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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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묶기는 참 쉬운데…

  • 최승해/ 부산토마스 의원 남성클리닉 원장 www.thomasclinic.com

    입력2004-02-13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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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꼭지’ 묶기는 참 쉬운데…
    출산율 저하가 범정부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난리였는데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산아정책의 변화와 함께 운명을 달리하는 곳이 바로 인체의 정관과 난관, 즉 정자와 난자가 통과하는 길이다. 나랏님은 산아제한이 필요할 때는 이곳을 묶으라고 윽박지르더니, 출산율이 떨어지자 이제는 풀라고 선심까지 쓴다. 산아제한 시기에는 정관·난관 수술에 대한 보험이 시작됐고, 이번에는 막힌 것을 풀어주는 복원수술에 대한 보험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로써 수백만원씩 하던 복원수술비가 단돈 몇 만원이 된 것.

    영구피임 수단으로 난관수술을 받는 여성보다 정관수술을 받는 남성이 월등히 많다. 난관은 여성 몸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묶거나 푸는 데 많은 고통이 따르고 회복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문제는 옛 정관수술이 요즘같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선다는 점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는 기술의 발전을 부르는 법. 수요가 늘면서 정관수술 기법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 발전의 총아는 이른바 수술하면서 칼을 한 번도 대지 않는 무도(無刀) 정관수술. 수술시간은 5~10분, 1~2mm의 구멍을 뚫어 수술 흔적도 전혀 없다. 구멍을 뚫을 때는 물론, 수술 후에도 고통이 없고 수술 즉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그야말로 ‘꿈의 수술’이 등장한 것이다.



    반면 정관 복원수술은 별로 발전한 것이 없다. 수술시간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수술 후에도 얼마간(일주일 이상)은 조금씩 걷는 정도만 가능하다. 성 관계도 한 달 후에나 가능하다. 그만큼 정관을 묶는 것보다 푸는 것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다.

    섹스가 마치 취미생활로 전락하고, 정관수술이 이처럼 간편한 세상에서 출산율 장려를 위한 이런 대책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오히려 불법낙태를 범정부적으로 막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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