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2004.01.15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유기농 레스토랑 7選 … 신선한 재료·자연미 살린 조리 ‘맛과 건강 동시만족’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1-07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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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마켓 오’의 내부 전경, 전통 주먹밥의 한 종류인 그린 랩(아래 왼쪽), 망고 카르파치오.

    마켓 오 : 발아현미로 밥짓고 메밀·두유로 국수 만들어

    유기농 식당 열풍의 진원지는 서울 신사동에 자리잡은 ‘마켓 오’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마켓 오’는 웰빙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고급스런 입맛을 만족시키며 식사 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고객이 몰린다. ‘마켓 오’의 강점은 매일 아침 배달된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철원쌀, 강진맥우 등 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해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 ‘밥’ 메뉴는 각종 영양소를 함유한 발아현미로 만들고, 국수의 면은 메밀·두유·포도씨 오일 등을 원료로 하여 다이어트에 적합하게 개발했다. 양념을 위한 간장과 설탕도 모두 유기농 재료라는 설명. 주먹밥, 샐러드, 저칼로리 국수요리, 고단백 그릴 등 동·서양을 접목시킨 퓨전음식은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문의:02-548-5090, 주소:서울 강남구 신사동 666-4 보성빌딩 2층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호해면과 레인보우 롤. ‘호면당’의 내부 전경.‘반’의 내부 전경, 모짜렐라&토마토 파니니(왼쪽 부터 시계 방향).

    호면당 & 반 : 매일 아침 공급되는 채소 ‘신선도 으뜸’



    강남에서 유기농 레스토랑의 붐을 주도하는 또 다른 곳이 누들 바 ‘호면당’과 뉴욕스타일 델리 샌드위치를 선보이는 ‘반(Ban)’이다. 서울 청담동에 함께 자리잡은 두 레스토랑은 유기농 제품의 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리앤코 시스템’에서 운영하며, ‘마켓 오’의 기획자 노희영씨가 기획을 맡았다. 호면당의 단골고객 김시리씨(24)는 “호면당의 국수는 다른 곳에 비해 신선한 재료를 쓰고, 야채 향이 많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호면당의 주요 메뉴는 해산물 육수로 만든 호해면, 육수로 맛을 낸 호육면 등의 국수요리. 깔끔하고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옆에 자리잡은 ‘반’은 신선한 야채를 사용한 샌드위치와 유기농 아보카도, 스쿼시 등을 사용해 만든 ‘캘리포니아 롤’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두 곳에서 사용하는 농작물은 주로 경기 양평의 유기농 농장에서 매일 아침 공급받는다.

    호면당 문의:02-511-9517~8, 반 문의:02-511-9519~20 주소: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4 청부빌딩1층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시천주’ 내부 전경, 시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

    시천주 : 순수 한식 고집 … 유기농 음식점의 원조

    강남의 유기농 레스토랑이 주로 동·서양 퓨전음식을 지향한다면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시천주’는 순수 한식 먹을거리를 고집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그린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운영되는 ‘시천주’는 우리나라 유기농 음식점의 원조로 꼽힌다. 최근 건강서적 ‘나는 풀 먹는 한의사다’를 출간한 한의사 손영기씨(34)는 “우리 몸과 가까운 유기물로 재배한 유기농작물이 인체에 좋은 것은 당연하다”며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시천주’의 음식을 적극 추천했다. 시와 술이 샘솟는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시천주’는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뿐 아니라 인사동 특유의 한국적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을거리는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7000원). 전북 남원 일대와 경기 양평에서 나는 유기농 쌀, 손수 담근 된장, 유정란과 유기농 밀가루 등을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유기농 생산의 한계 때문에 100% 유기농작물을 사용하긴 어렵지만, 최대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철칙이다. 강원도에서 직접 담근 머루주(한 병 1만5000원)와 지리산 악양산의 막걸리는 ‘시천주’만의 별미로 손꼽힌다. 음식을 남기지 않은 손님에게는 녹색화폐 1000사랑(원)을 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점도 친환경 음식점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의:02-732-0276, 주소:서울 종로구 관훈동 118-27 인사동 1길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등대어장의 조리사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왼쪽). 광어초밥.

    등대어장 : 자연산 해산물을 이렇게 싼값에…

    유기농·자연산 먹을거리는 비단 땅에서 나는 것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해산물도 그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양식장에서 대량 생산된 해산물보다 자연스럽게 성장한 자연산 해산물이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연산 해산물을 서울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 노릇.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등대어장’은 자연산 해산물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100% 자연산 회를 판매한다는 ‘등대어장’의 이야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강남의 다른 자연산 횟집에서 1인분이 대개 10만원 넘게 판매되는 것에 비해 등대어장의 1인분 가격은 4만5000원에 불과하기 때문. 이에 대해 운영자 최학용씨는 “강원도 현장에 직접 어장을 보유해 입찰 절차를 줄이고 직송 시스템으로 원가를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횟집에 비해 밑반찬으로 불리는 ‘스키다시’가 적은 대신 신선한 주 메뉴를 선보이는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신선한 해산물 공급을 원칙으로 하는 운영자들의 고집 때문에 폭풍주의보 등 해상 기상조건이 악화될 경우 고객들은 회를 먹을 수가 없다. 또 계절과 날씨, 어민들의 조업 상태에 따라 ‘등대어장’에서 선보이는 메뉴가 달라진다. 1월에는 수심 300m의 냉수대에서 잡히는 아카가리와 도치, 물곰치, 방어 등이 제철 메뉴로 손꼽힌다. 자연산 홍합탕과 밑반찬으로 준비하는 가자미·햇떼기 식혜는 입맛을 돋우는 별미다.

    문의:02-564-5353, 주소: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1006 휘문고 4거리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시젠 스페셜. 더시젠 (이대점)의 내부 전경.

    더시젠 : 색색깔 건강면에 천연재료로 맛 보태

    국내 최초 ‘건강면 전문점’으로 첫발을 내디딘 곳이 ‘더시젠’이다.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좋은 녹차·호박·당근·다시마·검은콩·쌀·메밀·곤약 등을 원료로 한 면발에, 볶음·탕·비빔&샐러드 등 다양한 조리법을 가미해 60가지의 국수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8종류의 건강면과 5가지의 조리법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 있어 고르는 재미도 쏠쏠한 편. 색깔을 뽐내는 건강면은 인공색소가 아닌 천연 재료로 만들었으며, 면에 당근이나 녹차 냄새가 배지 않아 먹기에 부담이 없다. 해산물과 굴소스로 볶아낸 건강 국수 ‘시푸드 미스틱’, 야채 샐러드와 메밀국수의 소스가 새로이 결합된 ‘시젠 스페셜’은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가장 비싼 국수가 6500원에 그쳐 싼값으로 간단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겨울을 겨냥해 하이비스커스나 보이장미 등 건강에 좋은 허브티도 선보여 찻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건강 음식’ 하면 맛이 없고 심심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다. 시젠은 CJ모닝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에만 이대점·상암점·강남점 등 3개 점포가 있다.

    문의:(이대점)02-364-2135/ www.theczen.net

    매키스 : 아이스크림·커피도 유기농시대 활짝

    식탁의 반란 … 우린 ‘슬로 푸드’로   간다

    매키스(신사점)의 내부 전경. 매키스의 아이스크림.

    유기농 제품의 진출은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이어졌다.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이 열리면서 해외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국내에 상륙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려 시도한다. 가격은 기존의 아이스크림보다 약간 비싼 2000원대 수준으로 12~18개월의 유통기간이 지나면 바로 폐기한다.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적어도 3년간 사용하지 않는 등 스코틀랜드의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매키스의 유기농 아이스크림은 인공적인 단맛이 덜하고 부드러워 노인층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유기농 커피(6000원)는 설탕· 크림을 넣지 않고 판매하는데, 약간 시큼한 맛과 독특한 향이 특징이다. 값은 약간 비싸지만, 고급 아이스크림이 영국식 품격 있는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소비자들의 발길을 끈다.

    문의:(서울 신사점)02-512-2414/ www.macki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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