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국회 본회의장. 박관용 국회의장이 휴회를 선언한 직후 A4 용지 한 장짜리 문건이 한나라당 의석에 전달됐다. ‘한나라당 당대표 여론조사 결과 이재오 의원이 1등’이라는 사이버 여론조사 결과가 정리된 이 문건이 돌면서 한나라당 의석은 한동안 술렁거렸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이의원은 “인터넷에선 내가 짱이야”라며 어깨에 힘을 줬다. 지켜보던 A의원은 “세상이 바뀌긴 바뀐 모양”이라며 한나라당에 밀려든 ‘사이버’ 바람에 놀라워했다.
영화 패러디·애니메이션 홍보도 등장
이에 그치지 않고 이의원은 4월10일 당원과 출입기자들에게 “지금 인터넷에선 이재오가 1등”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제히 발송했다. ‘YS를 사랑하는 모임’의 홈페이지(http:// www.yssasamo.com/poll)에서 실시한 이 여론조사를 적절히 활용, 이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선 패배 후인 지난해 연말 수도권 출신 H의원(2선)은 “인터넷이라면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감정’과, 낯선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잔뜩 묻은 표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생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당권 경쟁을 앞둔 요즘 한나라당에는 사이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선 출마를 노리는 대표 후보들은 사이버를 타고 밀려드는 민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다. 경선을 준비중인 당의 한 관계자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출마자들이 결국 선거운동의 상당부분을 사이버 공간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20만명 이상의 대의원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사이버 대의원 1만5000여명도 경선에 동원된다. 출마 후보들은 이들과 맨투맨 접촉이 불가능하다. 지구당위원장들을 앞세운 줄세우기 선거는 과거보다 힘이 떨어진다. 설혹 줄을 세우더라도 위원장들이 대의원 표심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권주자들의 사이버전이 뜨거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대표 경선을 앞둔 각 후보 진영이 제일 처음 한 일은 홈페이지 개편 등 사이버 공간 꾸미기였다. 최병렬, 김덕룡, 김형오, 이재오 의원 등은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고 서청원, 강재섭 의원은 최근 홈페이지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놓았다.
사이버전의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이재오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영화 ‘도둑맞곤 못 살아’ 포스터를 패러디한 ‘전쟁하면 못 살아’를 올려놓았다. 이라크전 파병 반대를 외치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풍자한 이 패러디물에서 재오(이재오 의원)는 이락동(이라크) 주유소 아이들과 싸움하러 나가는 건달 분식(부시 미 대통령)의 어깨를 잡고 “하지 마”라고 외친다. 이 패러디물은 반전 기류와 맞물리면서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덕룡 의원은 가수 서태지로 분한 자신의 모습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젊은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3월24일 새롭게 단장한 최병렬 의원의 홈페이지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용, 네티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초기화면에는 ‘최병렬의 7가지 약속’이라는 코너를 전진 배치, 당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김형오 의원은 홈페이지(www.kho.or.kr)에 인터넷 화상채팅난을 마련, 국민(대의원)과의 직접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지금처럼 인터넷을 활용했다면 선거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때늦은 자기반성도 내놓았다.
사이버전이 가열하면서 주자 간의 신경전도 전개된다. 이재오 의원이 1등으로 나온 사이버 여론조사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4월 초, 하위그룹에 속해 있던 김형오 의원은 집중관리(?)를 시작한 지 4∼5일 만에 당당히 ‘2등’으로 올라섰다. “장난친다”며 외면하던 다른 주자 진영도 요즘 지구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참가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고 있다. 유력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지난해 노풍(盧風)을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됐느냐”며 사이버가 몰고 올 ‘제2의 노풍’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경선주자들은 사이버 홍보를 1차 목표로 삼으면서도 사이버 공간의 대중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몰고 올 파괴력에 대한 부담감도 떨치지 못한다. 지난 대선 때 한 방향으로 치달은 사이버 공간의 경직성을 지켜본 이들로서는 네티즌의 표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자칫 네티즌과 대립, 공격대상이 될 경우 당권 도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을 둘러싼 각 후보 지지자들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서청원 의원의 사이버 팬클럽인 ‘S클럽’ 사이트에는 최근 서의원이 세풍(稅風)과 관련 “5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헛소문이 올라와 있다. 서상목 전 의원을 서의원으로 왜곡, 게재한 것. 유언비어성 글이 잇따라 사이트에 올라오자 서의원의 한 측근은 4월 초, 서의원의 측근임을 공개한 뒤 강재섭, 최병렬 의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돈을 받은 사람은 서청원 의원이 아니라 서씨 성을 쓰는 전직 의원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며 정중한 경고를 보냈다. 지난 3월 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원외 지구당위원장 등 대의원들에게 “강력한 야당을 이끌 인물로 서청원 의원이 나서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서청원 지지모임. 서의원측에서는 다른 경쟁 후보측에서 역선전 차원에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회창 전 총재 지지모임인 창사랑 회원 일부가 대선 때 대표를 맡았던 서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사전 상의 없이 보낸 메시지로 확인됐다. 서의원측은 “성의는 고맙지만 참아달라”고 이들을 자제시켰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다른 후보들을 자극했다. 강재섭, 김형오 의원 등도 뒤를 이어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지지를 부탁했다. 당권경쟁에 나선 한 인사의 측근은 “다른 쪽에서 사이버 선거를 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라며 미묘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사이버 공간은 출마 후보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기도 한다. 서의원의 팬클럽인 ‘클린S클럽’에는 “서의원님, 경선 출마하십시오”라는 격려의 글이 올라와 있다. 대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선출마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서의원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재섭 의원의 팬클럽인 ‘kang4you’의 홈페이지에서는 젊은 정치를 주제로 한 격론과 담론이 수시로 벌어진다. 강의원은 이 사이트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정치이력과 에피소드 등을 소개해놓았다. 이라크전과 관련해 “전쟁은 안타깝다. 그러나 파병은 별개다”는 입장을 밝혀 파병에 반대하는 네티즌과 찬성파들의 격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사이버 선거운동은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지난해 대선처럼 요란하거나 시끄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당의 이념이나 구성인자들의 성향도 매우 ‘점잖다’. 대의원 선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대도시의 경우 45세 전후를 반반으로, 농어촌은 55세 전후를 반반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40대 중반 이후는 아무래도 인터넷 문화에 친숙하지 않다. 최병렬 의원의 한 측근은 “당의 대의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인터넷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대의원들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지 않아 본격적인 사이버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보 수단은 되지만 표심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의원의 측근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사이버전에 대한 각 캠프의 관심은 각별하다. 경선에 출마한 한 후보의 관계자는 “전화메시지를 보내서라도 대의원들을 홈페이지로 끌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외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선을 앞두고 ‘변신’한 한나라당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영화 패러디·애니메이션 홍보도 등장
이에 그치지 않고 이의원은 4월10일 당원과 출입기자들에게 “지금 인터넷에선 이재오가 1등”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제히 발송했다. ‘YS를 사랑하는 모임’의 홈페이지(http:// www.yssasamo.com/poll)에서 실시한 이 여론조사를 적절히 활용, 이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선 패배 후인 지난해 연말 수도권 출신 H의원(2선)은 “인터넷이라면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감정’과, 낯선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잔뜩 묻은 표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생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당권 경쟁을 앞둔 요즘 한나라당에는 사이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선 출마를 노리는 대표 후보들은 사이버를 타고 밀려드는 민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다. 경선을 준비중인 당의 한 관계자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출마자들이 결국 선거운동의 상당부분을 사이버 공간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20만명 이상의 대의원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사이버 대의원 1만5000여명도 경선에 동원된다. 출마 후보들은 이들과 맨투맨 접촉이 불가능하다. 지구당위원장들을 앞세운 줄세우기 선거는 과거보다 힘이 떨어진다. 설혹 줄을 세우더라도 위원장들이 대의원 표심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권주자들의 사이버전이 뜨거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대표 경선을 앞둔 각 후보 진영이 제일 처음 한 일은 홈페이지 개편 등 사이버 공간 꾸미기였다. 최병렬, 김덕룡, 김형오, 이재오 의원 등은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고 서청원, 강재섭 의원은 최근 홈페이지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놓았다.
사이버전의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이재오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영화 ‘도둑맞곤 못 살아’ 포스터를 패러디한 ‘전쟁하면 못 살아’를 올려놓았다. 이라크전 파병 반대를 외치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풍자한 이 패러디물에서 재오(이재오 의원)는 이락동(이라크) 주유소 아이들과 싸움하러 나가는 건달 분식(부시 미 대통령)의 어깨를 잡고 “하지 마”라고 외친다. 이 패러디물은 반전 기류와 맞물리면서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덕룡 의원은 가수 서태지로 분한 자신의 모습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젊은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3월24일 새롭게 단장한 최병렬 의원의 홈페이지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용, 네티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초기화면에는 ‘최병렬의 7가지 약속’이라는 코너를 전진 배치, 당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김형오 의원은 홈페이지(www.kho.or.kr)에 인터넷 화상채팅난을 마련, 국민(대의원)과의 직접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지금처럼 인터넷을 활용했다면 선거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때늦은 자기반성도 내놓았다.
사이버전이 가열하면서 주자 간의 신경전도 전개된다. 이재오 의원이 1등으로 나온 사이버 여론조사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4월 초, 하위그룹에 속해 있던 김형오 의원은 집중관리(?)를 시작한 지 4∼5일 만에 당당히 ‘2등’으로 올라섰다. “장난친다”며 외면하던 다른 주자 진영도 요즘 지구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참가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고 있다. 유력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지난해 노풍(盧風)을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됐느냐”며 사이버가 몰고 올 ‘제2의 노풍’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경선주자들은 사이버 홍보를 1차 목표로 삼으면서도 사이버 공간의 대중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몰고 올 파괴력에 대한 부담감도 떨치지 못한다. 지난 대선 때 한 방향으로 치달은 사이버 공간의 경직성을 지켜본 이들로서는 네티즌의 표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자칫 네티즌과 대립, 공격대상이 될 경우 당권 도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을 둘러싼 각 후보 지지자들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덕룡, 이재오, 김형오 의원 홈페이지(위 부터)
한나라당의 사이버 선거운동은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지난해 대선처럼 요란하거나 시끄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당의 이념이나 구성인자들의 성향도 매우 ‘점잖다’. 대의원 선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대도시의 경우 45세 전후를 반반으로, 농어촌은 55세 전후를 반반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40대 중반 이후는 아무래도 인터넷 문화에 친숙하지 않다. 최병렬 의원의 한 측근은 “당의 대의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인터넷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대의원들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지 않아 본격적인 사이버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보 수단은 되지만 표심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의원의 측근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사이버전에 대한 각 캠프의 관심은 각별하다. 경선에 출마한 한 후보의 관계자는 “전화메시지를 보내서라도 대의원들을 홈페이지로 끌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외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선을 앞두고 ‘변신’한 한나라당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