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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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妻家 이상징후 포착되다

처남 이창석씨의 성강문화재단 장학사업 돌연 포기 … 땅 담보로 200억 아파트 사업 투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2-19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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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妻家 이상징후 포착되다

    성강문화재단 부설 한국미술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시공사 평창동 사옥(위). 한때 5공 인사들의 재기를 위한 경제적 버팀목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경기 오산시 이창석 이사장 토지 전경.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성강문화재단’(이사장 이창석)이 뒤늦게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 차남 재용씨의 주장 때문이다.

    검찰은 2월10일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 가운데 73억원이 ‘전두환 비자금’이라고 밝혔다. 재용씨가 갖고 있던 채권 일부가 1987년 4월경 대통령경호실 김모 재무관이 관리하던 자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용씨는 그동안 “2000년 12월 외조부인 이규동씨(전 성강문화재단 이사장)에게서 직접 170억원을 받아 차명계좌에 입금했다”고 주장해왔다. 아버지 전씨의 명예를 고려한 발언이었겠지만, 검찰 발표로 재용씨 외가의 경제력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1년 9월 별세한 이규동씨의 마지막 직책은 성강문화재단 이사장. 그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 바로 이씨의 아들이자 전씨의 처남인 이창석씨(52)다. 이씨는 전씨의 재산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지난해 연희동 저택 경매에 참가해 16억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받아 전씨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성강문화재단은 어떤 단체일까. 이규동씨는 1985년 여생을 문화사업 및 장학사업에 바치겠다며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11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그는 육사(2기)를 졸업한 뒤 훈련소장과 육군본부 경리감을 지내고 61년 준장으로 예편했다.

    1950년대 군사령관 참모장 시절 미국을 오가며 배웠다는 이재 감각은 놀랄 만한 수준. 그는 전후 복구사업이 한창인 50~60년대, 돈 될 만한 임야를 꾸준하게 매입했다. 서울 잠실지역의 땅도 상당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후 그의 재산은 자신의 제2의 고향인 경기 오산지역 등으로 정리됐다.



    이씨 집안 소유인 오산시 양산동 40여만평의 토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씨의 본가를 둘러싼 이 땅은 사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새로 도로가 나고,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 잣나무를 계획적으로 심는 등 세심한 관리를 받았다. 심지어 헬기장까지 만들어져 전씨의 처가 방문 때 사용됐다.

    재용씨 괴자금 관련 세간의 주목

    이 땅을 물려받은 사람이 바로 이창석씨. 이씨는 ㈜시공사 사장인 전씨 장남 재국씨(45)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오디오 전문가인 이씨는 ㈜시공사의 모체인 오디오잡지 창간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이씨는 ㈜시공사 주주로, 재국씨는 성강문화재단 이사로 두 사람은 끈끈한 사업파트너 관계를 이어왔다. 또 ㈜시공사는 성강문화재단 부설 한국미술연구소와 함께 각종 출판사업을 벌였다.

    2001년 9월 이규동씨 타계 이후 성강문화재단은 발 빠른 변화를 겪었다. 이창석씨가 선친이 꾸준하게 추진해왔던 ‘장학사업’을 돌연 포기한 것. 결국 30여개 학교에 ‘형식적으로나마’ 제공됐던 장학사업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성강문화재단 장지호 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재정상태를 극복하지 못해 장학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재단측은 재단 승인권을 지닌 서울시 문화국에 이를 통보하기는커녕 사업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았고 법인등기도 변경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씨는 지난해 5월 재단 및 집안 재산의 근간을 이루는 오산시 양산동의 토지 가운데 일부인 17만평을 담보로 약 200억원을 현금화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경기도 땅값을 고려하면 이씨 집안이 소유한 땅의 전체 가치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씨가 이 토지를 아파트 신축을 원하는 건설회사에 직접 팔지 않았다는 점. 2003년 5월 ㈜늘푸른주택과 20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형식으로 아파트 신축계약을 체결한 뒤 올 1월29일 ㈜생보부동산신탁회를 통해 이를 변재하는 형식을 취했다. 자세한 거래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씨는 아파트 개발로 인해 차후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재벌급인 이씨 집안이 지난해 갑자기 200억원의 급전이 필요했던 까닭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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