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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브레이크 없는 사회의 비극

  •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브레이크 없는 사회의 비극

브레이크 없는 사회의 비극
새가 좌우 날개가 있어야 균형을 잡고 날 수 있듯이, 사회도 논리적 좌익와 합리적 우익이 균형을 이룰 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논리적 좌익와 합리적 우익의 공존 이외에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와 같은 강경파와 온건파의 공존이다. 액셀이 없는 자동차는 추진력이 없고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는 위험하듯, 온건파만 존재하는 사회는 활력이 없고 강경파만 존재하는 사회는 파국으로 치닫기 쉽다.

최근 한국사회의 여러 조직을 보면 액셀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는 곳이 많은 것 같다. 고스톱에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다 스리 고에 피박을 쓰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돌격 일변도,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다 결국 조직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9년 침몰한, 당시 4대 재벌 의 하나인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 실패 역시 브레이크가 없는 조직이 낳은 비애다.

합리적 토론·과학적 전략은 없고 온통 강경 일색

때로 역사는 브레이크 없는 조직이나 사회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의 사례는 그 전형적인 예다. 당시 일본 육군은 천황제 국가 기구의 핵심으로 그 정치적 역할은 극에 달했었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일본 육군은 온건파가 주도하는 일본 해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인 조직이었다. 그중 가장 큰 차이는 인적 구성이다. 일본 육군의 장교와 하사관은 당시의 정치체제에 비판적이었던 농민 출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심리적 일체감은 강했지만 조직 내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는 결여돼 있었다.

원래 일본 육군은 에도 막부가 채용했던 프랑스식 군제를 계승했지만 천황제 국가의 확립 과정에서 프랑스 혁명군의 전통을 잇는 이 합리적 군제를 폐기했다. 대신 호전적이고 침략적인 프로이센형 군제를 새로 도입하고 여기에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보강해 특유의 조직을 형성했다.



이와 같은 인적 구성과 군제 하에서 일본 육군의 작전회의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강경파가 온건파를 제압해나갔다. 일본 육군의 작전회의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제압하는 최후의 한마디는 “당신은 목숨이 아까운 것 아닌가”였다. 군인으로서 목숨이 아까워 작전을 반대한다는 말을 듣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한마디에 합리적 토론은 사라지고 이후의 발언은 자신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항변이 다였다.

이렇게 결정된 일본 육군의 전략 기조는 확전에 확전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일본 육군은 단독으로 노구교 사건을 일으켜 이를 중일전쟁으로 확대했는가 하면 동남아는 물론 인도에까지 전선을 확대해나갔다. 물론 이런 확전이 일본군의 역량과 국제정세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것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경파가 주도한 일본 육군의 무모한 전략을 조직 내에서 제어하지 못한 결과 일본군은 물론 일본 국민 전체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한국사회에도 일본 육군과 같은 ‘브레이크 없는 조직’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 내부의 R&D 부문에서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어느 누구도 “NO(프로젝트의 중지)”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중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을 중지해야 할 제품이나 서비스가 중지되지 못할 때 그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개발 도중에 중단되었으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의 심판에 의해 제품이 퇴출되는 경우에는 이미 회수가 불가능해진 개발비는 물론 마케팅 비용, 영업 비용 등 지불하지 않아도 될 엄청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 역시 이런 브레이크 없는 조직을 연상시킨다. 화물연대 지도부의 통제력은 투쟁 중반에 접어들면서 강경파에 밀려 상실돼갔고, 전반적인 투쟁 기조 역시 합리적인 토론과 과학적인 전략, 전술보다는 감정적으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분위기로 급속하게 치달았다. 물론 화물연대는 이번 투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육군이 주도한 일본군 역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에 패해 몰락의 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386호 (p96~96)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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