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0

2003.06.26

돌아온 夢, 정치 헛발질 고쳤나

국민통합21 재건 총선 준비 ‘발등의 불’ … 新黨 등 정계개편 구도 향후 행보에 주목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6-1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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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夢, 정치 헛발질 고쳤나

    대선 뒤 4개월 만인 4월16일 한·일전 축구경기장에 함께 선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 국민통합21대표(맨 왼쪽). 두 사람 사이 감정의 골은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돌아왔다. 4개월간의 미국생활을 청산한 그는 6월8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對)우루과이전에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다시 ‘축구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정대표의 귀국이 관심을 끈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각종 구설 및 측근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시점에 이뤄졌기 때문. 그러나 정대표의 측근은 “이렇다 할 계획은 없다. 당분간은 의정활동에 전념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정대표가 국민통합21의 재건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국민통합21을 되살리지 못할 경우 정치적 입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통합21의 고위 관계자로 활동하다 탈당한 한 인사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통합21이 자력갱생하지 않으면 정대표마저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표도 그동안 미국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위기상황을 예민하게 주시해왔다는 것.

    대선 당시 최후의 1시간30분을 참지 못한 ‘원죄’에 대한 비난이 미국 스탠퍼드대학에까지 날아드는 등 정대표는 한동안 마음고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생활 중에도 정대표가 신경을 쏟은 것은 노대통령과의 관계 회복. 본인보다 주변사람들이 더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자민련과 내각제 코드 맞출 수도



    국민통합21의 한 관계자는 “당내 인사들은 물론 정대표도 대선투표일 전날의 순간의 실수에 대해 노대통령측의 관용을 바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대표의 이런 노력에 대해 청와대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4월, 축구 한·일전 당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노대통령을 만났을 때 국민통합21측은 관계 개선을 위한 ‘플랜’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수포로 돌아갔다. 노대통령은 5월30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당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생수회사 장수천과 부동산 문제를 얘기하며 “보증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하지만 정몽준 대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해 정대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정치권 기류 탓에 정대표는 이제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대표는 당분간 국민통합21 재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신당 창당 움직임도 정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신·구주류가 결별하는 등 정계구도가 재편된다면 구주류와 전략적 연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런 구도가 가시화한다면 그 과정에서 김민석 전 의원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설에 대해서는 성사 가능성보다는 한계를 꼬집는 목소리가 우세한 편이다.

    정대표와 정치적 코드가 맞는 정치집단은 한나라당과 자민련. 한나라당 당권 경쟁의 결과도 정대표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듯하다. 또 자민련과의 연대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 전 몇 차례 JP(김종필)와 코드를 맞춘 경험이 있고 그 당시 두 사람의 연결고리였던 내각제 개헌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통합21을 떠난 한 관계자는 “정대표의 정치적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지난 대선과 같은 실수와 헛발질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독선적 당 운영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와 정치적 인연을 맺으려는 세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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