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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속의 성(性) ⑭ |성범죄에 관한 율법

‘엽기 로맨스’ 목숨을 걸어라

오랜 유목생활의 적적함 동물과의 자위로 달랜 듯 … 사람과 짐승 모두 사형

  • 조성기/ 소설가

‘엽기 로맨스’ 목숨을 걸어라

‘엽기 로맨스’ 목숨을 걸어라

세실 B. 드밀 감독의 1956년 작, ‘십계’중 한 장면으로 모세가 하나님이 직접 쓴 석판 두 개를 들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흔히 성경에서 율법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용어는 단순히 법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뜻을 담고 있다. 율법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토라’는 모세 오경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였다. 율법을 좀더 세분화해서 보면 지침, 계시, 규례, 말씀 등의 의미를 지닌다.

율법의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법률, 또는 법전의 의미가 부각된다. 루소를 비롯한 법학자들이 사회계약론에 법률이라고 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하여 하나의 독립된 사회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법률은 사회 구성원들간의 계약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과 맺은 계약에 기초하고 있다. 출애굽기 19장 5절에 보면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대목이 율법의 그러한 성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모세 오경에 기록되어 있는 법전들을 그 특징에 따라 구분하면 계약 법전, 신명기 법전, 성결 법전, 제사 법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계약 법전은 출애굽기에 기록되어 있는 법전을 가리키고, 성결 법전과 제사 법전은 레위기에 기록되어 있는 법전을 가리킨다.

자고로 법전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은 성범죄와 관련된 조문들이다. 성경의 법전들에는 성범죄와 관련해 어떠한 조문들이 있는지 그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법전의 대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십계명은 성범죄에 대해 두 계명을 할애하고 있다. ‘간음하지 말라’는 제7계명과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제10계명이 그것이다. 간음은 부적절한 관계의 남녀가 실제로 성행위에 돌입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데 반해, 이웃의 아내를 탐하는 것은 실제 성행위는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이웃의 아내와 교합하기를 원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탐하지 말라고 했으니 탐하여 실제로 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근친상간에 대한 금지 규정도 자세히 기록

문제는 마음속으로 이웃의 아내를 연모하기만 해도 십계명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예수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또 간음치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그러니까 예수는 제7계명과 제10계명을 하나의 범주로 묶은 셈이다. 지금도 간음이 피해자가 고소하면 법의 처벌을 받지만 마음속으로 이웃의 아내에게 음욕을 품었다 하여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음욕이 법의 처벌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음탕한 욕심에 대해 스스로 관대하기 쉬우나 계약 법전에 의하면 반드시 신의 심판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행위가 마음속에서 싹튼다고 볼 때 제10계명은 간음의 싹을 미리 자르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성결 법전에 해당하는 레위기 18장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금지 규정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근친상간을 해서는 안 되는 대상들로는 모친(7절), 계모(8절), 친누이(9절), 손녀나 외손녀(10절), 이복누이(11절), 고모(12절), 이모(13절), 아버지 형제들의 아내(14절), 며느리(15절), 친형제의 아내(16절), 처제나 처형(18절)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규정들 가운데 특이한 근친상간 금지 규정이 끼여 있다.

‘너는 여인과 그 여인의 딸의 하체를 아울러 범치 말며 또 여인의 손녀나 외손녀를 아울러 취하여 그 하체를 범치 말라. 그들은 그의 골육지친이니 이는 악행이니라.’

한 남자가 딸이 있는 어떤 여인과 교합할 때 그 딸을 아울러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또한 손녀나 외손녀가 있는 여인과 교합할 때도 그 손녀나 외손녀를 아울러 범하지 말라고 했다.

남자가 상대하는 여인이 정식 아내인 경우에는 딸과의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규정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남자와 여인의 딸 사이에 아무런 근친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여인과 그 딸이 근친관계이기 때문에 남자가 그 둘을 함께 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엽기 로맨스’ 목숨을 걸어라

바로크시대 화가 카라바조의 ‘출애굽 중의 휴식’.로마의 바티칸미술관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상.(위부터)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이 이렇게 세세하게 근친상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았던 이집트나 앞으로 들어가 살게 될 가나안 땅에서(소돔 고모라 멸망사건에서 살펴본 것처럼) 근친상간의 풍속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그 거하던 애굽 땅의 풍속을 좇지 말며 내가 너희를 인도할 가나안 땅의 풍속과 규례도 행하지 말고, 너희는 나의 법도를 좇으며 나의 규례를 지켜 그대로 행하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또한 근친상간 금지 규정들에 이어서 동성애에 대한 금지 규정들이 나오고 있다. 그 다음 23절에는 수간(獸姦)에 대한 금지 규정들이 기록되어 있다.

‘너는 짐승과 교합하여 자기를 더럽히지 말며 여자가 된 자는 짐승 앞에 서서 그것과 교접하지 하지 말라. 이는 문란한 일이니라.’

이 구절에는 처벌 조항이 빠져 있으나 20장 15절과 16절에는 수간에 대한 처벌 규정이 기록되어 있다.

‘남자가 짐승과 교합하면 반드시 죽이고 너희는 그 짐승도 죽일 것이며, 여자가 짐승에게 가까이 하여 교합하거든 너희는 여자와 짐승을 죽이되 이들을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일부 학자들 “인류의 성병은 유목민 수간에서 비롯”

이스라엘 민족처럼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경우 남자들이 양이나 다른 짐승들을 먹이기 위해 초원을 찾아 집을 멀리 떠나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오랫동안 성욕을 해결할 길이 없는 남자들이 짐승을 상대로 교합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비역질할 때처럼 짐승의 항문에 음경을 삽입하여 자위를 하게 된다. 지금도 유목민 사회에서는 공공연히 수간을 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수간을 남자들만 한 것이 아니라 여자들도 했던 모양이다. ‘여자가 된 자는 짐승 앞에 서서 그것과 교접’ 운운한 대목을 보면 여자들이 어떻게 수간을 했는지 그 방법이 암시되어 있기도 하다. 남자들은 짐승 뒤에서 그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짐승 앞에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남자들은 짐승의 뒤를 탐하고, 여자들은 짐승의 앞을 탐한 셈이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들에게 수간당한 짐승도 사형이라는 처벌을 받아야 했으니, 짐승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어떤 학자는 인류의 성병이 유목민들의 수간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현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도 원래 아프리카 원숭이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원숭이를 상대로 한 수간에 의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성 교합을 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지 형벌을 받게 마련이다.

짐승을 자위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여 사형 처벌까지 내렸던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성적인 면에서 엄격하기 그지없는 사회였음이 틀림없다.

계약 법전이나 성결 법전에 의하면 벌써 죽어 없어졌어야 할 인간들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가득하다. 이런 인간들의 죄를 씻기 위한 법전으로 제사 법전이 있었다. 예수가 속죄양이 됨으로써 제사 법전을 완성하여 그 법을 구법으로 만들고 새 법, 곧 사랑의 법을 만들었다.



주간동아 425호 (p64~65)

조성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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