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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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매운맛 마침내 ‘철녀’ 잡다

루이 9단(흑):박지은 4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12-05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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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매운맛 마침내 ‘철녀’ 잡다

    장면도

    영원한 강자는 없다. 세계 정상급 남자기사들도 설설 기게 만들며 반상의 아마조네스 여전사로 철권을 휘두르던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 그 주먹이 오죽 셌으면 ‘철녀(鐵女)’로 불렸겠는가. 사정이 이러한지라 국내 여자기사들이 루이 9단의 벽을 뛰어넘는 것은 요원한 일로 여겨졌다. 1999년 한국에 정착한 루이 9단은 지금까지 10대, 20대 여자기사들을 그야말로 어린애 손목 비틀 듯 가볍게 제압해왔다. 그런데 최근 여류 국수전에서 조혜연 4단에게 2대 0으로 무릎을 꿇어 타이틀을 빼앗기더니 세계대회인 정관장배 준결승전에서도 박지은 4단에게 2대 1로 패해, 충격을 던졌다. 승부사에게 나이 마흔은 과연 ‘마(魔)의’ 고개인가. 물론 루이 9단의 컨디션 난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나 이보다는 한국 여자기사들의 실력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마디로 내성(耐性)이 생겼다는 말이다.

    토종 매운맛 마침내 ‘철녀’ 잡다
    백△ 로 살고자 했을 때 다들 흑 ‘A’로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루이 9단은 돌연 흑1로 죽었다고 생각한 두 점을 움직였다. 이후 흑7까지 진행되었을 때, 처럼 백1로 막는 것은 축에 걸린다. 이것은 뻔한 수 읽기라 천하의 여전사 루이 9단이 이를 생각하고 움직였을 리는 없을 테고…. 실전 백8에 이은 10의 끊는 수까지는 읽었을 것이다. 이때 흑2의 단수가 먹히는 것으로 착각한 듯하다. 하지만 아뿔싸! 백3·5로 돌려치는 수가 있으니. 여기서 사실상 무너졌다.

    흑13으로 치받아 ‘B’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고 총공격에 나섰으나 백18까지 가볍게 달아나자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졌다. 세계대회 출전 백전백승의 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박지은 4단의 결승 상대는 윤영선 3단. 작년 호작배에서의 대결에 이은 두 번째 대결이다. 208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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