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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휴대전화 수거 “당신 먼저”

제조업체·이통사업자 등 비용·역할 분담 놓고 티격태격 … 담당 부처도 뒷짐만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폐휴대전화 수거 “당신 먼저”

폐휴대전화 수거 “당신 먼저”

국내에서 연간 1300만대의 휴대전화가 버려지고 있어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폐휴대전화를 주도적으로 회수하고 회수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을 통해 폐휴대전화를 회수하되 제조업체도 회수에 참여하고 그 비용은 분담해야 합니다.”(이동통신사업자들)

“중고휴대전화 유통을 양성화할 법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러나 재활용 과정에 드는 비용까지 부담할 수는 없습니다.” (중고휴대전화 수출업체)

6월10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주최한 ‘중고 (폐)휴대전화기 회수체계 구축을 위한 제2차 간담회’ 현장. 휴대전화 제조업체(삼성전자, LG전자), 이동통신사업자(SK텔레콤, KTF, LG텔레콤), 환경단체(녹색소비자연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중고휴대전화 수출업체(SK글로벌),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등의 대표자들이 폐휴대전화 처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폐휴대전화 처리를 놓고 관련 업체들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업체들간의 논란이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폐휴대전화의 회수와 재활용에 있어서 그 비용과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납, 수은, 비소 등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의 대상품목으로 지정돼 2005년부터 생산업체의 폐휴대전화 수거 및 재활용이 의무화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실제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로부터 징수하는 제도. 이 법에 따르면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폐휴대전화의 재활용을 담당하고, 휴대전화의 유통망을 장악한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제조업체가 폐휴대전화를 회수할 공동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휴대전화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회수 체계와 비용 분담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휴대전화 관련 사업자들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다른 전자제품군과 달리 판매업자와 제조업체 사이의 이해가 미묘하게 얽혀 있어 논란이 되는 것. 특히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2005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폐휴대전화 수거 “당신 먼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폐휴대전화의 회수는 필수적이다(왼쪽).현재 중고휴대전화는 이동통신업체들의 대리점을 통해 기기보상판매 형식으로 회수되고 있다.

제조업체측은 “이동통신사가 폐휴대전화의 증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므로 이동통신업체가 폐휴대전화의 회수를 담당하고 그 비용까지 충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IMT 2000’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멀쩡한 기존의 단말기를 버리고 새 휴대전화를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환경안전그룹 오치영 대리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도입을 준비하며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사들이 주체가 돼 폐휴대전화를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제조업체에 부담이 집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도 “이동통신업체들은 폐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수출업자에게 팔아 돈을 벌고 있다”면서 “이익을 보는 업체들이 회수 비용을 감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통신업체들의 경우 제조업체에 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면서 아직 이를 전담할 부서조차 꾸리지 못한 상태다. 다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폐휴대전화 수거를 담당하되 비용은 제조업체 등과 분담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기기보상판매 형식으로 개당 4만~5만원씩 지불하고 단말기를 회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제조업체들의 폐기물 처리 비용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KTF CS지원팀 배진호 차장은 “단말기를 판매해 이익을 챙기는 제조업체가 회수 비용까지 이동통신사에게 떠넘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제조업체의 요구가 올바른 것인지 조사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폐휴대전화 처리에 있어서의 두 번째 쟁점은 ‘중고휴대전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지난해 SK글로벌은 200만개의 중고휴대전화를 회수해 160만개를 가공하여 수출했다. 국내에서 기능이 떨어져 버려진 휴대전화라도 외국에서는 여전히 쓸 만하기 때문. 폐휴대전화의 재사용은 환경보호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상표법’ ‘의장등록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4월 외장만 바뀐 채 중국·러시아·동남아 등지에 밀수출된 중고휴대전화들이 대거 적발되자,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중고휴대전화 수출이 국산 휴대전화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하고 국내 수출 여건을 악화시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수출되는 중고휴대전화의 경우 부속품이 수출되는 국가의 사정에 맞게 변형됐는데도, 여전히 ‘애니콜’이나 ‘LG싸이언’ 등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실정이다. ‘휴대전화단말기 보조금 지급 중지’로 휴대전화 가격이 몇 십만원대에 이르면서 국내에서도 4만~5만원대의 중고휴대전화가 특수를 누리는 상황. 신제품을 팔기 원하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에게 중고휴대전화의 활성화가 반가울 리 없다.

중고휴대전화 수출을 담당하는 SK글로벌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고휴대전화 수출이 외화 획득과 환경오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신 중고휴대전화 수출이 양성화되도록 법적 규정을 갖추고 ‘재생휴대전화 품질 기준’을 마련하는 등 관련 업자들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휴대전화 수거 “당신 먼저”
폐휴대전화 처리를 놓고 벌어지는 업계의 갈등을 지켜보며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핸드폰찾기콜센터 오재영 팀장은 “환경 차원에서나 국가 통신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 폐휴대전화 처리를 위한 일괄적인 협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2005년부터 적용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제조업체, 이동통신사업자, 중소수출업체 간의 역할과 비용 분담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또 이를 위해서 “폐휴대전화의 처리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업계의 혼란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실장은 “환경부는 법령만 만들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환경부의 방관자적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300만대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는 폐휴대전화의 친환경적 처리를 위한 효율적 방안이 절실한 실정이다.





주간동아 390호 (p36~37)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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