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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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보다 무지가 더 무섭다

독감·폐렴 보다 치사율 낮은 전염병 … 면역력 키우고 위생 철저 최선의 예방책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4-17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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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보다 무지가 더 무섭다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SARS) 때문에 온 나라가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는 3월 말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20여개국으로 감염지역을 넓히며 환자와 사망자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환자 수 3000명, 사망자 수만 11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국내에서도 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상태.

    특히 4월2일 국립보건원이 사스를 제4종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확산이 시간문제임을 알리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사스를 처음 발견한 세계보건기구(WHO) 직원과 사스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의 잇따른 사망소식은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국내 언론은 사스를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페스트)과 19세기 말 폐결핵에 비견되는 ‘대처 불능’의 괴질로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심리적 불안이 최고조에 다다르게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국내에는 국립보건원의 경고가 있은 지 10일이 지나도록 사스로 의심되거나 추정되는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 사스 의심 사례로 신고된 30여명은 모두 편도선염이나 일반 감기 증세인 것으로 밝혀졌고, 대만 국적의 사스 환자와 비행기를 동승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환승객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도 모두 정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스가 앞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 20여개 사스 발생국에서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감염에 대한 인위적인 제어는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의사들 “불치의 괴질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스가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대책 불능’의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사스의 발생 추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사스는 중세의 페스트와 폐결핵처럼 당대 불치의 전염병은 절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은 “사스가 세계적인 보건문제로 부각된 것은 분명하지만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이병원장은 “사스에 감염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의학적 추정들을 부풀려 과장하는 우리 사회”라며 “원인과 결과를 알면 사스는 더 이상 무서운 괴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원인 병원체에 대한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현재 사스의 원인 병원체는 독감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현재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 제제는 에이즈 관련 제제와 C형간염 제제 등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 세계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독감의 경우에도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 독감 예방주사의 경우도 WHO가 바이러스별 유행주기를 계산해 그 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한 것일 뿐 그 예측이 빗나가면 독감 전염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독감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항바이러스 제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해도 환자의 면역력과 대증치료를 통해 충분히 독감을 제압해왔기 때문. 고열이 나면 해열제를, 폐렴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폐렴치료제를 미리 투여하는 식의 대증요법을 실시한 뒤 환자의 면역력으로 전염병을 이겨내온 것이다.

    ‘사스’보다 무지가 더 무섭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 심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왼쪽).인천국제공항 격리실에서 검역관들이 사스 환자 발생에 대비해 구급약품과 검사시약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스의 치사율은 3~4%로 독감과 일반 폐렴의 치사율(4~5%)보다 오히려 낮다. 증상 및 증후에 있어서도 38℃ 이상의 고열과 오한, 경직, 두통, 전신 쇠약감, 근육통 등 독감과 같은 초기 증상을 보이다 6~7일째 좋아지는 환자가 90% 정도고 10% 환자에게서만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빈 호흡 증상이 일어나는 것(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보고돼 있다. 그중 일부가 기계호흡이 필요한 정도로 중증의 증세를 보이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송재훈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감염내과 과장)는 “사스는 평소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의 경우에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며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황당한 오해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사스에 대한 예방책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사망자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으로 미뤄 적당한 운동과 휴식, 비타민 섭취 등을 통해 최상의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손을 자주 씻고 가급적 얼굴에 손을 가까이 대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전염병 예방법 중 하나다. 아직 전파 양식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나 사스는 주로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즉 사스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 말할 때 배출된 호흡기 비말이 자신의 몸 속에 들어오면 바로 옮는다는 뜻. 마스크를 끼는 것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튀어오는 비말을 마스크가 일단 막아주는 데다 손이 입으로 향하는 것도 1차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이다.

    발병 땐 추가감염 차단 급선무

    하지만 만약 사스의 병원체가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공기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는 0.3㎛ 정도의 미세한 크기이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 의료용 마스크도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국립보건원도 국내 각 병원에 내려보낸 지침서를 통해 이동시의 감염환자나 의료진, 보호자는 가급적 0.3㎛까지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 ‘N95’ 특수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마스크는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얼마 전 한 할인매장에서 판매했으나 이미 동이 난 상태다. 학계 일부에서는 홍콩의 아파트 주민 집단감염과 의료진의 감염 사례를 들어 대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교수는 “방역 당국이 최선을 다해 사스의 국내 유입 및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단 환자가 발생한 뒤에 추가로 주위사람들에게 감염되는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발병이 의심되면 막연한 공포심에 시달리지 말고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대학병원을 찾아 지침을 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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