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2004.02.26

이우승 무리수인가 수사외압 사실인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2-1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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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승 무리수인가 수사외압 사실인가

    김진흥 특검(맨 왼쪽)은 대통령에게 이우승 특검보(맨 오른쪽)에 대한 해임을 요청했다.

    2월16일 이우승 특검보의 갑작스런 사퇴 파문으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던 김진흥 특별검사(이하 특검)팀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이특검보가 가장 민감한 사건인 썬앤문 의혹 사건을 총괄했던 책임자였기 때문에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시선은 일단 이특검보가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실수를 덮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수사 외압이 실재했는지에 모아진다. 만일 이특검보의 주장대로 파견검사와의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을 넘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검찰의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라면 그 파장은 특검 범위를 넘어 검찰 전체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특검보는 사퇴의 변에서 “썬앤문 그룹이 농협으로부터 115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파견검사의 수사 거부와 교묘한 수사 방해로 인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진흥 특검은 ‘파견검사가 저의 폭력행사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한다’면서 수사를 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수사권을 박탈했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특검팀 내부의 반응은 이와 정반대다. 우선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답보하고 있는 수사상황 때문”이라는 게 특검팀 내부의 중론이다. 썬앤문 사건은 특검의 3대 수사 대상 중 가장 많은 의혹을 안고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7개월에 걸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와 이후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의 특별수사에서도 권력 실세의 직접적인 개입을 증명하지 못한 바 있다. 결국 특검팀도 40일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검찰이 밝힌 그림 외에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특검팀 내부에서조차 ‘외압론’보다는 ‘수사상황론’으로 이번 파문을 보고 있다. 이특검보의 사퇴 파문은 표면적으로는 그가 수사 도중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발로 두 차례 걷어찼고, 이에 특검 파견검사인 김모 검사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내사자들이 녹음기처럼 똑같은 진술을 반복하는데도 수사관들이 별다른 추궁도 하지 않고 조사를 하고 조서를 작성하기에, ‘뺨을 때리는 한이 있어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를 해야지 피의자의 변명만 조사하면 무슨 수사가 되겠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는 이특검보의 발언이 ‘무리한 수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특검보는 1984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이후 줄곧 서초동 변호사 업계에서 근무해왔다. 따라서 특검팀 내부에서는 처음으로 수사 지휘봉을 잡은 이특검보가 ‘무리수’를 감행했고 이를 문제삼은 검사와 갈등을 빚던 중 자신의 실수와 지지부진한 수사상황에 한계를 느끼고 사퇴했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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