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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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에 1654회 개근 ‘철인 배우’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5-21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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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품에 1654회 개근 ‘철인 배우’
    용띠 남자 나용두와 개띠 여자 지견숙이 만나 싸우며 사랑하며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그린 연극 ‘용띠 위에 개띠’가 5월30일로 공연 4주년을 맞는다. 1997년 8월 대학로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이 연극은 이후 부산 대구 공연을 거쳐 2000년 5월부터 이랑씨어터에서 36개월간 계속 공연돼왔다. 통산 공연 횟수는 1654회.

    이랑씨어터의 대표인 배우 이도경은 이 1654회의 공연 내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남자주인공 나용두를 연기했다. 올해로 연극인생 29년째를 맞은 이대표에게 ‘용띠 위에 개띠’는 그야말로 ‘청춘을 바친 작품’인 셈이다.

    “‘용띠 위의 개띠’는 극작가 이만희씨와 제가 창작 단계에서부터 서로 의논하며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이 작품이 제게 각별한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의 모델이 바로 저희 부부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저는 극중 나용두처럼 꼼꼼하고 제 처는 지견숙처럼 덜렁대거든요.”

    실제로 극 속에서 지견숙이 누워서 빨래를 너는 해프닝 등은 이대표의 집에서 가끔 있는 일이라고. 이 때문에 이대표의 처갓집 식구들이 이 연극 초연을 보고 박장대소했단다. 이대표는 ‘용띠 위에 개띠’의 롱런 이유를 “쉽고 친숙한 주제를 다루며 감동과 재미를 함께 주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한다. 그래서인지 클럽활동 시간을 이용해 단체관람하러 온 중고생 관객이 유난히 많았다고. “심지어는 강원도 삼척에서 수학여행을 와 단체로 ‘용띠 위에 개띠’를 보러 온 고교생들까지 있었어요.” 이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용띠 위에 개띠’를 공연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는 92년까지 40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 섰을 정도로 다작을 했어요. 하지만 92년 후부터는 ‘불 좀 꺼주세요’와 ‘용띠 위에 개띠’ 단 두 작품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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