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2003.10.09

인도 타지마할 알고 보면 ‘중환자’

빗물 새고 건물 전체 균열 내상 심각 … 야무나江 강폭 줄여 기단부도 손상 시작

  • 델리=이지은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3-10-01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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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타지마할 알고 보면 ‘중환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타지마할. 흰 대리석 돔 너머로 무갈 왕조식 정원과 아그라시가 내려다 보인다.

    인도에 대해서 별반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인도 유적이 바로 타지마할(Taj Mahal)이다. 아름다운 비례와 웅장한 규모로 ‘세계 여덟 번째 불가사의’로 불리는 타지마할은 인도인들의 자존심이자 이들이 자신 있게 세계에 내놓는 문화상품이다.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는 이미 1983년 타지마할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인도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문화재임을 선언했다.

    타지마할을 보러 인도를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실제로 이 웅대한 건축물이 보여주는 위용과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눈부시게 흰 대리석과 정교한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색색의 보석꽃, 만월의 교교한 달빛과 어우러지는 새하얀 돔, 바로 앞에 펼쳐진 ‘천국의 지상구현체’라는 무갈 왕조식 정원과 그 연못에 비친 또 하나의 타지마할.

    타지마할에 얽힌 세기의 사랑 이야기는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일종의 마력까지 더한다. 타지마할은 중세 인도를 다스렸던 무갈 왕조의 네 번째 황제인 샤 자한의 부인 뭄타즈 마할의 무덤이다. 두 사람의 금실이 유별나게 좋아서 뭄타즈 마할은 당시 샤 자한이 수행했던 많은 군사적 원정과 크고 작은 전투에까지도 빠짐없이 동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뭄타즈 마할은 결혼생활 16년 만에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샤 자한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화려한 외관 누추한 실내 ‘두 번 충격’

    인도 타지마할 알고 보면 ‘중환자’

    매년 타지마할을 찾는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아그라시의 큰 수입원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샤 자한의 비통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황제는 아내를 위해 영원토록 남을 무덤을 지어주는 일로 못다 한 사랑을 이루고자 했다. 곧 인도 전역뿐 아니라 당시 선진 문화를 구가하던 페르시아로부터 건축가와 기술자들이 초빙되었고 진귀한 보석과 돌들이 수입되었다. 2만명의 일꾼을 동원한 대공사를 계속한 지 22년 만인 1648년, 마침내 아름다운 타지마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 덧붙여진 전설 같은 이야기는 더 한층 신비롭다. 순백색의 타지마할이 완성된 후 샤 자한은 자신이 사후에 안치될 무덤으로 아내의 무덤이 마주 바라보이는 언덕에 타지마할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검은색 건물을 짓고자 했다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샤 자한의 폐위로 공사는 중단되었고 그 언덕 위에는 주춧돌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고고학자들은 ‘검은 타지마할’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 전설의 진위야 어떻든 간에 폐위된 샤 자한이 유폐되어 말년을 보냈다는 아그라성의 발코니에서 아련히 바라보이는 타지마할의 자태는 또 하나의 백미다. 젊은 시절 고락을 함께했던, 그러나 먼저 떠나버린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되씹는 늙은 황제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옛 사랑 이야기와 함께 타지마할에 대한 아름다운 인상을 간직한 채 그 안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관광객들은 외관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또 한 번 충격을 받게 된다. 온 실내에 퀴퀴하게 배어버린 박쥐와 새들의 배설물 냄새, 돔 지붕의 안쪽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는 새집과 벌집들, 먼저 있던 벌집을 태워 없앨 때 남은 시커멓게 그을은 자국들, 쪽이 떨어져 나간 색색의 보석, 금이 가고 부서져가는 대리석 계단 등등.

    인도 타지마할 알고 보면 ‘중환자’

    인근 아그라성에서 보이는 타지마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타지마할을 감싸듯 푸르게 굽이쳐 흘러야 할 야무나강엔 오염된 하수가 흐르고 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정원엔 생수병과 쓰레기가 내팽개쳐져 있다. 여기저기서 벌떼같이 달려드는 기념품 행상들과 호객행위를 하는 가이드들도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데 톡톡히 한몫한다.

    고고학자들과 보존처리 전문가, 환경론자들의 보고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아그라 근처의 대기오염 때문에 타지마할의 대리석이 부식되고 누렇게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의 주 원인은 아그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재래식 공장들과 가까운 마투라에 위치한 정유·석유화학 공단이다. 또 인도 전역의 오염으로 인해 내리는 산성비 역시 대리석의 천적이다. 사철 덥고 습한 기후는 대리석 판들을 연결, 지탱시키는 철제 꺾쇠와 못의 부식을 촉진시켜서 건물 전체의 균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1998년 유네스코와 프랑스의 론-풀랭 재단, 인도 고고학연구회는 타지마할의 부식 상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3개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리석판 틈새를 방수처리하고 심하게 파손된 대리석판을 새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후 2001년에는 인도 굴지의 회사인 타타그룹의 후원 하에 주변경관 개선과 타지마할 내부 수리를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대규모 쇼핑센터 건립은 일단 중단

    그런데 올해 초 타지마할이 위치하고 있는 우타르 프라데쉬 주 정부의 새로운 ‘타지마할 낭하 프로젝트’로 타지마할 보존 사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총 17억 5000만 루피(약 525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던 이 사업은 야무나강의 수위 조절, 타지마할과 아그라 내의 타 유적지들을 연결하는 유적지 콤플렉스의 건설, 타지마할을 둘러싸는 쇼핑센터 건설 등 대규모 공사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보존보다는 타지마할을 이용한 돈벌이에만 중점을 둔 이 사업은 곧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반면 타지마할을 통한 관광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인근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행히 최근의 정치적 변화로 우타르 프라데쉬 주 정부가 바뀌면서 타지마할 프로젝트는 일단 중단되고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정치인들이 프로젝트에 사용될 공금을 유용했다는 정치적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시작된 야무나강 수위 조절 사업이 타지마할을 붕괴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는 충격적이다. 주 정부는 미관을 위해 야무나강의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강폭을 줄이는 공사를 실시했는데, 수위가 올라간 대신 수압이 너무 강해져서 타지마할의 기단부에 많은 압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단부에 강둑을 따라 붙어서 기단을 지탱하고 있는 사라나무 판자는 물과 접촉해야 수명이 길어진다. 하지만 강폭을 줄이는 개간사업을 했기 때문에 이 사라나무 판자의 수명도 더 짧아질 것이라고 한다. 인도 고고학 연구회 아그라 지부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타지마할 기단부의 손상이 시작된 상태다.

    사실 타지마할을 손상하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아그라시 곳곳에 있는 공장의 문을 하루아침에 닫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타지마할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노점상과 행상들을 관광객의 편의와 쾌적한 환경을 위해 대책 없이 몰아낼 수도 없다. 그러나 문화재의 진정한 보존과 환경을 위하는 개발이라면 관광객들이 뿌릴 ‘돈’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타지마할은 비가 새고 무너져가고 있는데, 그 옆에 대규모 쇼핑센터가 생긴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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