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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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사망사고는 철도청 안전불감증 탓?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2-19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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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사 사망사고는 철도청 안전불감증 탓?

    달리는 기차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흉기나 마찬가지. 때문에 철도청의 안전불감증은 곧 사고로 연결된다.

    2월4일 발생한 서울 구로동 구로역 인근 국철 기관사 사망사고는 철도청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용산발 주안행 1호선 전동차를 운행 중이던 기관사 문모씨(43)는 구로역에서 신도림역 방향 500m 지점 선로에서 무단 횡단하던 인부 김모씨(61)를 치었다. 문씨는 즉시 이를 통합사령실에 보고한 뒤 규정대로 김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전동차에서 내려 구로역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에 4호 객차를 지날 때 맞은편 방향에서 오던 부산발 서울행 새마을호에 치여 문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문씨는 사령실 보고 후 2분이 채 되기 전 사고를 당했으며 당시 새마을호의 속도는 시속 120km에 달했다.

    이번 사고를 놓고 가장 먼저 제기된 의문은 전체 기관차의 운행을 통제하는 통합사령실이 문씨의 보고를 받고도 왜 구로역을 향해 달리던 새마을호 기관사에게 서행이나 일시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점. 통합사령실은 기관사가 열차에서 내려 선로 주변을 살펴야 하는 ‘이례(異例)상황’이 발생하면 그 근처로 향하는 모든 기차에 대해 서행이나 일시정지 명령을 내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철도청은 이날 전동차 기관사인 문씨의 인부 추돌사고 보고 후 1분이 훨씬 넘는 동안 근처의 새마을호에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철도청 안전환경실의 한 관계자는 “규정대로라면 새마을호 기관사에게 이런 상황이 제대로 통보돼야 하지만 무전상황이 용이치 못해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자세한 사고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2주일이 지나는 동안 당시 사령에 대한 책임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안전환경실측은 “사령 개인에 대한 정확한 업무규정이 없어 처벌이 곤란하다”며 “앞으로 규정에 개인 사령별 업무지침과 책임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철도청은 또 “사고가 난 지역이 다른 곳보다 진입 선로의 곡선반경이 큰 대신 선로간의 거리는 매우 좁아 사고위험이 높다”는 일선 직원들의 지적을 번번이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곡선반경이 크기 때문에 곡선 부분을 지나자마자 선로 위의 사람을 발견하고 제동을 해도 이미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고 지역은 기관차가 지나갈 경우 선로와 선로 사이가 양쪽으로 겨우 1m의 폭만 남을 정도로 좁아 사람이 대피하기 불가능한 곳”이라고 전했다. 문씨의 경우도 기관차 사이를 걸어가다 변을 당했다. 실제 이곳은 규정상의 최소 선로간 폭(선로한계)만 확보하고 있을 뿐 다른 곳보다 선로간 간격이 30cm나 좁았다.



    철도청은 “평소 좁은 선로한계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론 이 지역을 취약지구로 지정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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