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2

2004.02.19

예측 못한 배신의 창, 의리 방패

YS 정치적 아들 강삼재는 변심 … 김기섭은 ‘옥쇄 의지’ YS 구하기 몸 던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2-12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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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 못한 배신의 창, 의리 방패

    95년 민자당 김영삼 총재(왼쪽)로부터 사무총장 임명장을 받고 있는 강삼재 의원.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요즘 낙(樂)은 아침 운동이다. 측근과 대화하거나 외출하는 것도 건조한 YS의 일상을 부드럽게 푸는 고리들이다. 현역 은퇴 7년째를 맞는 YS의 이런 일상을 바꾼 것은 차남 현철씨. 그는 YS의 고향 경남 거제에서 ‘4ㆍ15’총선을 준비 중이다. YS는 이런 아들의 ‘거제전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아 거제 상황이 보고되면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도 다시 선보인다고 한다. 한 측근에 따르면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거제도를 방문해달라”는 ‘거제사령부’ 요청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부산과 마산을 거쳐 거제도를 방문하는 것이 부담은 줄이고 효과(?)는 배가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측근들의 입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YS의 이런 역할을 부추기는 사람이 부인 손명순 여사다. 2002년 마산 보궐선거 때 손여사는 “서청원 대표에게 전화해 현철이 공천을 달라고 하라”고 YS를 닦달했다. 견디다 못 한 YS는 “서대표, 우리 부부끼리 밥이나 한번 먹자”고 자리를 청했다. 손여사를 앞에 둔 YS는 “왜 현철이 공천 얘기가 없냐”며 소리를 질렀다. 상도동 비서실장 출신인 서대표는 YS의 의도를 금방 눈치채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겠다”며 손여사를 안심시켰다. “현철이가 출마하면 한나라당도, 현철이도 다 죽는다”라는 YS의 전화가 서대표에게 걸려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 결국 현철씨는 낙천했다. 이번 출마는 이런 인고의 세월을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YS의 기대도 크다. 현철씨가 정치적 재기에 나섰지만 사실 YS에게 정치적 아들은 강삼재 의원이다. 원래 신민당 김상현 계보로 동교동계에서 활동하던 강의원은 정치구도가 지역을 중심으로 흘러가자 “상도동으로 가야겠다”며 출가를 요청했고 김상현 의원과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청출어람을 조건으로 방면했다. 그런 강의원을 YS는 조건 없이 받아들여 오늘날의 ‘강삼재’를 만들었다. YS정권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중견언론인은 “강의원이 YS 집무실에 들어서면 ‘아이고, 우리 삼재 왔나’라며 반색을 했다”고 전했다.

    그런 강의원이 최근 YS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결국 ‘안풍(安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 때문이다. 강의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형량이 항소심에서 확정될 경우 강의원은 정치적ㆍ물질적으로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고민하던 강의원은 몇 차례 ‘아버지’와 주변인사들에게 SOS를 쳤다. 1심 선고 직후 강의원은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그러나 상도동의 반응은 싸늘했다. 강의원은 무덤까지 덮고 가려던 안풍의 진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고 결국 정치적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칼을 겨누는 ‘패륜지장’으로 전락했다.

    재수사 따라 김덕룡 의원 사법처리 결정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이 논픽션 패륜범죄를 막아선 것은 매우 이채롭다. 그는 신라호텔 상무 출신이다. 강의원이 YS의 사랑을 독차지할 때 그는 상도동 변방을 돌며 “YS 식단이나 짜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현철씨 도움으로 안기부에 들어간 것이 상도동 승은의 전부. 그러나 지금 그는 YS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최근 강의원의 처사에 대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변심’한 아들에 상심하던 YS와 상도동은 김 전 차장의 옥쇄 의지가 밉지 않은 눈치다. 김 전 차장은 조만간 ‘YS 구하기 1탄’으로 모종의 ‘팩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YS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상도동 한 관계자는 YS의 침묵에 대해 “강의원도 살고, 상도동도 살고, 나라도 사는 큰 수를 구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정치 정글에 다시 발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정치 9단’ YS의 다음 한 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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