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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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의료제도 수술대 올려라”

의협, 22일 집회 통해 ‘의료개혁’ 한목소리 시동 … 조제선택·건강보험 경쟁 도입 등 국민편리 초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2-1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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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의료제도 수술대 올려라”

    2000년 8월31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의사, 학생 대동 한마당’ 모습. 이날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3만여명의 의사와 전공의들이 모였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도입을 둘러싸고 의료계 집단 휴·폐업을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ㆍ이하 의협)가 2월22일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집회에는 의사회원 5만여명과 그 가족,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의협측은 밝혔다. 이번 집회는 2000년 휴ㆍ폐업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의협은 수개월 전부터 이 집회를 준비해왔다.

    의협의 이번 집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집회의 규모뿐만 아니라 이들이 들고 나온 집회 주제 때문이다. 의협은 이번 집회를 계기로 ‘준비 안 된 의약분업 철폐’라는 기존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행 의료제도의 틀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특히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전반을 ‘의료사회주의’에 바탕을 둔 제도라고 규정해, 보건단체연합 등 다른 단체와의 ‘색깔공방’도 예상된다.

    의협이 현행 의료제도 중 사회주의식 의료제도로 꼽는 사례에는 △통합 건강보험체제 △국민건강관리공단의 보험 운영시스템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 △의료행위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것 △목표관리제 등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만들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확대 발전시키려는 의료 핵심정책이 망라돼 있다. 따라서 의협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그들의 주장을 정부가 계속 모른 체할 경우 2000년의 극한투쟁을 넘어서는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협은 대안으로 △자동차보험과 같은 책임보험(공보험 성격), 종합보험 형식의 민간보험 도입에 의한 건강보험 경쟁체제 도입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한 ‘국민조제선택제도’(일본식 선택분업)로의 전환 등을 제시하면서 자세한 정책은 3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협 권용진 이사는 “의협의 의료개혁 투쟁은 의료제도에 시장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이고, 이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료의 경쟁력을 갖추는 유일한 방법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사들의 진료 자율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단체들은 “집단이익 추구 발상” 비난



    즉 “의사들에게서 진료 자율권을 빼앗고, 국민에게서 선택권을 빼앗은 획일화되고 관료화된 사회주의식 의료제도가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인 셈이다.

    의협은 이와 함께 “책임보험, 종합보험 방식의 민간보험을 도입할 경우 보장성도 강화되고 재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의약분업 제도는 국민들 앞에 목적과 성과를 모두 밝히는 재평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의협이 폐지나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정책들은 그동안 여야 정당간, 정부 부처간, 진보·보수 세력간 의견 충돌이 있어온 정책인 만큼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또 한번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집회와 의협의 움직임에 대해 “근거 없는 ‘의료사회주의’라는 색깔론 공세로 오히려 보장성이 더욱 강화돼야 할 건강보험 제도를 붕괴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의사들만의 집단이익을 추구하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도 “의협의 선택분업 주장은 진료비도 챙기고 약까지 먹겠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건강보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보험노조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율을 보면 서구유럽이 60~70%, 일본이 36%, 사보험이 발달한 미국도 35%에 이르는 데 반해 우리는 10% 정도에 그친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사회주의 흉내도 못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재정 회장은 “4월 총선과 상반기까지는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고 의료인의 정치세력화와 법 개정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연 국내 최대 압력단체 중 하나인 의협의 ‘의료제도 개혁’ 투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의협의 계속된 문제제기에 국민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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