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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3분의 2 ‘장롱자격증’

올 9월에만 2만8000명 배출 과포화 … “치열한 경쟁·업무영역 충돌 자격증 가치 상실”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공인중개사 3분의 2 ‘장롱자격증’

공인중개사 3분의 2 ‘장롱자격증’

서울 강남지역에 들어선 공인중개업소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 열기로 인기가 급상승한 직종이 있다. ‘공인중개사’가 바로 그것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는 이미 10만명을 훌쩍 넘겼고, 관련 학원은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집단’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아 왔다. 잘만 하면 단시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너도 나도 시험에 매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공인중개사가 된 이들은 “과당경쟁과 업무영역 충돌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로 공인중개사가 과다배출된 점이다. 특히 올 9월 시행된 자격시험에서는 출제상의 문제로 2만8000명의 공인중개사가 탄생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인중개사가 과다배출되기 시작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인중개사 시험을 1년에 2회로 늘리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런 방안은 노령층의 직업 안정과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7만여명의 공인중개사가 배출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6만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11만명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소는 2만개가 적정하다”고 분석한다.

17만여명 중 6만명만 사무소 운영

31살의 나이로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A씨는 “어렵게 시험에 통과해 개업을 꿈꾸고 있지만 월급쟁이 고용사장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 자격증의 가치는 이미 상실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문을 연 중개사무소는 약 6400곳이지만 1년도 채 안 돼 문을 닫은 사무소가 4000여곳으로 폐업률이 60%에 이르고 있다. 1개 공인중개사무소의 담당 가구 수가 선진국의 경우 500가구지만 우리는 절반인 254가구에 불과해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또 서울에서는 억대 미만의 자본으로 부동산중개업소를 내기도 어렵다. 자본이 없는 공인중개사는 늘 편법 거래의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은 중개업소의 난립과 자격증 및 등록 대여 등 거래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를 낳았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이다.

업무영역 충돌 부분은 중개업자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법무사들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신고용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사무소가 한 번 써주는 것으로 끝나도 될 매매계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현재 법원행정처는 법인 및 공인중개사인 중개업자의 경·공매 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 취득 알선 및 매수(입찰) 신청 대리권을 인정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법무사의 편을 들고 있다. 또 변호사들이 중개업무에 손을 뻗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한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제출한 ‘부동산사무소 개설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 적극 대응해 3월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변호사 간에 벌어지는 업무영역 다툼은 자칫 이익집단 간 밥그릇싸움으로 비치기 쉽다. 이에 대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공인중개사도 엄연한 전문직”이라며 “부동산 유통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인중개사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유통에 관련해 ‘전문지식을 갖추고 고객을 위해 종사하는 직종’이라 하지만, 중개업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개업소를 투기의 온상이라 여기는 시각도 있기 때문.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은 “일부 투기를 부채질한 중개업자들도 분명 있지만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더 큰 문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나 무자격자들의 영업이라는 것. 이들은 아파트 분양 현장 등에서 무자격 떴다방 업자들이 무분별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공인중개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공인중개사들은 가장 먼저 국가공인능력시험인 공인중개사시험의 공신력을 높이고, 자격자 수급조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험문제지 부족사태, 잘못된 문제 출제, 시험문제지 부정유출 등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험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시험 실행기관을 건설교통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공인중개사들의 요구가 자신들의 이익 찾기에만 골몰하는 데 그칠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지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411호 (p54~55)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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