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4

2003.05.15

놀면서 배우는 ‘어린이 레포츠’의 선구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5-07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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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면서 배우는 ‘어린이 레포츠’의 선구자

    국내 최초로 어린이 멤버십클럽을 만든 ‘싸이더스 리틀즈’ 이원형 사장.

    어린이날인 5월5일 오후 강원 횡성군 둔내 자연휴양림. 울창한 숲 사이로 어린이용 모터바이크 수십 대가 이리저리 내달리고 있었다. 안전모를 착용한 아이들은 울퉁불퉁한 산길의 리듬감이 재미있는지 연신 ‘야호’를 연발했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숲 전체에 메아리쳤다.

    아이들만의 천국이 된 숲 한켠에선 국내 최초의 어린이 멤버십클럽 ‘싸이더스 리틀즈’(이하 리틀즈)의 이원형 사장(36)이 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날 모터바이크 타기 행사는 어린이날을 맞아 리틀즈에서 주최한 ‘어린이 사랑 캠프’의 일환. 아이들은 어둑해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터바이크를 즐기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이사장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이사장은 1996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 멤버십클럽’을 만들었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으로 황폐해져가는 아이들의 심성과 인격을 레포츠를 통해 변화시키자는 취지였다.

    ‘즐거운 인성교육’에 초점 … 2000년부터 정상궤도 ‘회원 500여명’

    “어린 시절에는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죠. 그래서 리틀즈는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두 번째 교육’, 즉 레포츠를 통한 신나고 즐거운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사장은 “레포츠를 통해서 아이들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덜렁대는 아이들에게 양궁이나 사격을 시키면 집중력이 강해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서바이벌게임이나 래프팅 등을 하게 하면 또래의식이 생겨난다는 게 그의 주장.

    현재 리틀즈는 500여명의 어린이 회원과 함께 이들이 1년 내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기본적인 생활체육에서부터 승마, 오리엔티어링, 스킨다이빙 등의 기본적인 레포츠는 물론이고 크리켓, 핫버드, 트라이크 등 이름마저 생경한 최신 레포츠까지 총망라돼 있다. 또한 음반 만들기, 테이블매너, 매직 쇼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방학 때는 외국에서 레포츠도 즐기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어학캠프를 떠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리틀즈에서는 아이들의 ‘노는 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하지만 이사장은 이것이 단지 ‘노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레포츠는 또 다른 공부입니다. 인내심, 집중력, 정서적 안정, 과학적 사고력, 창조력 등 배울 수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답답한 교실에서 말로만 창조력을 키우라고 한다 해서 창조력이 키워지겠습니까.”

    놀면서 배우는 ‘어린이 레포츠’의 선구자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이원형 사장의 교육 철학이다.레포츠 아이템 개발을 위해 대화중인 이사장(오른쪽 가운데)과 ‘싸이더스 리틀즈’ 직원들.(왼쪽부터)

    서울 청담동에 본사가 있는 리틀즈는 조만간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지방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96년부터 7년간 다져온 노하우를 기본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것. 그간 리틀즈를 모방한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만큼 어린이 레포츠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리틀즈의 성공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사장의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광’이다. 수년간 스포츠·레저 담당 전문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스포츠와 레저에 관한 전문가인 셈이다.

    “외국의 레포츠문화를 자주 접하다 보니 왜 한국에서는 어린이 레포츠가 발달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죠. 특히 외국사람들은 레포츠가 어린이들을 사회의 리더로 키우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을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레저와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단련하고 인맥을 형성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우리 실정에 맞는 어린이 레포츠클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사업구상에 들어갔죠.”

    체육 전공한 스포츠광 … 대학 출강도

    하지만 그의 어린이 레포츠사업 계획을 들은 몇몇 지인들은 “아직은 이르다”며 적극 만류했다. 특히 장난감을 사주는 거라면 몰라도 어린이들의 레포츠에 많은 돈을 투자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사장은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어린이 레포츠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자생활을 그만둔 그는 서울 압구정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고 ‘리틀즈’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기자생활 당시 인연을 맺었던 스포츠 스타들을 대거 마케팅에 활용했고 다양한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서 어린이 레포츠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해외의 레포츠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면서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외환위기(IMF)가 닥쳤다.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대박’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힘겨운 순간들을 숨죽이며 보내면서도 이사장은 꾸준히 어린이클럽에 대해 홍보하고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힘썼다.

    IMF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신 2000년에 이르자 서서히 회원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반성과 어린이 교육에 대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면서 ‘두 번째 교육’을 주창한 리틀즈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리틀즈의 사업성을 알아챈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 싸이더스가 리틀즈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리틀즈는 이를 수락했고 그래서 ‘싸이더스 리틀즈’라는 이름으로 제2의 도약기에 들어섰다.

    이사장은 현재 명지대, 경희대, 숭실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의 수업을 통해서 어린이 레포츠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다. 이사장은 “잘 노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고 역설한다. “잘 노는 아이들은 그만큼 왕성한 활동 에너지를 갖게 되고 그 에너지가 창조력과 사고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레포츠를 시켜보세요. 놀랍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놀이문화를 바꾼 어른’ 이원형 사장, 그는 자신의 일이 ‘사업’이라기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아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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