공부하면서 사그라지고 있던 국내의 저항음악을 계승할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그가 찾은 길이 음반 ‘오늘’에 담겼다.

‘오늘’이 과연 ‘노찾사’의 정통 맥을 잇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참가 인원도 일부에 그치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민중가요가 과연 이런 방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맥을 이으려는 큰 뜻이 담긴 것은 분명하다.

올 11월이 되면 ‘노찾사’는 결성 2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오늘’ 외에 이를 기념할 만한 다른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몇몇 구성원들이 모여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모두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과연 이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 ‘노찾사’의 한 팬은 “한때 노래를 통해 뭇사람들에게 자신보다 남과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했던 그들이 이제는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고 말했다.

저항 10년 건너 ‘희망 노래’부르리
‘노찾사’는 84년 ‘노래운동’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새벽’의 김민기씨 등이 그동안의 작업성과를 합법 음반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만든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이 시작이었다. 당시 이 음반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팔린 양보다 창고에 쌓인 것이 더 많았지만 87년 대학노래패 중심으로 결성된 노찾사의 발단이 됐다.

이후 87년 민주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삶에 밀착된 진실한 노래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면서 ‘노찾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수많은 공연이 이어졌고 89년 내놓은 2집 음반은 민중가요로는 드물게 90만장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노찾사’는 91년 3집을 내놓았지만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 등 외부적 변화를 겪으면서 조금씩 활동 폭이 줄어들었다. 94년 4집 ‘떠남과 만남을 위한 하모니’를 내면서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 뒤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운동권 노래패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유일하게 ‘꽃다지’가 노동현장을 돌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노찾사’의 활동은 끊겼지만 그들의 노래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사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그날이 오면’ 같은 곡들이 그것. 물론 김광석 안치환 권진원 등 ‘노찾사’ 출신 대중가수들도 나왔지만 그동안 거쳐간 40여명 가운데 그렇게 활동하는 이는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른 공간, 다른 삶으로 흩어져갔다.

참여 가수 40대 전후 386세대

이번 음반에서 ‘마지막 밤의 연가’ ‘고백’ 등을 부른 최문정씨는 결혼 뒤 아들 둘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갔다. 88년부터 91년까지 활동한 최씨는 “당시 보람도 있었지만 외부의 시선이나 불렀던 노래들이 안겨준 중압감이 너무 커 힘들었다”고 회고한 뒤 “이젠 세상도 바뀌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맘껏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83년 서울대 동아리 ‘메아리’에서 노래를 시작한 김삼연씨는 ‘노찾사’에서 85년부터 91년까지 활동했다. 91년 삼성물산 자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벤트회사, 개인 사업 등을 전전하다 3년 전 ‘포도시스템즈’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노래만 불러 ‘메아리’학과에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씨는 “아직도 끼가 살아 꿈틀거릴 때가 많다”며 “사업을 안정시킨 뒤에는 다시 가수로 활동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아씨 역시 전업주부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노래를 놓지 않고 살았다. 2002년에는 ‘신지아 원 우먼 아카펠라’라는 음반을 내놓기도 했던 그는 요즘 동덕여대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이들 모두 생활인으로 돌아가 묻혀 지내면서도 노래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하고 있던 차에 이인규씨의 제의로 이번 음반 작업에 참가하게 된 것.

‘노찾사’ 2대 대표를 지냈던 최병선씨(45)는 “노찾사를 지탱했던 것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참된 세상을 위해 고된 땀방울을 흘렸던 모든 분들의 열망과 바람이었다”며 “지난 십수년간 시대와 함께 숨쉬어온 노래운동의 성과를 자양분으로 삼아 상업적 논리가 팽배한 대중음악 공간에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대중음악을 가꿔가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 ‘오늘’ 역시 이런 기대감에서 나왔다. 이인규씨는 음반제작 과정에서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선주문을 받아 구입의사를 밝힌 1800명을 확보한 뒤 음반을 냈다. 이씨는 “선매자 모니터를 통해 제대로 된 민중가요로 30~40대를 음반 구매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26호 (p70~71)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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