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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핵폭탄 ‘통치자금’

전재용 170억원은 누구 돈?

사망한 외조부 상속 재산 계속 주장 … 검찰,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심증 굳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
2004-02-12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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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170억원은 누구 돈?

전재용 170억원은 누구 돈?

2월7일 검찰에 출두한 전재용씨.

”외할아버지인 고(故) 이규동씨에게서 물려받았다.” 여배우 P양과의 불륜 등으로 화제를 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40·사진)가 말하는 170억원대 괴자금의 출처다. 증여세포탈 등의 혐의로 처벌된 재용씨가 괴자금을 ‘상속 재산’이라고 계속 주장함으로써 검찰은 이 괴자금과 전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찾는 데는 일단 실패했다. 이미 16년 전에 퇴임한 대통령이 작심하고 숨긴 재산이 쉽사리 본색을 드러낼 리 없는 것.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재용씨가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 이미 사망한 외조부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집사변호사 격인 이양우 변호사의 법률적 자문에 따라 이뤄진 재용씨의 이 같은 진술에는 적잖은 함의가 들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우선 관심사는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씨의 재산규모. 육사2기 출신으로 육군본부 경리감과 대한노인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자식인 이순자·창석씨 남매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겼다. 경기 오산에 있는 임야 17만평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부지로 활용될 수 있었던 이 땅의 가치는 1997년에 300억원대를 호가했다. 이후 이창석씨에게 넘겨져 성강문화재단의 씨앗돈으로 사용됐다.

자식과 친인척은 수백억 재산가 이해 못할 일

이씨 집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고로 주목받은 이유는 5공 시절 유달리 극심했던 ‘처가 비리’ 때문이다. 이순자씨는 새세대심장재단 비리, 이창석씨는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이규동씨의 동생인 이규광씨(전 광업진흥공사 사장)는 이철희·장영자씨 7000억원대 어음사기사건의 핵심고리 역할을 했으며, 이규동씨 자신도 80년대 대표적인 탈세사건으로 결국 해체된 명성그룹의 배후로, 그리고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의 유착설로 눈총을 받았다.



2205억원의 추징금 가운데 330억원 가량만 추징당한 전 전 대통령의 현 재산은 자신의 주장대로 거의 ‘0’에 가깝다. 이는 곧 그가 자신의 친인척를 통해 재산을 분산시켰다는 의혹의 근거로 작용했다. 과거 검찰의 대대적인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색출 도중에도 이 같은 사례는 여러 건 발견됐다.

대표적인 해프닝은 한국제분 160억원 채권 사건.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며 채권을 압수했지만 명의자로 등록된 한국제분 이희상 사장의 반발로 이를 돌려줘야 했다. 이사장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이다. 당시 검찰은 채권 매입자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흘러나간 사실을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같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이 여의치 않은 까닭은 당시 거래가 금융실명제 이전에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전산기록이 지금처럼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권장한 무기명채권이 성행하면서 각종 지하자금이 활발하게 세탁된 것도 비자금 추적에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재용씨도 국민주택채권 등 무기명채권만 100억원 가량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비리사건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한 검찰조사관은 전 전 대통령의 ‘통치잔금’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에게 “한보에 왜 600억원을 빌려줬느냐”고 묻자 “어차피 내 돈이 아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수를 거부하기에, 생산적인 영역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는 통치잔금의 대물림이 과거 정권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발언이다.

이번 재용씨 사건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사실은 결국 빈 지갑 신세라는 전 전 대통령의 얘기와 달리 그의 자식과 주변 친인척들은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로 거듭나 그를 보위하고 있다는 것. 권력은 잠깐이지만 돈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는 집안인 셈이다.

검찰은 “재용씨가 뭐라고 말하든 우리는 나름대로 출처를 찾아낼 만한 대책이 있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과연 추징금 판결 이후 7년 동안이나 찾아내지 못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검찰이 이번에는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422호 (p36~36)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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