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2003.08.14

작가 27명 눈으로 본 서울이야기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3-08-07 1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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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27명 눈으로 본 서울이야기

    강상훈 ‘난곡’(왼쪽), 강홍구 ‘Drama Set 8’

    서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니 서울이라고 말할 때 우리들의 머릿속엔 어떤 장면이 그려지는가. 혹시 그것이 남산에서 파노라마 렌즈로 바라본 스카이라인은 아닌지. 왜냐하면 그것이 TV와 책을 통해 익히 보아온 서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얼’한 서울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짓’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남대문, 난곡, 인사동, 구로동의 어느 휘어진 좁은 길, 어느 황량한 아파트 단지 안이지, 초고층 유리 빌딩으로 이어진 스카이라인 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초청기획전 ‘서울생활의 발견: 삶의 사각지대를 보라’(8월4~16일)는, 지시어가 말하듯, 인구 1000만명의 ‘스펙터클’한 초대형 도시로서의 서울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일상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전시 기획자이자 전시 기간중 출간되는 ‘서울생활의 재발견’의 저자인 강수미씨는 “서울을 직접 다룬 작품들, 혹은 서울의 시각 이미지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해되며 소비되는지 이야기하는 작업들을 선택하고자 노력했다. 말하자면 서울을 매개로 미술이란, 혹은 문화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는 기획”이라고 말한다.

    이런 기준으로 최진욱 강홍구 강상훈 김학량 정주영 등 27명의 작가들이 선정됐다. 이들은 난곡이나 난지처럼 존재하고 있으나, 메가폴리스로서의 서울의 개념에서는 부재한 곳들을 주목하기도 하고, 우리가 인식하는 서울, 그 진피층에 무엇이 있는지 바라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주 그들의 시선은 서울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까지 닿아 있다.

    그러다 보니 강수미씨가 지적하듯 ‘서울에 대한 문화연구와 미술작품이 서로 비슷해져 버린’ 아쉬움이 없지 않다. 동시에 이는 미술과 삶의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귀납적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씁쓸함의 원인은 서울특별시민인 ‘나’의 삶이 서울의 지체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전시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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