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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남북정상회담 3주년

막바지 특검의 특별한 고민

수사기간 부족·박지원씨 처리 여부·주위의 도덕적 압박 등 해법 찾기 힘들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막바지 특검의 특별한 고민

막바지 특검의 특별한 고민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월16일 오전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정치권에만 고민이 있겠소? 고민이라면 특별검사(이하 특검) 팀이 더하면 더했지….” (특검의 한 수사관)

대북송금 의혹 규명에 나섰던 송두환 특검팀이 1차 수사기간 만료일(6월25일)을 눈앞에 두고 출범 초기 우려했던 암초에 부딪혔다. 4월18일 수사 착수 이후 잠잠했던 여론이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이해 폭발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TV 특별대담과 정치권 일각의 ‘특검 연장 반대’ 주장은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는 송두환 특검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 특검팀은 ‘자물쇠’라 불릴 정도로 기자 따돌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남북관계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5월 말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구속되고 ‘자금 조성과 송금 경로’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나올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특검팀이 조심스럽게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결론’을 찾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 김종훈 특검보와 수사관들이 “그럼 기자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되레 기자들에게 묻는 일도 잦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론’에 대한 특검팀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여러 법학자들의 견해를 모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치권의 논쟁과는 상관없이 특검의 역할에 충실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져왔지만 막상 종착역이 다가오자 특검팀의 피할 수 없는 고민과 우려가 여러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간 연장은 꼭 필요한가



현재 특검이 스스로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1차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한 것. 처음 주어진 70일이라는 수사기간은 짧은 것이 아니었다. 핵심 줄거리 역시 거의 공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특검팀 역시 충분히 1차 기한 내에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이런 자신감은 유지됐다.



그러나 ‘선 진상규명 후 일괄기소’라는 내부방침은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와 이기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 구속으로 무너졌다. 수사기법상 단행한 이들에 대한 구속은 특검팀의 일감을 늘리는 역할도 했다. 결국 김종훈 특검보는 6월10일 이후 특검을 조기 마무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수사가 길어지면서 쓸데없이 정쟁 대상이 된 셈이니 특검팀의 곤혹스러움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짐작된다.

특검은 드림팀이 아니다?

“이번 특검은 아마추어다. 정치적 사건 경험이 전무한 강력부 검사들로 채워져 무턱대고 사건을 파헤치고만 있다.”

한 핵심 변호인의 현 특검팀에 대한 불만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무수석이 6월15일 “수사 범위 제한을 전제로 특검을 수용했다”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특검에 가이드 라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특검팀과 민주당 신주류 사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하지 않고, 진상을 먼저 밝힌 뒤 일괄 기소한다’는 정도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두 번째 원칙은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에 의해 무너졌다.

송두환 특검과 김종훈 특검보는 수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조율에 주력한다. 마약류 수사 등을 전담해온 강력부 검사 출신인 박충근 박진만 이병석 검사가 특검팀의 실무 검사들. 그런데 특검 출범 초기부터 이들은 정치와 경제가 맞물린 사건을 다루는 대북송금 특검의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수사 실무팀으로서도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처벌’을 전제로 하지 않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기 때문. 결국 이들의 건의가 받아들여져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긴급체포했다. 소환 대상자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는 등 다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런 흐름은 이기호 전 수석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막바지 특검의 특별한 고민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과 맞물리면서 특검은 국론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수사기법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 사이 특검에 소환된 인사들은 ‘탈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대북사업과 정상회담’에 관여한 것으로 언론에 비쳤다. 이는 민주당 구주류를 비롯해 일부 신주류 의원들까지 가세, ‘특검 수사 연장 반대’를 주장하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특검으로서는 역풍을 맞은 셈이다.

또한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카드가 사용된 뒤로는 사건의 조율을 맡은 송두환 특검과 김종훈 특검보가 수사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여론에 신경을 쓰면서 출범한 특검이었지만 강력부 검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사방식을 선택해 스스로 발목을 잡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박지원 구속? 김대중 소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6월16일 소환돼 이틀간 박광빈 특검보 및 수사관들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또한 임동원 전 특보를 비롯한 대북송금 관계자들과의 대질심문도 계획돼 있다.

특검의 고민은 대북송금과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실장 구속은 특검팀의 존재 이유이자 수사 결론인 셈이다. 그러나 박 전 실장을 구속하는 일이 실은 가장 어렵다는 것을 특검팀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가장 쉬운 길은 그가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실장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어서 대출 결정 라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지어 처벌하기에는 딱히 적용할 법이 마땅치 않다.

특검팀에 파견된 김승교 변호사는 “너무나 불완전한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박 전 실장에 대한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김 전 대통령의 소환과 맞물려 있기 때문. 그가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소환방식이나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박 전 실장은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조사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없는 처지. 때문에 특검팀으로서는 ‘통치행위’에 대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은 여야의 미흡한 특검법 협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역사의식 없는 특검?

“미국이 대한민국 특검을 즐기고 있다.”

현재 특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난은 특검에 참여한 검사와 변호사들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압박이다. 최근 부각된 논리는 바로 우리 국익이 아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특검이라는 비판이다.

일부 변호인들은 “다시는 북한으로 현금이 갈 수 없을 테니 대북 봉쇄를 주장하는 미국 국무부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고, 특검이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특혜를 언급해줘 상계관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됐으니 미국 상무부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이 됐다”고 특검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야당보다는 미국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대북송금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초기부터 정치권과 무관하게 독립관청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인간적 고뇌가 없을 리 없다. 송특검은 인권변호사 시절과 민변 회장직을 거치며 김 전 대통령과도 ‘전혀 모르지 않는’ 사이가 됐다. 김특검보 역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대학 및 사시 동기로 개혁성향을 보여왔다. 김특검보는 최근 “피아가 바뀐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이 갑자기 반통일세력이 된 것 같다는 곤혹스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동안 법조계에서는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던 송두환 변호사가 왜 특검 제의를 수락했는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송두환 특검에게는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전후한 일주일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 같다.



주간동아 390호 (p32~34)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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