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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 일본 꼴도 보기 싫다 해”

잇따른 악재 중·일 갈등 악화일로 … 후진타오 訪日 미루며 불편한 심기 표출

  • 베이징=권소진 통신원 hanyufa@hanmail.net

“중국 사람, 일본 꼴도 보기 싫다 해”

중국은 이웃나라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한 배에 탄 운명’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이래로 중국은 타이완 문제를 제외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외교정책을 펴왔다. 이런 유연함은 덩샤오핑(鄧小平)에 이르러 홍콩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서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얻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장쩌민-주룽지 체제는 매국노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공시키는 등 중국 외교가 철저히 실리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요즘 중ㆍ일 관계를 보면 이런 유연함이 많이 퇴색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 출범 이후 중ㆍ일 관계는 계속되는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를 계기로 악화되기 시작한 두 나라 관계는 지난해 9월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일어난 매춘관광 사건과 시안 시베이대학의 일본 유학생 사건으로 중국을 들끓게 하더니 이시하라의 연이은 망언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이러한 사건에 대해 부인하거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중국 특유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의 반일감정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쑤저우(蘇州)의 한 상점에 붙은 ‘일본인 출입금지’ 푯말 사건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지도부도 일본 정부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후진타오는 일본 방문을 계속 미룸으로써 일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쑤저우 상점 ‘일본인 출입금지’ 푯말



또한 중국 정부는 두 나라 간 현안인 고속철도와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를 매개로 일본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공사에는 프랑스의 TGV,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독일의 ICE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총 연장 1300km에 달하는 이번 공사는 중국 철도 역사에서 가장 큰 국책사업으로 총 수주액이 160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이 공사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 과학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자기부상 방식에 의한 자체 기술 건설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기존 레일 방식으로 중국 전역을 가로, 세로 각각 4개의 선로로 엮는, 중국 철도부와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의 ‘중·장기 철로망 계획’을 승인했다. 이로써 중국이 고속철도 사업을 외교 잣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국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1만 km에 달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인 중국은 수주권을 딴 나라에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관련국에서는 수주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을 서둘러 방문하는 등 중국 정부의 의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한국 고속철도 수주전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특히 1월 후진타오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오를리 공항에까지 나와 직접 영접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지원에 나서 지난해를 ‘중국의 해’로 지정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계속해왔다.

프랑스의 적극적인 구애에 대해 중국 정부는 TGV 유력설을 흘리며 프랑스에 화답하는 동시에, 일본에는 적극적인 압력을 가함으로써 일본 정계와 재계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도 고속철도 사업 수주권 획득을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계를 중심으로 수주권을 얻기 위한 적극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월13일 일본 재계의 수장격인 오쿠타 히로시 니혼게이단렌(日本 經團連) 회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수주 경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의 신사 참배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 재계의 입장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다.

뿐만 아니라 일본경제 회복에 중국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중ㆍ일 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일본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고토 야스오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는 모든 산업 분야에 공통된 현상”이라며 “중국도 소득이 늘어나면서 일본산 고가 제품을 살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하며 일본 경제에 끼치는 중국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동북아 ‘고래싸움’ 대응책 필요

현실적으로 현재 일본의 대외수출 증가량 중 대중(對中)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9%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경제계는 그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해왔던 중국 위협론 대신 중국 활용론을 적극 제시하는 등 대중 유화책을 정계에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대중정책에서 강ㆍ온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TGV 유력설이 불거지자 국토교통성 사무차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중 일본 대사관을 통해 중국 철도부에 문의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는 회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매춘관광 파문이 벌어졌을 때 일본은 범죄자 신병인도조약 미체결을 이유로 매춘관광 용의자의 인도를 거부하는 등 중국 정부에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2월15일에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동중국해 댜오위다오 근처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들이 중국 어선을 공격해 선원 1명이 부상하는 등 양국 간의 악재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최근 6자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제안한 ‘핵 동결과 해체를 조건으로 한 에너지 지원’을 거부하는 등 이 사안을 중국에 대한 힘겨루기에 이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현대세계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중국이 외교 관례를 깨면서까지 일본에 대해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일본이 극심한 경제불황에도 중국에 대한 긴장관계를 계속하는 현실은 동북아의 외교 현안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중ㆍ일 간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 특히 6자회담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과 중국 고속철도 기종 선정 문제는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중ㆍ일 간의 갈등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능동적인 대응 방안을 끌어내는 것은 단순한 외교문제에서 나아가 우리의 미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주간동아 425호 (p60~61)

베이징=권소진 통신원 hanyuf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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